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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이 아빠' 이동국 "다섯 아이 중 하나만 안 보여도 허전"

중앙일보 2016.05.05 01:29 종합 10면 지면보기

골도, 아이도 다산(多産)만이 살길이지요.”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공격수 이동국(37)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골을 터뜨리며 K리그 클래식 최초로 250 공격 포인트(184골·66도움)를 기록했다.

인구 5000만 지키자
K리그 간판 37세 베테랑 공격수
쌍둥이만 두 번 낳아 1남4녀
“윔블던 우승 뒤 발리슛 세리머니”
테니스 하는 딸 재아 얘기에 뿌듯
혼자 기저귀 갈고 빨래 해보니
대한민국 어머니들 위대하더라


베테랑 공격수인 그는 요즘엔 ‘애국자’로 통한다. 아이가 무려 다섯 명(1남4녀)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15년째 초저출산국(합계 출산율 1.3명 미만)이다.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다. 아이 다섯과 함께 다복한 가정을 이끌고 있는 그가 ‘애국자’로 불리는 것도 당연하다. 어린이날을 사흘 앞둔 지난 2일 전북 완주군의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대박이 아빠 이동국을 만나 다복한 가정을 이끄는 소회를 들어봤다.
 

축구 이야기만 하다가 아이들 이야기를 하니깐 기분이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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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이동국(오른쪽)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막내아들 시안이를 안고 있다. [사진 전북 현대]


이동국은 아이 이야기가 나오자 ‘아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잉글랜드 미들즈브러에서 뛰던 2007년 쌍둥이 딸 재시·재아(9)를 낳았다. 2013년엔 또다시 딸 쌍둥이 설아·수아(3)를 얻었다. 겹쌍둥이 아빠가 될 확률은 10만분의 1 정도다. 2014년 11월엔 막내아들 시안(18개월)을 낳으면서 다섯 아이의 아빠가 됐다. 이동국은 요즘 TV 예능프로그램(‘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해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하다. 48시간 동안 홀로 5남매를 돌보는 이 프로그램 덕분에 ‘라이언 킹’ 이동국은 요즘 ‘대박이 아빠’로 더 유명해졌다.

“재아에게 엄마가 다섯째를 가졌다고 하니까 당장 ‘대박!’이라며 놀라더군요. 그래서 막내아들 시안이의 태명을 ‘대박이’라 지었어요. 대박이가 세상에 나올 때 쌍둥이가 아닌 한 명이니 손해 보는 기분도 들던데요. 엄마 배 속에서 혼자 외롭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허허.”

귀염둥이 막내아들 ‘대박이’가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해 이동국은 “나는 20년 넘게 축구 해서 겨우 이름을 알렸는데 대박이는 18개월 만에 유명해졌다”며 껄껄 웃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재아는 요즘 테니스를 배우고 있다. 아빠의 운동신경을 물려받았는지 재아는 지난해 초등학교 테니스 1·2학년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만큼 재능이 출중하다.

이동국은 “재아가 ‘테니스 그만하라’는 말이 가장 무섭다더라. 열성이 대단하다”며 “2014년 9월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뒤 재아를 위해 ‘테니스 스트로크’ 세리머니를 펼친 적이 있다. 이를 본 재아가 엄마에게 그랬다더라. ‘언젠가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우승한 뒤 아빠의 전매특허인 발리슛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기특하기도 하고 마음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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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아이 아빠 이동국 “골도 아이도 많을수록 좋아요” 안녕하세요. 축구 선수 이동국(37)입니다. 요즘엔 ‘라이언 킹’이란 별명 대신 ‘대박이 아빠’로 불릴 때가 많더군요. 아시다시피 저는 다섯 아이의 아빠입니다. 골도, 아이도 많을수록 좋지요. 아이들이 쑥쑥 크는 모습을 보면 5명을 낳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5남매를 돌보다 보니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위대함도 느낍니다. 독자 여러분, 가족들과 즐거운 어린이날 보내세요. 이 사진은 지난해 저희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왼쪽부터 설아(3)·재아(9)·아빠 이동국·시안(2)·수아(3)·아내 이수진(37)씨·재시(9). [사진 이동국]


2005년 12월 미스 하와이 출신 이수진(37)씨와 결혼한 이동국은 올해 초 결혼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웨딩 화보를 다시 찍었다. 이동국은 “10년 전에는 아내와 나 단 둘이 찍었는데 이젠 5남매까지 7명이 됐다”고 말했다.

그라운드에선 용맹한 사자 같은 이동국이지만 집에선 자상한 아빠이자 남편이다. 그는 “혼자 기저귀를 갈고, 청소하고, 빨래를 해보니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위대함을 느꼈다. 그래서 휴대전화에 전화번호를 등록하면서 아내 이름 대신 ‘수퍼 맘(Super Mom)’이란 별칭을 입력해놨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또 “아이들을 키울 땐 힘들지만 쑥쑥 크는 모습을 보면 ‘다섯 명을 낳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 명만 안 보여도 허전하다”고 털어놨다.

이동국은 소문난 ‘애처가’이기도 하다. 하와이에 살다가 한국으로 여행 온 이수진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청혼을 했다. 연애 시절 하와이에 사는 아내와 연락을 하느라 국제전화를 밥 먹듯이 걸었다. 이동국은 “당시 국제 전화요금을 다 합치면 ‘억’ 단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직전 십자인대파열 부상을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걸출한 공격수지만 누구보다 굴곡 심한 축구 인생을 경험한 선수이기도 하다. 이동국은 “내가 힘들 때마다 아내가 ‘우린 영화를 찍고 있다고 생각하자. 마지막엔 꼭 웃자’면서 나를 위로해주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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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말처럼 이동국의 축구 인생은 해피엔딩을 향해 가고 있다. 이동국은 올 시즌 발리슛 2골을 포함해 K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7골을 기록 중이다.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펼친 덕분에 ‘이동국의 시계는 거꾸로 흐른다’는 말도 나온다.

이동국은 “축구를 끝내는 순간까지 나의 목표는 언제나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라며 “아빠라면 누구나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가 되고 싶어 한다. 나도 항상 수퍼맨이 돼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완주=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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