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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의 '인연 정치', 우상호는 '브리핑 본능'

중앙일보 2016.05.05 21:39

5일 오전 10시 30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 정진석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가 상견례차 우상호 더민주 신임 원내대표를 찾았다. 두 사람은 만나자 마자 환한 얼굴로 인사했다. 그런 후 정 원내대표가 “우 원내대표가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이한열 열사의 영정을 들고 있을 때 제가 사회부 기자로 취재를 하고 있었다”며 두 사람의 인연을 꺼냈다. 우 원내대표가 1987년 6월 항쟁에서 숨진 고(故)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 집행위원장을 맡은 현장에 있었다는 의미였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우 대표는 김대중(DJ) 전 대통령 문하에서 정치를 처음 배웠고, 저는 김종필(JP) 전 총리의 문하에서 정치를 처음 배웠다”며 “두 스승이 DJP 연합을 하고 IMF(외환위기)를 극복한 것이 협치의 효시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치를 잘 한 번 해보자”며 우 원내대표의 손을 잡았다.

정 원내대표의 ‘인연 정치’가 시동을 걸었다. 국회의원(정석모 전 의원)의 아들이자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 정무수석, 국회 사무총장 등을 지내며 쌓인 인연이 야당 지도부와의 상견례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이자 협치를 위한 소재였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 더민주 김종인 대표를 예방했을 때도 “김 대표는 저희 형님 친구이시기도 하고, 제가 존경하고 따르던 어른”이라고 했었다. 김 대표가 독일 유학시절 만난 정 원내대표의 손윗동서(처형의 남편)인 김희중 전 청운대 총장과 친분이 있음을 거론한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찾았을 때는 박 원내대표를 아예 끌어안았다.

박 원내대표가 “우리 정 대표는 둘이 개인적으로 만나면 형님·동생하는데 (인연이) 한 30년이 됐냐”고 하자, 정 원내대표는 “1988년에 처음 뵀으니까 그런 세월이 됐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당시 각각 미국 출장 중인 일간지 정치부 기자와 뉴욕한인회장으로 만난 뒤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최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선 “같은 대학 같은 과(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동기 사이”라며 “나도 제3당 소수당(국민중심당) 원내대표를 해봐서 소수당의 서러움 잘 안다”고 공감을 표했다.

‘인연 정치’를 협치의 시발점으로 삼았지만 정 원내대표는 갈 길이 멀다. 당장 한 달도 남지않은 기간 동안 '원외' 대표로 19대 국회의 쟁점법안 협상에 나서야 한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총선 참패에 따른 당내 수습도 급하다. 정 원내대표는 “당의 혁신과 쇄신 방안에 대해선 호시우보(虎視牛步·호랑이같이 예리하고 무섭게 보고 소같이 신중하다)로 가겠다”며 “제 철학이자 신념인 화이부동(和而不同·남과 사이 좋게 지내되 의를 굽혀 좇지는 않는다)의 원칙을 지키면서 가겠다”고 강조했다.

◇우상호의 브리핑 본능=대변인을 8번 지낸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브리핑’ 본능을 드러냈다. 원내대변인으로 임명된 기동민ㆍ이재정 당선인이 인사하는 브리핑 자리에 우 원내대표가 직접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을 찾은 것. 원내대표가 신임 대변인 소개를 위해 기자회견장에 서는 건 이례적이다.

우 원내대표는 “우리의 생각을 전달하는 창이 언론이기 때문에 소통이 중요하다는 뜻에서 직접 발표했다”며 “젊은 원내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변화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기 신임 원내대변인이 “이제 일 마치셨으면 자리를 피해주시라”고 하자 우 원내대표는 “이거 시작부터 레임덕이 오는거냐”며 웃었다.

박유미ㆍ최선욱 기자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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