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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유해성 보고서 조작 의혹 서울대 교수 긴급체포

중앙일보 2016.05.05 01:19 종합 1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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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4일 옥시레킷벤키저의 의뢰를 받아 살균제의 유해성 실험을 진행한 서울대 조모 교수를 긴급 체포했다. 조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등 옥시 측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 준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서울대 조 교수의 연구실로 한 관계자가 급히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옥시레킷벤키저의 의뢰를 받아 살균제의 유해성 실험을 진행한 서울대 교수를 4일 긴급체포했다.

옥시에 유리한 환경 설정해 실험 뒤
“살균제, 폐손상과 인과관계 불명확”
유사 실험 호서대 교수는 출국 금지
옥시, 교수 계좌로 수천만원 입금
두 교수는 “정당한 자문료” 주장


검찰은 유사한 연구를 한 호서대 교수는 출국금지했다. 두 교수의 실험 보고서 조작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선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이날 서울대 수의학과 조모(57) 교수와 호서대 유모(61) 교수의 연구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옥시는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발표하자 두 교수에게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사망자 70%(103명)를 낳은 최대 가해 업체다.

실험 결과 조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놨다. 유 교수는 옥시 측에 유리한 환경을 설정해 실험하고 해당 살균제가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나온 결과를 일부 은폐한 것으로 조사됐다. 옥시는 용역비 명목으로 서울대와 호서대에 각각 2억5000만원과 1억원을 건넸다. 검찰이 올해 초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자 옥시는 과거 질본의 실험을 반박하기 위해 이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 연구 결과를 의심한 검찰은 두 교수가 옥시로부터 개인 계좌를 통해 수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정당한 자문료”라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옥시의 주문대로 연구 결과를 내놓은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소환조사 도중 체포한 조 교수를 상대로 대가성을 추궁한 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출국금지된 유 교수를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계획이다.

검찰은 옥시의 신현우(68) 전 대표가 살균제의 위험성을 숨긴 허위 광고에 대해 보고를 받고 관련 지시를 하는 등 직접 개입한 정황도 포착했다. 옥시는 2000년 10월 독성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이 담긴 가습기 살균제를 시장에 출시하면서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이라고 광고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환경단체 관계자 등은 영국의 옥시 본사를 항의 방문하고 영국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4일 출국했다. 이들은 현지시간 5일 오전에 열리는 옥시의 주주총회장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리고 회사의 책임을 촉구한다. 또 다른 가해 기업인 홈플러스를 소유했던 테스코 앞에서도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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