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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유례없이 강도 높은 제재 효과 분명해“

중앙일보 2016.05.06 00:06 종합 23면 지면보기

한·미·중 안보 전문가 북핵·한반도 문제 좌담
 
지난달 25일 북한과 동북아 관련 분야 최고 전문가 40여 명이 모인 한반도포럼 5주년 학술회의에서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다양한 진단과 해법이 나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과 주펑(朱峰) 난징대 교수가 김영희 대기자와 따로 만나 한 시간 동안 좌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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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럼 5주년 학술회의 참석차 방한한 주펑 난징대 교수(오른쪽)와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 연구원(가운데)이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와 토론하고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김영희=지금의 대북제재는 얼마나 효과가 있다고 보십니까. 북한 주민과 엘리트 양쪽에게 영향을 미치나요.

주펑=효과는 분명 있습니다. 중국도 유례없이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취하는 중입니다. 특히 북·중 무역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광물 중 대북 수출입금지 물품을 공식 발표하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김=반어법이지만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다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고맙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걸로 중국을 화나게 만들어 미국과 손잡고 그렇게 강력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니까 말입니다. 만약 북한이 5차 핵실험까지 강행한다면 중국은 더욱 화가 나서 자체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주=중국은 한·미 정부와 다시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조치를 고민할 겁니다. 중국 정부가 단독으로 어떠한 액션을 취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북한의 새 핵실험이 한·미·중 협력의 새 모멘텀을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 많은 비용을 치르는 기회가 될 뿐입니다.

김=칼린 연구원은 오전 토론에서 “5월에 절호의 기회(window of opportunity)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어떤 기회 말입니까.

로버트 칼린=북한이 최근 한 말과 하지 않은 말에서 신호를 감지했습니다. 미국은 지난 3주간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는 자세를 취했지만 북한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때론 침묵은 아직 여지가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핵 무장을 하면 전쟁 방어가 가능하고, 결과적으로 국내 체제에도 집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5월에 열릴 당대회는 북한에 병진정책의 성공을 선언하는 기회이고, 그것은 평화협정의 발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대북제재가 긴장과 압력만을 높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을 너무 구석으로 몰아가기만 한다면 그들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김=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평화협정을 위해서는 핵·미사일 개발 모라토리엄(moratorium·유예)을 미끼로 한 평화협정 혹은 외교적 진전을 염두에 둔 모라토리엄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칼린=북한의 모라토리엄 제안은 굉장히 일방적입니다. “미국과 한국이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북한은 핵실험을 중지할 준비가 돼 있다” 이런 식이죠.

김=군사훈련과 핵 동결의 교환이라면 미국 입장에선 아주 좋은 거래 아닌가요.

칼린=그렇죠. 우리는 1992년 북·미 합의로 연합훈련을 중단시킨 적이 있어요. 그러나 그 이후로는 진전이 없었어요. 북한을 대화의 장에 앉힐 수 있다고 해도 문제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서 핵 문제만 얘기한다는 것입니다.

주=중국은 2005년 9·19 공동성명으로 돌아가자는 입장입니다. 한·미·중 세 나라가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공통점을 찾고 이를 기반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김=한국은 바로 그 점을 걱정합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한국이 참가하는 2+2 혹은 2+1 대화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평양은 우리를 배제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분명해야 합니다.

칼린=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이슈를 조각조각 쪼개서 접근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김 대기자가 말한 접근도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휴전 문제에는 역사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습니다. 북한은 평화협정과 한반도 안보를 논하기 전에 역사적인 부분에 대해 먼저 매듭짓기를 원할 것입니다. 그 이후 한국도 포함되는 4자회담도 이야기할 수 있겠죠.

김=이상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만약 실제로 이와 같이 진행된다면 한국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미국이 한국에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설득해야 할까요.

칼린=저도 미국 정부가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하나 확실한 것은 역사적으로 한·미 동맹 관계가 여러 문제를 잘 풀리게 해왔다는 점입니다.

김=칼린 연구원이 말한 대로 실현된다면 중국의 입장은 어떻게 됩니까. 기다릴 건가요.

주=중국을 빼놓고 대화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베이징은 어떤 식으로든 대화의 한 축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요. 물론 양자회담이든 4자회담이든 중요한 건 그 회담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중국은 남북 대화를 유심히 관찰할 것입니다. 평화협정이 어떤 것이든 간에 제일 중요한 당사자는 한국과 북한이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으로 미국이 중요합니다. 미국은 어떤 식으로든 중국과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중국과 미국은 전략적인 전망을 내놓고 갈등을 풀기 위한 대화를 이어갈 것입니다.

김=북핵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은 조지 W 부시와 김정일에게 반반씩 있다고 봅니다. 부시 정부의 정책은 대북 정책이 아닌 ‘북핵 정책’이었지만 북한 핵 프로그램을 막을 수 있는 협상의 기회를 여러 차례 흘려보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처럼 네오콘의 족쇄에 잡혀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의 정책은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전략적 무대응(strategic no-action), 전략적 무관심(strategic indifference)에 가깝습니다. 중동과 우크라이나에 정신이 팔린 건 이해합니다만….

칼린=오바마 정부가 왜 전임 부시 정부의 정책을 따르고 있는지는 저도 의문입니다. 오바마 정부의 남북한 정책 중 가장 탁월했던 것은 한국과의 관계에서 많은 부분을 바로잡았다는 것입니다.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대단히 강조했고 지지를 보냈습니다. 물론 이 대부분이 이명박 정부 때 이뤄지긴 했지만요. 그러나 미국이 한국과의 관계에서 쌓아둔 신뢰를 인출하려고 은행에 가보니 잔액이 없어요.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김=힐러리 클린턴 정부가 들어서면 대북 정책은 어떻게 바뀔 것이라고 보십니까.

칼린=클린턴은 남편 빌 클린턴 정부 당시의 대북 정책을 기억하고 따를 것이라고 봅니다. 클린턴이 어떤 참모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주=한국도 중국도 미국이 보수 정부일 때 두 나라가 대북 문제에 나서기 쉽지 않았다는 문제점을 함께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시진핑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또 박 대통령도 시 주석에게 친밀함을 드러냅니다. 중국은 한·중 관계가 대북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때 시 주석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과 북한 중 일종의 선택의 기로에 섰던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의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참 어리석은 선택이었어요. 김정일이 중국을 2년간 총 4번이나 다녀오지 않았습니까. 그가 만약 살아 있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김정일이 2011년 갑자기 죽으면서 김정은이 권력을 물려받은 뒤로는 북한은 예측하기 어려운 나라가 됐습니다. 제 생각에 당분간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큰 시험에 들어 있다고 봅니다.

김=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북한의 체제 붕괴를 직접 언급했습니다. 만약 미국과 중국에 콜랩시스트(Collapsist·붕괴론자)가 있다면, 붕괴주의를 기반으로 한 정책도 나올까요.

칼린=물론 붕괴론자들은 있습니다. ‘체인지즘(변화주의·Changeism)’에 기반해 궁극적으로 체제 붕괴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죠.

김=‘체인지즘’이라는 새 단어가 등장하네요. 변화주의,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칼린=붕괴론은 정책이 아닌 ‘붕괴되어야 한다’는 희망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붕괴론을 입증할 만한 좋은 사례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이라크나 리비아처럼 체제가 붕괴된 적은 있지만 이전보다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죠. 우리는 과연 북한의 요란한 붕괴(Hard crash)를 원하는 걸까요. 과연 한국은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요.

주=북한 붕괴론에 대한 강한 전망은 중국에서도 종종 나옵니다. 다만 김정은 체제가 아닌 북한 체제의 붕괴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비무장화, 북한 주민 등 컨트롤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의 국내 체제 변화부터 희망합니다.

김=변화의 범위는 매우 넓습니다. 독재자의 변화에서 체제 혹은 나라 전체의 변화까지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 변화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까요. 지도자가 바뀌면 충분할까요. 혹은 체제 변화만으로는 부족한 걸까요.

칼린=김정일이 등장하기 전까지 미국은 김일성이 가장 나쁜 지도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일성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거였어!”라면서 말이죠. 그리고 이제는 김정은이 등장했습니다. 지도자가 바뀌는 건 그런 점에서 큰 의미가 없죠. 그러나 태도를 바꾸는 건 중요합니다. 우리가 진짜 북한에 원하는 것은 상호 공통점을 발견해서 그것을 토대로 태도와 행동을 함께 바꿔가자는 것입니다.

주=제가 확신하는 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결국 비용(cost)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체제 변화가 없다면 행동의 변화도 없을 겁니다. 중국을 보십시오, 지난 30년간 얼마나 성공적이고도 평화로운 체제 변화를 이끌어왔습니까. 저희 세대는 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정말 모든 것을 바꿔왔습니다.

김=중국의 성공적인 체제 변화를 말씀하셨는데요, 북한은 김일성부터 이어지는 사실상 김씨 왕조체제인 데다 지도자의 신격화가 엄청나죠. 북한 문제에 접근할 때 이 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칼린=그렇죠. 김정일이 자리를 물려받았을 때 “그는 김일성만큼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훌륭하게 자신의 자리를 이어갔습니다. 2002년 경제개혁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씨 왕조체제가 존재하는 건 분명하지만 성장과 변화의 여지는 여전히 많다고 봅니다.

김=북한이 3~5년 안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하는 등 미국 전역에 대한 타격이 가능해질 만큼 전력을 갖춘다면 한국은 과연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지력에 계속 의존할 수 있을까요. 미국은 북한의 핵공격을 감수하면서 한국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칼린=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게 그런 점 때문입니다. 더 큰 위험이 현실로 오기 전에 우리는 지금 이 시점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북한을 다시 끌어 들이고 물러서게 만들어야 합니다.

주=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한반도와 미국을 둘러싸고 위험한 상황을 만들 것입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방어 프로그램을 확장한다면 중국에는 또 다른 걱정으로 다가오겠지요.

김=주 교수에게 묻겠습니다. 오전 토론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민심이 좌절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여론은 왜 공식적인 중국 정책에는 반영되지 않나요.

주=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에 대해 혐오스러워하는 감정까지 생겨났죠. 중국 국경에서 북한 주민들이 농작물을 훔치거나 살인까지 저지르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요인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에서 핵실험을 했다는 점입니다. 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중국인들에게 다가왔고 우리는 매우 분노하고 있습니다.

김=마지막으로 민감한 질문입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가 된 꼴입니다. 미국은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배치하려 하고, 중국은 한사코 반대합니다. 어떻게 결말이 날까요.

칼린=글쎄요. 결국은 한국에 달렸습니다. 한국의 동의 없이 미국은 사드를 배치할 수 없습니다.

김=워싱턴의 압박이 작용하면서 정치적인 판단으로 배치할 수도 있겠죠.

칼린=그러나 중국은 반대하고요? 그래도 제 대답은 한국의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주=사드는 한국의 정책적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중국은 단언컨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한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을 설득해주기를 바랍니다.

주=하지만 미국은 중국에 사드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 역시 미국에 사드를 언급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건 한국의 결정이니까요.

김=세 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로버트 칼린은 ?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18년, 국무부 정보조사국(INR)에서 14년간 일한 한반도 전문가다. 북한을 30번 이상 방문했다.

주펑(朱峰)은 ?
중국의 대표적 국제정치 전문가. 북한에 대해 기존의 형제국가란 개념을 버리고 "중국이 보다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신현실주의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베이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난징(南京)대 교수로 있다.

정리=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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