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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풍부하고 시큼한 맛, 주꾸미와 궁합 잘 맞아

중앙일보 2016.05.06 00:06 Week& 2면 지면보기
| 봄에 즐기는 로제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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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무르익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만발하는 봄꽃을 구경하러, 향긋한 봄나물과 신선한 제철 해산물을 맛보러 봄나들이를 나설 일도 많아졌다. 가족, 친구와 떠난 봄 여행에서 가볍게 즐길만한 와인으로는 로제(Rose)와인이 안성맞춤이다. 로제와인은 봄기운과 닮아있다. 벚꽃을 연상시키듯이 연분홍빛을 띠고 있고, 향긋한 꽃향기가 느껴진다.

로제와인을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섞어서 만든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로제와인은 레드와인처럼 적포도로만 빚은 와인이다. 와인이 숙성되는 과정에서 껍질과 씨를 제거하기 때문에 레드와인보다 빛깔이 옅다. 또 맛은 화이트와인과 가깝다.

대게 와인 산지에선 가장 좋은 포도로 레드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로 로제와인을 만들곤 한다. 하지만 최상급 적포도로 오로지 로제와인만 만드는 와인 산지가 있다. 프랑스 남부 론(Rhone) 지방의 소도시 타벨(Tavel)이다. 타벨은 로마 시대부터 와인을 생산한 천혜의 와인 산지로, 볕이 풍부하고 건조한 기후를 자랑한다.

론 지방의 와인명가 ‘엠 샤푸티에’가 생산하는 ‘샤푸티에 타벨 로제(Tavel Rosé, M. Chapoutier)’는 타벨 로제와인 중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와인이다. 엠 샤푸티에는 자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와인을 만든다는 평을 듣는 와인 제조업체다. 양조용 포도 품종 중 하나인 ‘그르나슈 느와르(Grenache Noir)’로 로제와인을 빚는데, 포도를 재배할 때 제초제·살충제·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흔히 ‘재배환경의 특성’이라고 풀이하는 떼루아(terroir)가 와인에 스며들도록 유기농 농법을 고수하고 있다.

살짝 시큼한 맛이 매력적인 샤푸티에 타벨 로제(사진)는 아로마(Aroma·향기)가 풍부하다. 체리향·딸기향 등 과일향과 함께 은은한 향나무 향까지 느껴진다. 시큼한 맛이 있어 주꾸미·바지락 등 봄 해산물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적절한 산미가 해산물의 풍미를 돋우기 때문이다. 주꾸미는 망고와 함께 주꾸미 세비체(얇게 저민 해산물을 레몬즙에 절여 먹는 남미 음식)로 만들어 먹어 보길 권한다.

바지락 스파게티에는 봄나물의 대명사 냉이와 달래를 곁들여도 좋겠다. 여기에 와인 한 잔이 더해지면 훨씬 다채로운 향과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샤푸티에 타벨 로제 5만원 대.


글= 고효석 ‘두가헌’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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