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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비핵화 땐 경제지원 제안, 북한이 못 받아들일 것”

중앙일보 2016.05.05 02:01 종합 4면 지면보기

북한 위협 대응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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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 2016’. 왼쪽부터 배명복 본지 논설위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안호영 주미 한국대사,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에번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문정인 연세대 교수. [워싱턴=김상진 LA지사 기자]


서훈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은 ‘북한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션에서 “북한에 ‘비핵화하면 경제 지원을 해 주겠다’고 하는 것은 북한이 보기엔 ‘안보와 경제를 맞바꾸란 말이냐’는 것으로 등가성이 없다”고 말했다.

서훈 “정권 안보 확신 줘야 양보 가능”
정성장 “제재로 정권 붕괴 못 시켜”
아인혼 “압박·외교 이중 트랙 가동
비핵화 전 단계로 핵 동결시켜야”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핵실험 전 중국으로부터의 비료 대량 구입을 통해 식량난 발생을 방지하는 등 영리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제재 압박으로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성급한 기대는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는 “제재와 외교라는 이중 트랙이 필요하다. 외교는 압력 없이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며 “제재가 비핵화 달성까진 아니더라도 북한의 핵 능력 동결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J D 크라우치 전 백안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억지력과 압박을 강화하면서도 협상의 기회를 엿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참석자 주요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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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전 국정원 3차장=우리는 김정은에 대해 거의 모르고 그만큼이나 김정은도 미국을 모른다는 게 큰 문제다. 일단은 만나서 대화해야 한다. 갈 데까지 압박하면 북한이 변화할 순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북한이 도발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에 돌아온다. 북핵 문제의 본질적 성격을 이해하고 그 토대 위에서 접근해야 한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북한은 국제사회가 끊임없이 체제를 위협한다는 ‘피포위 의식(siege mentality)’을 갖고 있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선 본질적인 협상을 하기 어렵다. 실질적으로 비핵화를 요구하려면 ‘핵무기를 통한 안보를 내려놓으면 다른 안보를 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과거 사례로 미뤄 미국과의 관계 개선 등 정권 안보에 대한 확신을 줘야 북한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북한 요구처럼 핵실험 중단만으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할 순 없겠지만 북한이 연합 훈련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 핵실험 중단 및 핵 동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중단과 연합 훈련 중단, 개성공단 재가동,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완화를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해야 한다. 그게 곤란해진다면 한국의 핵무장을 검토할 만하다. 한국이 핵을 개발하고 한·미가 이를 공동 관리·통제한다면 북한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핵 우위가 무너진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미국의 핵보다 한국의 핵을 더 위협으로 느낄 것이고 핵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게 의미가 없어진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특보=최근의 미사일 발사 실험이 실패하긴 했지만 미 본토에 핵탄두를 단 미사일을 도달시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북한의 의지를 꺾기는 쉽지 않다. 기적이 일어나기 전엔 6일 7차 노동당대회에서 북한이 대화를 하자고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대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검증 가능한 완전한 비핵화지만 거기까지 가기 위한 중간 단계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즉 중간 단계의 핵 능력 동결(midterm freeze)이란 목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의 핵 능력이 더 이상 고도화하지 못하도록 막는 데는 제재와 압박이 효과적일 수 있다. 구체적인 기간을 설정해 동결하고 그동안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도 있다.

▶J D 크라우치 전 백악관 부보좌관=지금 상황에선 북·미 간 협상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 북한 정권 자체가 정통성에 의문이 있고 정권을 고수하려는 의지도 강하다. 우리가 한반도에서 직면한 문제는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한반도 전쟁을 막고, 끈기 있게 제재조치를 하면서도 가능한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북한은 연합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데 함께 군사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실질적 동맹이 아니다.
 
▶관련 기사 그린 “한·중 관계 강화와 한·미 우호는 병행 가능”
 
◆중앙일보-CSIS 포럼=중앙일보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미의 대표적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반도 주변 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해 온 연례 포럼. 2011년 출범해 올해로 6회째다. 1962년 설립된 CSIS는 미 정부의 안보·외교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세계적 싱크탱크다. 역대 미 행정부와 의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다수 참여하고 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한다. 미 펜실베이니아대가 선정한 외교안보 싱크탱크 순위에서 2014·2015년 연속 세계 1위로 선정됐다.

◆특별취재팀=김현기·채병건 워싱턴특파원, 안착히·유지혜·서유진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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