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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정장, 은빛 넥타이…‘김일성 뿔테 안경’ 쓴 김정은

중앙일보 2016.05.07 01:48 종합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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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가운데)이 6일 7차당대회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김 제1위원장 왼쪽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오른쪽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36년 만에 6일 열린 노동당 7차 대회에 양복을 입고 나타났다.

당대회, 뒤늦게 심야 녹화방송


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오후 10시30분) 예고 없이 김정은이 육성으로 개회사를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김정은은 스트라이프(줄무늬)가 들어간 검은색 양복에 은빛이 도는 넥타이를 맨 차림이었다. 북한은 2012년 4월 노동신문에 양복 차림의 김정은 증명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지만 실제 양복 착용 영상을 방영한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1980년 6차 당대회에서 착용했던 것과 비슷한 뿔테 안경도 썼다.

김정은 오른쪽에는 명목상 국가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왼쪽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자리했다. 김정은은 개회사 순서가 되자 일어나 A4용지 여러 장을 들고 15분간 개회사를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목소리가 낮고 다소 가라앉았으나 발음은 비교적 명확했다.

당대회장의 배경엔 6차 당대회가 열렸던 것과 똑같은 김일성·김정일의 대형 초상화가 중앙에 걸렸다. 장소도 6차 당대회와 같은 4·25문화회관이었다. 김정은은 최현·이을설 등 원로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한 뒤 이들을 위해 묵념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조선노동당 7차 대회에선 우리 당과 인민이 이룩한 고귀한 성과를 총화(결산)하게 된다”며 당대회 참가자 중 여성이 315명이라는 등 세부적인 인적 구성 등을 열거한 뒤 “제7차 당대회의 개회를 선언합니다”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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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당대회를 열었다. 5000여 명의 참석자들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개회사를 듣고 박수를 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농락당한 외신기자들=북한 당국은 외신기자 100여 명을 초청해 놓고도 당대회를 공개하지 않았다. 대회장인 4·25문화회관 출입 자체를 금지했다. 단지 200m 떨어진 곳에서의 촬영만이 허용됐다.

외신들은 “북한 당국이 당대회 전날 주민들에게 오전 9시부터 지정된 장소에서 텔레비전 시청을 지시했다”고 보도했지만 TV 생중계도 없었다. 이날 오후 5시와 오후 8시 조선중앙TV의 ‘보도’에서도 당대회 보도는 빠졌다. 그러곤 오후 10시에 갑자기 김정은의 신년사를 방영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아무리 김정은이라고 해도 4·25문화회관 내에 외신 카메라 취재를 허용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 체제 핵심이 드러나는 당대회를 공개하는 리스크 대신 안전한 길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국대 고유환(북한학) 교수도 “당대회는 철저히 내부 행사용인 데다 몇 시간에 걸친 사업총화 보고 과정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공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우상화=북한은 오전 8시30분부터 각종 매체를 총동원해 당대회 분위기를 띄웠다. 보통 오후 3시30분에 방송을 시작하는 관영 조선중앙TV는 이날 오전 8시30분으로 방송시간을 앞당겼다. 내용은 당대회 경축과 김정은 찬양으로 채워졌다.

TV 방송에서 선보인 ‘위대한 승리의 봄이여’라는 제목의 서사시에선 ‘김정은 동지의 당이여’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이번 당대회가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의미다.

방송은 이어 ‘인민을 위한 길에 언제나 함께 계셨습니다’라는 제목의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기록영화를 내보냈다. ‘백두혈통’ 3대 세습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외신기자들이 이날 오후 견학한 ‘평양 326 전선공장’에는 ‘위대한 김정은 시대를 빛내이는 위훈의 창조자가 되자’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전수진·서재준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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