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 번도 진 적 없는데 낙선한 구상찬 “여론조사 믿으면 손에 장을 지질 것”

온라인 중앙일보 2016.05.06 05:55
기사 이미지

구상찬

“다음 선거 때 여론조사를 믿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앞선다고 수비형 선거하다 패배
순천 노관규도 10%P 이긴다고 나와
“이런 조사 반복되니 캠프 느슨해져”

4·13 총선에서 서울 강서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새누리당 구상찬 전 의원은 여론조사 얘기만 나오면 참지를 못한다. 구 전 의원은 수십 번의 여론조사에서 단 한 번도 지는 결과가 나온 적이 없다. 상대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당선자와 크게는 18%포인트, 작게는 3.5%포인트 차로 이긴다고 나왔다. 그는 “캠프 내에선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도 좀 필요하다고 했지만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내가 진다는 여론조사가 하나라도 나왔다면 그렇게 수비형으로만 선거를 치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와 거꾸로 당선된 쪽도 문제를 제기한다. 부산진갑에서 승리한 더민주 김영춘 당선자는 “엉터리 여론조사 때문에 더 크게 이길 수 있었던 걸 작은 차이로 이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지자들도 ‘야 이거 안 되는가 보다’라고 생각해 의기소침해지더라”며 “안 될 사람 뭐하러 찍느냐며 투표장에 안 나온 경우도 있고 나를 찍으려다 될 사람 찍어주자는 마음에 상대방 찍었다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역인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에게 단 한 번도 이기는 것으로 나온 적이 없다. 김 당선자는 “상대방이 여론조사만 믿고 방심한 측면도 있겠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내가 본 피해가 훨씬 크다”며 “여론조사는 아예 신경 쓰지 않고 현장 분위기를 믿은 게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에서도 여론조사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다만 당사자들은 이변이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3선에 성공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주변 사람들은 현장의 민심과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다고 나를 위로했지만 나는 ‘여론조사는 과학이고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왔다”며 “따라서 우리가 10배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독려하면서 선거운동 방식도 대폭 바꿨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선 선전했지만 결과적으로 낙선한 더민주 노관규 전 순천시장은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직전에도 10%포인트 이긴다고 나오고 그 전에는 20%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졌다”며 “이런 조사가 매일 반복되니 캠프 분위기가 느슨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율이 비이성적으로 높았던 걸 보면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투표장에 나왔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순천 선거구의 투표율은 68.8%로 전국 평균(58.0%)보다 10.8%포인트 높았다. 4년 전 19대 총선 당시는 61.6%였다.

 
기사 이미지

노관규

여론조사 때문에 희비가 엇갈린 당사자들은 여론조사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상찬 전 의원은 “‘나인투파이브’(오전 9시~오후 5시 근무)인 3040세대를 샘플에 포함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돼야 한다”며 “젊은 세대의 의견을 뺀 여론조사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관규 전 시장은 “유권자에게 혼선을 주는 잘못된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는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춘 당선자는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의 집전화 여론조사는 무조건 엉터리일 가능성이 크다”며 “가중치를 조작하려고 나이를 속이고 성별까지 속일 수 있는데 그런 결과로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는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