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V 주문하면 다 삼성·LG"···한국 기업 별러온 트럼프

중앙일보 2016.05.06 01:43 종합 2면 지면보기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굳어진 도널드 트럼프(69)가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며 무역 자유화에 반대하고 있어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게 됐다. 특히 트럼프는 2010년부터 LG전자·삼성전자 등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내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상대로 엄청난 돈 버는데
왜 우리가 군함·항공기 보내 돕나”
1990년대부터 노골적 반감 표출
보호무역 옹호, FTA 재검토 주장
한국산 미국 수출 제동 걸릴 수도

트럼프는 2010년 폭스뉴스 ‘온 더 레코드’의 진행자 그레타 밴 서스테란과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 내가 소유한 호텔에 LG TV 4000대를 주문해 설치했다. 모두 한국 기업 제품이다. 그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경제대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끊임없이 군함과 항공기를 보내고 기동훈련을 하고 미군 2만6000명이 한국에 주둔해 있다. 그런데 미국이 돌려받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꺼냈다.

한국 기업 때리기는 지난달에도 되풀이됐다. 트럼프는 지난달 28일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타운홀 미팅에서 “우리가 한국을 보호하는데 경제로 말할 것 같으면 그들은 괴물이다. TV를 주문하면 LG든 삼성이든 기본적으로 다 한국산이고 가장 큰 배도 만든다. 그런데 우리에게 (방위비는) 아주 조금만 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때 미국에서 잘나가던 가전제품 기업들인 RCA·제니스(이제는 LG가 모회사)·실바니아 등이 다 사라졌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는 1980년대부터 미 정부의 자유무역정책이 미국 기업을 수렁에 빠뜨렸다는 식의 주장을 해 왔다. 그는 87년 USA투데이에 “정부의 잘못된 무역정책으로 미국이 무역 적자에 빠졌다”는 내용의 기고를 실었다. 그는 이듬해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우리의 적이 아니라 동맹국들이 문제”라며 “일본 기업들이 자동차·TV·VCR 등 온갖 물품을 미국 땅에 쏟아붓는다. 반대로 미국 제품은 아예 일본으로 수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90년 플레이보이 인터뷰에서도 “한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들은 미국을 상대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데 왜 우리가 돈을 뜯기는 것도 모자라 그들을 도와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관련 기사
① 트럼프 “한국이 미군 주둔비용 100% 내라”
② “트럼프 집권 첫날, 군 장성 불러 멕시코 국경 장벽 논의”


트럼프는 “미 정부가 한국·일본·중국 등의 기업 로비스트에게 휘둘리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무역은 좋지만 그것은 리더들이 똑똑할 때나 적용되는 얘기”라며 “공평한 무역이 중요하다. 우리 리더들은 중국·한국 등의 로비스트들에 의해 조종당하며 미국의 이익보다 동맹국 이익에 더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 기업들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으나 평소 보호무역을 주장해 온 점으로 미뤄 그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한국 기업들의 미국 수출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그동안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LA중앙일보=원용석 기자 won.yongsuk@koreadaily.com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