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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몰라요, 여자가 창업할 때 뭐가 힘든지”

중앙일보 2016.05.05 00:41 종합 2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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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기업가들이 창업에 애로를 겪는 경력단절여성과 여대생 등을 돕기 위해 나섰다. 왼쪽부터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장, 김영휴 대전·세종·충남여성벤처협회장, 이성옥 ?나무와 숲 대표.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사는 주부 심봉옥(62)씨는 2014년 말 ‘드레스 북’이란 기구를 개발했다. 셔츠 등 옷 사이에 넣어 구겨지지 않게 해주는 종이나 플라스틱 프레임이다. 심씨는 지난해 ‘드레스 북’ 디자인을 특허신청하고 사업자 등록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매출이 없다. 심씨는 “창업까지 했지만 사업을 꾸려나갈 노하우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대전·세종·충남 여성벤처협회원들
예비창업자에 매달 무료 컨설팅
창업절차·자금마련 등 노하우 전수
“마케팅, 저자세 말고 당당하게”


고민하던 심씨는 지난 2월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혁신센터)를 찾았다. SK그룹이 전담하는 센터에선 당시 대전·세종·충남 여성벤처협회 회원 10여 명이 경력단절 여성과 창업 준비 여대생 등 40명을 대상으로 매달 한 차례씩 무료로 창업 컨설팅을 해주고 있었다. ‘창업여풍 프로포즈’ 프로그램이었다. 여성벤처협회 김영휴(53) 회장은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은 갈수록 늘고 있는데 변변한 창업 상담창구조차 없는 게 현실”이라며 “여성의 고충을 잘 아는 여성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심씨는 ㈜나무와 숲의 이성옥(47) 대표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있다. 이 업체는 그림을 활용해 심리진단과 상담을 해준다. 이 대표는 “출장을 많이 다니는 직장인과 주부 등 주된 소비자층을 명확히 정하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한방차 제조업체인 구인당의 구미경(53)대표는 “창업 절차부터 자금마련 방법까지 창업을 하려면 준비해야 해야 할 게 너무 많다”며 “경험했던 창업 과정을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예비 창업자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산 때문에 초등학교 방과후 교사를 그만둔 허민(38·세종시 종촌동)씨는 나이탓에 재취업이 쉽지 않아 주방용품 관련 아이디어 제품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구대표와 상담한 허씨는 “마케팅을 위해 개인이나 기관을 만날 때 부탁하는 게 아니라 정보를 준다는 마음으로 자신 있게 상대하라는 조언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보건·바이오 분야 벤처기업인 ㈜코드바이오 박선영 대표는 “남성에 비해 활동반경이 좁은 여성은 실력을 쌓기 위해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담자 중에는 창업을 꿈꾸는 여대생도 상당수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3학년 전민지(24·전자정보공학과)씨는 “3D 프린팅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회사를 차리는 게 꿈인데 부모님이 창업보다는 취업을 원해 고민”이라며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해야 좋을 지 몰라 센터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에 스마트비투엠㈜ 송은숙 대표는 “실현 가능성이 큰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만들어 제시하면 허락하실 것”이라고 조언했다.

혁신센터는 앞으로 여성가족부·한국여자대학총장협의회 등과 함께 여성 창업을 본격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대학생 등 젊은 여성 창업에 필요한 정책을 개발하고 창업경진대회 등에 대학생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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