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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엔트리 카 ‘진검 승부’…피아트, 미니를 겨냥하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6.05.06 06:01
FCA코리아가 피아트 500X를 출시, 수입차 시장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500X의 타깃은 BMW그룹의 미니 컨트리맨이다. 컨트리맨은 출력과 연비에서, 500X는 가격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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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곗바늘 방향으로 뉴 미니 클럽맨, 뉴 미니 컨버터블, 뉴 미니 컨트리맨. 뉴 미니 클럽맨은 미니 웰컴 라이트와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미니보다…’ ‘미니에 비하면…’ ‘미니와 달리…’ 지난 3월 24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진행된 ‘올뉴 피아트 500X’(이하 500X) 출시행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표현이다. 피아트를 수입·유통하는 FCA코리아 측은 행사 내내 작심한 듯 피아트와 미니를 비교했다. 실제 이탈리아의 ‘피아트 500’ 시리즈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니와 경쟁하기 위해 내놓은 모델이다.

이번에 선보인 500X는 피아트 대표 모델인 500의 디자인을 계승한 것으로, 2013년 피아트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처음 내놓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수입차 시장 소형 SUV의 대표 격인 미니 컨트리맨을 정조준해 출시했다. 파블로 로소 FCA코리아 사장은 “FCA그룹은 500X를 제작하면서 컨트리맨 대비 실내 공간은 더 넓고,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나름의 차별화를 지향했다”며 “한국 내 판매가격도 2990만~3980만원으로, 컨트리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니는 살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지프의 레니게이드에 이어 500X까지 경쟁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쌍용차의 티볼리, 기아차의 니로 등 국내 완성차업계의 소형 SUV도 인기가 높다. 하지만 국내 수입차 시장 엔트리 카의 선두주자답게 미니의 전략은 여유롭다. 핵심은 다양성 강화다. 뉴 미니 컨트리맨 외에도 올해 들어 2월에 ‘가장 큰 미니’인 뉴 미니 클럽맨 디젤 3종, 3월 미니 블랙 수트 에디션, 4월 뉴 미니 쿠퍼 컨버터블 2종과 뉴 미니 클럽맨 젠틀맨 에디션을 출시했다. 다양한 성능과 가격대, 디자인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가성비’ 따지면 난형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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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 500X는 2.0 4륜구동 ‘올뉴 피아트 500X 크로스’와 2.4 가솔린 전륜구동 ‘올뉴 피아트 500X 팝스타’를 선보였다. 동급 최고 수준의 크기와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미니 컨트리맨은 지난해 1657대가 팔린 인기 모델이다. 반면 피아트 브랜드의 지난해 총판매 대수는 615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FCA코리아가 큰소리치는 것은 최근 유럽시장에서의 성과 때문이다. FCA코리아에 따르면 500X는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7만4200여 대가 판매됐고, 올해도 1∼2월에만 1만6200여 대가 판매됐다. 1~2월 5300여 대가 판매된 미니 컨트리맨의 3배 이상 수치다. 한국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피아트 500X와 미니 컨트리맨은 패션카에 SUV를 더했다는 공통점을 띤다. 우선 컨트리맨은 미니 모델 중 처음으로 4m가 넘는 장신으로 거듭났다. 차체는 불도그를 모티브로 단단하고 안정적인 저중심 설계를 적용했다. 국산 SUV가 헤드램프를 위로 치켜 올려 날렵한 느낌을 주는 반면, 컨트리맨은 둥근 헤드램프를 장착해 부드러움을 강조했다. 스포츠카가 채택하는 에어 인렛(공기흡입구)도 채택했다. 뒷좌석 등받이는 40:20:40 비율로 접을 수 있어 트렁크 용량을 350ℓ에서 1170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500X는 기존 2도어 차량에서 4도어 4인승으로 공간을 키웠다. 차체 크기는 컨트리맨에 비해 큰 편이지만 휠베이스는 약 20㎜가량 짧다. 그럼에도 트렁크 수납공간은 미니 컨트리맨보다 넓게 나왔다. 겉모습은 이탈리아 브랜드답게 곡선을 많이 사용해 발랄하고 앙증맞다. 블랙, 메탈릭 블루, 메탈릭 그린, 트라이코트 레드 등 11가지 색상으로 다양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모델 모두 뒷좌석에 키 180㎝의 성인이 타기엔 무리가 있다. 사실 두 모델 모두 성인 4인승으로 나온 차는 아니다.

컨트리맨은 전 모델에 전륜 기반의 전자식 4륜구동(AWD) 시스템 ALL4를 적용했다. 평소엔 전륜과 후륜이 5대5 비율로 구동되다가 고속으로 커브를 돌아나갈 경우 후륜에 최대 100%의 구동력을 보내는 식이다. 컨트리맨 모델 중 가장 낮은 급인 뉴 미니 컨트리맨 ALL4는 112마력의 최고 출력을 나타낸다. 500X는 2.4 가솔린 모델은 전륜구동, 2.0 디젤 모델만 전륜 기반의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했다. 500X 크로스·크로스 플러스 모델에는 최고출력 140마력의 힘을 내는 2.0 디젤엔진을 탑재했다. 트랜스미션은 피아트 브랜드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특히 오토·스포츠·트랙션 등 3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복합기준 공인연비는 컨트리맨 ALL4가 13.6㎞/ℓ, 500X 크로스가 12.2㎞/ℓ 수준이다. 두 모델 모두 국산 소형 SUV에 비하면 연비가 좋은 편은 아니다. 하이브리드 SUV인 기아차 니로의 연비는 17.1㎞/ℓ, 쌍용차 티볼리의 연비는 15.3㎞/ℓ에 달한다.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이 갈릴 수 있는 대목이다.

첨단 편의사양과 안전사양은 피아트 500X의 강점이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에 피아트 무드 셀렉터 시스템을 기본으로 채택했다. 후방 카메라,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방 교행 차량 경고 시스템, 운전석 및 동승석 8방향 전동 시트, 패들 시프트, 유커넥트 6.5N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다. 컨트리맨은 다기능 버튼 스티어링 휠, 스포츠 시트 등 운전자가 주행에 집중할 수 있는 기능이 돋보인다.

국산보다 뒤진 연비는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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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와 피아트는 고급 편의사양도 보강했다. 미니의 웰컴 라이트(왼쪽)와 피아트 6.5N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가격 면에서는 피아트 500X의 경쟁력이 높다. 팝스타 가솔린 2.4가 3140만원, 크로스 디젤 2.0이 3690만원, 크로스 플러스 디젤 2.0이 4090만 원이지만 FCA코리아는 개별소비세와 더불어 출시 기념 프로모션으로 6월 말까지 할인 판매한다. 최상위 모델인 크로스 플러스 2.0 디젤 가격이 3980만원으로 컨트리맨 ALL4의 4320만원 보다 낮다.

두 브랜드의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FCA코리아는 5월 1일까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라이프스타일 셀렉트 숍 ‘오피셜 할리데이’에 500X를 전시 중이다. 의류·액세서리·코스메틱·생활용품·플라워가 함께 들어선 이색 전시공간으로, 이 숍을 찾는 젊은층에 어필하겠다는 전략이다. 미니는 3월 서울 패션위크에 맞추어 총 300팀의 미니 고객을 초청해 와인 파티를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의 소형 SUV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푸조·시트로엥 수입사 한불모터스는 지난해 2008의 인기를 이어 2008의 고성능 모델인 2008GT와 시트로엥의 첫 소형 SUV C4 칵투스를 내놓는다. 일본 도요타는 준중형 SUV 라브4 하이브리드를 선보였고, 혼다도 연내 HR-V를 내놓을 계획이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소형 SUV는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신 모델이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다”며 “가격대가 낮은 만큼 기존 국산차 소비자의 관심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비가 낮은 모델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라 하더라도 연비를 따지는 성향이 커지고 있다”며 “차급이 높을수록 연비도 좋아야 한다는 인식이 최근 주요 선택 기준”이라고 말했다. 신차 모델이 속속 출시될수록 브랜드 마니아들은 줄어들기 마련이어서 연비가 너무 떨어지면 팔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조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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