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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사이트]디젤차 몰면서 미세먼지 탓할 수 있나

중앙일보 2016.05.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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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 중 하나는 식을 줄 모르는 디젤차의 인기일 거다. 지난해 폴크스바겐의 연비조작 스캔들 이후 다른 나라 시장에선 눈에 띄게 줄어드는 디젤차 소비를 견고하게 떠받치고 있는 게 한국이 거의 유일할 정도다.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은 디젤차를 외면하고, 각국 정부들은 디젤차량의 퇴출 수준으로까지 규제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한국의 디젤차 인기는 흔들림이 없다. 이런 현상이 더욱 기이한 건 온 국민이 미세먼지에 고통을 받으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면서도 미세먼지의 주범인 디젤차를 구매하고 운행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점이다.

◇세계 시장과 역주행하는 한국 디젤차
지난해 한국은 처음으로 디젤 승용차 부문에서 무역 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수입은 급증했지만 외국에서 디젤차 인기 하락으로 수출은 줄었기 때문이다. 디젤차의 국내 판매는 줄지 않았다. 올 1분기 수입차 전체 판매에서 디젤차가 차지한 비중은 68.6%로 지난해(69.6%)와 비슷한 규모다. 국산차 중에서도 디젤차 판매는 절반이 넘는다. 화물차와 버스 등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이 타는 SUV와 고급차종의 디젤차 증가 속도가 빠르다. 지난해 디젤 승용차의 비중이 27%에 달했을 정도다. 국내에 운행되는 디젤차 수는 점점 늘어 지난해말 국내 등록차량의 41%, 862만 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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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의 사정은 우리와 다르다. 폴크스바겐 스캔들 이후 미국에선 디젤차량이 거의 판매되지 않고, 특히 올들어 폴크스바겐 디젤차는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디젤차의 주 소비지였던 유럽 시장에서도 디젤의 인기는 식어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외면할 뿐 아니라 유럽 각국의 정부가 디젤에 대한 적극적 규제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연내에 유로6기준(㎞당 질소산화물 배출량 80mg)초과차량은 도심 진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하기로 했고, 네덜란드는 디젤을 비롯해 아예 모든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디젤 진영에 대한 각국 정부의 압박수위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자동차업체 PSA그룹 푸조를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압수수색했고, 미국 환경당국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 측에 배출가스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클린디젤은 허구다
세계 각국의 디젤차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것은 결국 그동안 유럽차 업계가 주장해온 '클린디젤'이 허구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디젤차의 가장 큰 약점은 일급발암물질인 미세먼지와 환경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대량 배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차 업계는 이들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저감장치를 통해 환경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을 구현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운행중인 디젤차 100대를 무작위로 선정해 배출가스를 검사해 최근 결과를 발표했다.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차량은 한 대도 없었지만 실제 도로 주행시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크게 초과했다는 게 골자였다. 이에 앞서 독일과 영국도 자국내에서 운행중인 디젤차량의 배출가스 실태를 실험한 결과 대부분의 차량이 도로 운행시 기준치보다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애당초 클린디젤을 구현한다는 저감장치는 실제로 눈속임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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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디젤 신화'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일각에선 1992년 리우체제 이후 환경문제의 중심이 '저탄소(CO2) 전략'으로 집중되면서 유럽진영이 이를 이용해 가솔린 차에 비해 질소산화물 등 환경오염물질은 대량 배출하지만 탄소배출은 적은 디젤차를 친환경차로 둔갑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탄소만 아니면 된다는 단세포적 환경의식이 빚어낸 것으로 환경문제에 있어서 탄소에 대한 지나친 몰입이 다른 유해물질을 견제하는 데 실패하도록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디젤게이트는 저탄소 환경론의 뒤에서 벌어진 일그러진 환경 정책의 단면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디젤차, 국내 미세먼지 오염의 주범
국내에서도 디젤차의 환경오염 문제가 지적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국립환경연구원은 2013년에 디젤차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가 발암성과 돌연변이성을 가진 물질과 결합해 인체에 흡수된다고 경고했다. 또 경유차의 초미세먼지는 입과 코뿐 아니라 피부를 통해 인체에 침투할 수 있고, 어린이와 노약자 그리고 호흡기와 심장질환을 앓는 환자의 조기사망을 유발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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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원성이 높아지면서 중국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책임론이 불거진 2014년 환경부는 미세먼지의 절반은 국내에서 발생한다며 그 주범 중 하나로 디젤차량의 운행을 꼽았다. 최근 국립환경연구원에서도 한국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41%는 디젤차에서 나온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문제는 미세먼지의 고통 속에서도 이 문제가 부각되거나 디젤 규제와 같은 실질적 정책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적당히 중국 책임론에 편승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EU FTA 당시 디젤 환경규제가 주요 이슈였고, 이 과정에서 우리도 유로6라는 높은 수준의 환경 규제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디젤차의 배출기준인 유로6가 클린디젤을 실현시킬 거라는 기대감은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게 환경전문가들의 말이다. 유로6는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의 수치를 줄여 대기오염도를 조금 줄일 수는 있지만 문제는 인체에 치명적 손상을 가하는 물질은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유로6는 입자가 큰 미세먼지는 걸러지지만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전혀 걸러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체에 치명적 손상을 주는 초미세먼지는 무방비로 배출돼도 규제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무역마찰 회피와 산업 논리에 밀려 환경 문제에 대해선 일정 부분 눈을 감았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디젤차 규제 방안 세워야
환경부는 현재 디젤 차량 20여 종에 대한 배기가스 배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달 중 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진행된 조사를 보면 유럽에서 발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도로주행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원을 배출하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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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서울 시내에서 벌어진 경유차 반대 집회 모습.

그럼에도 우리사회의 디젤에 대한 견제와 경각심은 낮은 상태다. 정부뿐 아니라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세계에서 계속 확대되고 있는 디젤게이트에도 아랑곳 않고 디젤 RV차량과 승용차 구매를 줄이지 않고, 노후된 디젤차량도 계속 운행한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정책이다. 소비자의 행동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디젤의 유해성을 널리 알리고, 규제하기 위한 실질적 정책을 내놔야 한다. 최근 환경부는 '수도권 미세먼지 개선대책'을 마련하며 일부 디젤을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골자는 10년 이상 된 노후 경유차의 서울 진입을 금지하고 운행을 제한하겠다는 것과 미세먼지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일 때 환경부 장관이 해당 지차체에 '차량부제' 운영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낡은 디젤이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이는 당연히 해야 할 정책이다. 그러나 해당 차량은 낡은 디젤 트럭과 버스 40만대로 전체 디젤차량의 0.5%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로6 기준으로 만들어진 디젤차량도 초미세먼지를 여과없이 배출하는데 이들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은 나오지 않는다.

미세먼지 오염은 국내 생성요인과 중국발 요인이 합쳐진 복잡한 문제다. 중국과 중국발 오염 문제를 협상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시발점은 디젤의 오염을 어떻게 풀 것인가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디젤의 오염 발생문제를 강력하게 제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야 하고, 소비자들도 디젤 규제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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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조작 스캔들이 전체 디젤차량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는 '디젤 게이트'에 대해 자동차 업계 일각에선 "대안이 있느냐"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현재 운행중인 디젤 차량을 모두 가솔린으로 바꿀 경우 이산화탄소 발생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데 이는 또다른 환경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가솔린의 경우 배출가스를 줄이면서 연비를 높이는 기술 발전엔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대로다.

또 대안으로 제시되는 전기차와 수소차는 아직 실제로 상용화되는 데는 많은 장벽이 있다. 실제로 에너지원을 신재생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석탄발전소가 더 많이 생겨야 하는데 이에 따른 부가적 환경오염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디젤엔진은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 차원에서 아직은 배출가스를 더 줄이면서 개발할 여지가 있는 기술로 아직은 더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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