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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 향 솔솔~ 저 푸른 숲 … 철쭉도 시샘하듯 붉은 자태 뽐내

중앙일보 2016.05.05 00:05 Week& 4면 지면보기

| 소나무 정원 개장한 곤지암 화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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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곤지암 화담숲에 ‘미완성 소나무 정원’이 개장했다. 소나무를 예술작품처럼 감상하며 산책하는 정원이다.



경기도 광주의 곤지암리조트 옆에 ‘의외로 괜찮은’ 수목원이 숨어 있다는 건 이제 제법 많은 사람이 안다. 그 의외로 괜찮은 수목원이 LG 상록재단이 운영하는 ‘곤지암 화담숲’이라는 것도 꽤 많은 사람이 안다. 그러나 곤지암 화담숲의 봄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아직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한다. 곤지암 화담숲의 단풍이 워낙 소문이 자자하기 때문이다. 480종 단풍나무가 색 잔치를 하는 가을이면 곤지암 화담숲은 밀려드는 인파에 홍역을 치렀다. 그러나 곤지암 화담숲의 봄도 가을 못지 않게 곱고 화려하다.
푸른 신록과 빨간 철쭉 사이에서 온갖 야생화가 알록달록 색을 입힌다. 더욱이 올 봄에는 소나무를 테마로 한 정원이 새로 개장했다.



분홍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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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까지 7만 그루 철쭉이 곤지암 화담숲을 붉게 물들일 전망이다.


지난 3일 곤지암 화담숲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소풍 나온 아이들부터 단체복을 빼입은 30~40대 직장인, 전세버스 타고 꽃놀이를 온 중장년 관광객,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연인까지 흐드러진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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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소나무 정원을 장식한 폭포와 연못. [사진 곤지암 화담숲]



입구 왼쪽에 있는 ‘숲속 산책길 1코스’를 먼저 걸었다. 산책로에 들어서자마자 화려한 꽃잔치가 펼쳐졌다. 철쭉이 곤지암 화담숲 전체를 붉게 물들였다. 곤지암 화담숲의 철쭉은 다채롭다. 산철쭉·단풍철쭉·영산홍 등 수십 종에 달하는 철쭉나무 7만 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
다. 품종이 다양하니 연분홍·진분홍·선홍 등 색의 경계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철쭉은 이달 중순까지 곤지암 화담숲을 수놓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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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에 흐드러진 철쭉 꽃.



곤지암 화담숲을 화려하게 채색한 것은 철쭉만이 아니었다. 길섶에 핀 꽃잔디·매발톱꽃·금낭화가 탐방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복숭아꽃과 박태기나무꽃도 강렬한 분홍색을 뽐냈다. 원앙은 다정하게 짝을 이뤄 계곡을 넘나들며 노닐었다. 싱그러운 봄 분위기가 그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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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화담숲에는 약 1000그루에 달하는 자작나무도 있다.



봄 정취를 느끼며 완만한 오르막 길을 30분 정도 오르니, 이국적인 분위기의 자작나무 숲에 이르렀다. 자작나무 약 1000그루가 우거진 숲은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이 유독 많았다.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에는 규모가 미치지 못했지만, 갓 잎을 틔운 자작나무가 온갖 야생화와 어우러져 눈이 시릴 정도로 화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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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나무 분재.



자작나무 숲에서 동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리 휘고 저리 휜 소나무들이 나타났다. 이날 개장한 ‘미완성 소나무 정원’에 들어선 것이다. 왜 미완성일까. 충분한 시간이 흘러 소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탐방객의 관심이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된 소나무 정원이 된다’는 뜻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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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소나무가 우거진 숲. [사진 곤지암 화담숲]



소나무 정원에 들어서니 전혀 다른 수목원에 들어선 것 같았다. 소나무 정원의 규모만 1만6508㎡(약 5000평)에 달한다고 했다. 여기에 소나무 330여 그루가 어우러져 있다. 소나무를 주제로 한 정원으로는, 국내 수목원 중 최대 규모라고 한다.



소나무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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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자 모양으로 휜 소나무의 고혹적인 자태.

소나무는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다. 지난해 산림청이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62.3%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를 꼽았다. 2위 벚나무는 22.6%에 불과했다. 한국인의 소나무 사랑은 왜 이리 유별날까. 소나무 사진만 30년 이상 촬영한 사진작가 배병우(66)씨는 “소나무 선들의 얽히고설킨 형상이 한국의 감성을 상징한다”고 밝힌바 있다(『빛으로 그린 그림』, 2010). 굴곡지고 한 많은 우리네 역사가 소나무를 닮았다는 말일 터이다.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소나무는 수십 종에 달한다. 조선시대 궁궐에 쓰인 ‘금강소나무’,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송’, 가지가 축 늘어진 ‘처진소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곤지암 화담숲의 소나무는 대부분 내륙에서 자란 육송(陸松)으로 수령은 50~100년에 달한다. 백 살이 넘은 소나무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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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람한 남자의 팔뚝 같은 소나무 줄기. [사진 곤지암 화담숲]

정원을 거닐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곤지암 화담숲의 소나무는 한 그루도 같은 모양이 없었다. S자로 몸을 비튼 소나무가 있는가 하면, 나무 밑동에서부터 V자로 갈라진 소나무, 남자의 우람한 팔 근육을 닮은 소나무도 있었다. 저마다 다른 기후와 토양에서 자란 소나무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것 같았다.

소나무 정원은 소나무 우거진 숲이 아니었다. 소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정교하게 배치한 정원이었다. 곤지암 화담숲 나석종(40) 가드너는 “소나무를 고를 때 기준이 종류가 아니라 모양이었다”며 “소나무 정원은 소나무 자체의 미학적 가치를 고려해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에서 예술작품을 보듯이 소나무를 한 그루씩 감상하라는 뜻이었다.

설명을 듣고나니 소나무 정원이 달리 보였다. 산책로보다 높게 쌓은 흙단과 띄엄띄엄 서 있는 소나무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정원을 가로지르는 계곡과 아담한 폭포도 비로소 소나무와 함께 보였다. 키 작은 철쭉나무와 소사나무 30그루도 결국은 소나무를 돋보이게 하는 조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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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개장한 민물고기 생태관. 희귀 물고기 40여 종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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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곤지암 화담숲(hwadamsup.com)은 4월부터 11월까지만 개장한다. 주중에는 오전 8시30분에, 주말·공휴일에는 오전 8시에 문을 연다. 문 닫는 시간은 오후 6시로 같다. 입장료 어른 9000원, 어린이 6000원. 곤지암 화담숲 안에는 모노레일도 있다. 수목원 아래쪽 이끼원 입구에서 발이봉 능선까지 운행한다. 모노레일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 리조트 투숙객은 입장료와 모노레일 요금 각 1000원 할인. 올 봄 민물고기생태관이 개장했다. 황쏘가리·쉬리·버들치 등 희귀 물고기 40여 종을 볼 수 있다. 곤지암 화담숲 입구에 막걸리와 안주를 파는 한옥주막 ‘운수휴당’, 커피와 기념품을 파는 ‘사랑채’도 있다. 031-8026-6666.




글=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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