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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전 비발디 오페라가 온다

중앙일보 2016.05.0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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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오를란도 핀토 파쵸` 연습장면. 소프라노 프란체스카 롬바르디 마출리(에르실라 역, 위)와 카운터테너 이동규(아르질라노 역, 아래)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이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로크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다. 18일부터 2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되는 ‘오를란도 핀토 파쵸(Orland Finto Pazzo)’다.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도 잘 공연되지 않는 작품이다. 전곡 음반도 알레산드로 데 마르키 지휘 아카데미아 몬티스 레갈리스의 석 장짜리 음반(Naive) 정도가 알려져 있다.

300년 전인 18세기, ‘빨강머리 사제’ 비발디가 음악가로 명성을 떨치던 당시 베네치아 공화국에서는 오페라 유행이 최고조에 달했다. 비발디가 어린 시절 이미 베네치아에 오페라하우스가 16개나 있었다 한다.

베네치아 시민들은 세련되고 화려한 것을 좋아했다. 무대 장치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작곡 때부터 스타급 주역의 기량에 맞춤식으로 제작을 했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는 ’미친 척하는 오를란도’란 뜻이다. 비발디의 두 번째 오페라이자 베니스에서의 첫 오페라로, 1714년에 초연됐다. 마테오 보이아르도의 ‘사랑의 오를란도(Orlando Innamorato)’를 각색했다.

비발디는 1727년 ‘광란의 오를란도(Orlando Furioso)’를 추가로 작곡했다. 비발디 오페라에서 ‘오를란도’ 하면 보통 이 작품을 의미한다. 루도비코 아리오스토의 서사시에서 주제를 따왔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의 속편으로 만들려다 내용이 완전히 달라졌다. ‘광란의 오를란도’는 약 8세기경 샤를마뉴 대제가 통치하던 프랑스가 배경이다.

사라센 군이 프랑스를 초토화 시키고 파리까지 진격해 들어온다. 이에 십자군 기사들이 일어선다. 기사들은 전쟁중에도 미녀이자 이교도 공주인 안젤리카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다. 그 중에도 오를란도는 가장 열정적으로 안젤리카를 향해 대시했던 기사였다.

그러나 안젤리카가 사랑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태생이 비천한 사라센의 장수 메도로였다. 오를란도는 낙담해서 미쳐버리고 만다. 그래서 ‘광란의 오를란도’다. 륄리ㆍ헨델ㆍ글룩ㆍ하이든도 ‘광란의 오를란도’에 기초한 오페라들을 남겼다.

‘광란의 오를란도’의 전편인 ‘오를란도 핀토 파쵸’는 주인공 오를란도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사랑과 질투, 복수와 분노 중 얽히고설킨 복잡 미묘한 감정을 풀어낸다. 오를란도가 사랑하는 여인 안젤리카의 명을 받아 마법의 여왕 에르실라의 성으로 찾아간다.

에르실라의 전사 아르질라노, 오를란도의 친구인 브란디마르테, 그의 수행기사 그리포네, 그리포네의 전 여자친구 오리질레, 그리고 에르실라의 마법약물을 담당하는 무녀 티그린다와 함께 겪는 해프닝을 그린다. 이렇게 (안젤리카를 제외한) 7명의 등장인물은 7각관계로 복잡하게 얽힌다.

국립오페라단의 이번 ‘오를란도 핀토 파쵸’ 공연에는 이탈리아 제작진과 가수들이 참여한다. 파비오 체레사(연출), 로베르토 페라타(지휘), 마티아 아가티엘로(안무), 주세페 팔렐라(의상), 칠레 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베이스바리톤 크리스티안 센(오를란도), 소프라노 프란체스카 롬바르디 마출리(에르실라), 콘트랄토 마르지아 카스텔리니(오리질레) 등이다.

우리나라 가수들과 스태프도 눈에 띈다. 메조소프라노 김선정(티그린다), 카운터테너 이동규(아르질라노), 카운터테너 정시만(그리포네), 테너 전병호(브란디마르테), 그리고 단 5분간만 등장하지만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안젤리카 역에는 발레리나 김주원이 분했다.
무대 디자인은 뮤지컬 ‘마타하리’ ‘지저스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담당했던 오필영이 맡았다. 시계와 거울을 형상화한 무대가 인상적이다. 국내 원전연주 오케스트라인 카메라타 안티쿠아 서울이 연주한다.

연출을 맡은 파비오 체레사는 “300년 전 작품을 생생하게 살리겠다. 많이 오셔서 바로크 오페라의 진가를 발견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조차 생소한 바로크 오페라의 국내 초연 무대. 국립오페라단의 실험은 주목받을 수 있을까. 18일부터 21일까지 LG아트센터(수~금 7시 30분, 토 3시)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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