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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병 없이 자라준 뇌성마비 아들 대견스러워”

중앙일보 2016.05.05 00:42 종합 2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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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낳았다고 다 부모가 아닙니다. 병들어 아프거나 내 몸이 힘들어도 자식을 끝까지 책임지는 게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해요.”

1급 장애아 44년간 돌보는 이정순씨
8일 ‘장한 어버이’ 대통령 표창받아
“지금처럼만 계속 건강해 줬으면…”

충북 제천시 청전동에 사는 이정순(65·사진)씨는 태어나면서 부터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큰아들 김영민(44)씨를 돌보고 있다. 지체하지기능 1급 장애인인 아들은 혼자 서있거나 앉아 있지 못한다. 팔과 손가락을 조금 움직이는 것을 빼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3평(9.9㎡) 짜리 자신의 방에 줄곧 누워 있는 영민 씨를 하루 종일 돌보는 건 어머니 이씨의 몫이다. 병원에 가야할 때는 119구급차를 부른다.

이씨는 1972년 영민 씨를 낳은 뒤 내내 아들의 손과 발이 되고 있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남편(72)이 출근하면 이씨는 아들에게 세 끼 밥을 먹이는 것에서부터 대소변을 받아내기 것까지 혼자서 책임진다. 1년에 한 번씩 보약을 해 먹이고 철이 바뀔 때마다 제천에서 나는 약초를 구해 달여준다. 그는 “온 종일 집에 있어도 답답하지 않다. 오히려 큰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자라 준 아들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어머니의 사랑 덕분인지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영민 씨는 20여 년 전 스스로 한글을 익혔다. 10년 전엔 컴퓨터도 배웠다. 그는 요즘 아침이면 떨리는 손으로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뉴스를 꼼꼼히 챙겨본다. 이씨는 “아들이 요즘엔 팝송에 빠졌어요. 어눌한 발음으로 혼자 흥얼거리는 수준이지만 세상 어떤 노래보다도 저를 즐겁게 해준다”고 전했다.

영민 씨는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어머니를 위해 깜짝 선물을 하곤 한다. 정부에서 나오는 월 60여 만원의 장애인 수당을 차곡차곡 모아 명절이나 어버이날에 영양제·건강식품 등을 선물한다. 이씨는 “(아들이) 내가 평소 좋아하는 색깔이나 디자인을 눈여겨봤다가 인터넷으로 몰래 옷을 주문한다”며 “최근엔 감색 재킷과 파란색 블라우스, 빨간색 운동화를 선물 받았다”고 자랑했다.

영민 씨의 동생 재명(41)·재완(39)씨는 모두 대학을 졸업해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이씨는 “지금까지 혼자서 큰아들을 돌봐 왔는데 내가 나이를 더 먹어 거두지 못할 때가 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크다”며 “큰아들이 지금처럼만 계속 건강했으면 바랄게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보건복지부가 선정하는 ‘장한 어버이’에 뽑혀 오는 8일 제44회 어버이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제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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