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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벌써 10승…니느님이 보우덴하사 두~산 1위 만세

중앙일보 2016.05.05 00:33 종합 2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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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퍼트는 “미국에선 별명이 없었는데 한국 팬들이 좋은 의미의 별명을 많이 지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보우덴은 “여행을 다니는 걸 즐기는데 한국 생활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승팀을 상징하는 광고판 앞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보우덴(왼쪽)과 니퍼트. [사진 박종근 기자]


프로야구 팬들은 별명을 참 잘 짓는다. 두산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5·미국)의 별명은 ‘니느님’이다. 니퍼트와 하느님의 합성어다. 그만큼 니퍼트의 활약은 독보적이다. 지난해엔 골반과 어깨 부상 탓에 20경기에 나가 6승5패에 그쳤지만 올해는 예전의 기량을 회복했다. 6경기에 나가 6승 무패다. 개막 이후 6연승은 1985년 삼성의 김일융(8연승) 이후 31년 만이다. 다승은 물론 탈삼진(46개)도 단독 1위다. 니퍼트는 “몸 상태가 아주 좋다. 스프링캠프부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최강의 원투펀치 니퍼트·보우덴


니퍼트는 올해 단짝을 만났다. 두산의 제2 선발을 맡고 있는 마이클 보우덴(30·미국)이다. 보우덴은 시범경기에선 다소 불안했지만 시즌이 개막하자 판이하게 달라졌다. 개막 이후 4연승을 달렸다. 1일 KIA전에서 첫 패전을 기록했지만 1점대 평균자책점(1.13)을 유지하며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보우덴은 “기대하지 못했던 성적이다. 포수 양의지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두산의 원투펀치 니퍼트와 보우덴은 올시즌 벌써 10승을 합작했다. 두산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는 이들의 힘이 컸다. 그래서 두산 팬들은 애국가의 한 소절에 두 선수의 이름을 넣어 노래를 만들었다. ‘니느님이 보우덴하사 우리 두산 만세~.’ 지난달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 선수를 만나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는 소감을 들어봤다. 올해로 한국 생활 6년째인 니퍼트는 “두산에서 뛰는게 무척 행복하다”며 입을 열었다.

“두산에서 오랫동안 뛰고 싶어요. 이 팀에서 은퇴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나중에 고맙게도 코치 제안이 온다면 그것도 생각해 볼만 하지요.” (니퍼트)

“니퍼트의 도움 덕분에 한국 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어요. 한국 야구와 팀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니퍼트가 알려줬지요. 한국어 단어도 여러 개 배웠어요.” (보우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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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퍼트는 지난해 정규시즌에선 부진했지만 포스트시즌(PS)에선 괴력을 발휘했다. 5경기(4선발)에서 32와3분의1이닝을 던지면서 겨우 2점만 내줬다. 특히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는 26과3분의2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아 PS 무실점 신기록을 세웠다.

니퍼트는 “시즌 중 많이 쉰 덕분에 막바지 컨디션이 좋았다”고 했다. 경기 최우수선수상을 세 차례나 받으면서 300만원 상당의 타이어 교환권을 받았다. 니퍼트는 “지난해 타이어를 부상으로 받은 뒤 주변에서 타이어 가게를 차려도 되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내 차는 렌트카이기 때문에 타이어는 지인들에게 나눠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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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리노이주 출신인 보우덴은 2005년 보스턴 레드삭스가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47위)로 지명한 유망주였다. 2008년 빅리그에 데뷔한 그는 2012년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됐다. 2013년까지 주로 중간 계투로 나서면서 103경기에서 3승5패를 거둔 게 전부다. 평균자책점은 4.51. 빅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묻자 보우덴의 표정은 다소 어두워졌다. 그는 “적절한 때와 장소를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른손 정통파인 두 선수는 높은 위치에서 공을 뿌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니퍼트의 키는 2m3㎝다. 타자들은 “니퍼트의 공은 마치 2층에서 날아오는 듯한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높은 곳에서 타자 몸쪽을 찔러넣으면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골고루 섞는다. 보우덴의 키는 1m90㎝다. 역시 투수로선 큰 편이다. 결정구로는 빠르게 날아와 툭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쓴다. 보우덴은 “4년 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함께 뛰었던 조너선 파펠본(워싱턴 내셔널스)에게 배웠다”고 했다. 파펠본은 통산 358세이브를 올린 특급 소방수다.

프로야구 팀에선 외국인 선수끼리 종종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도 모 구단 외국인 선수들이 주먹다짐 직전까지 간 일이 일어났다.

두산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한국 생활 6년차 니퍼트는 보우덴의 도우미를 자처했다. 보우덴은 야구장으로 출퇴근을 할 때도 니퍼트의 차를 이용한다. 니퍼트는 “동료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 될 때 내가 도움을 주는 것뿐”이라고 했다. 보우덴이 제일 좋아하는 우리말은 바로 ‘쌍둥이’다. 17개월 된 이란성 쌍둥이(아들·딸)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보우덴은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아이들을 보고 먼저 말을 걸고 친절하게 대해준다”며 흐뭇해했다.

니퍼트는 ‘반 한국 사람’이다. 한국인 선수와 영어와 우리말로 메시지를 주고 받기도 한다. 한글도 어느 정도 읽을 줄 안다. 그는 “읽고 쓰기보다는 말하고 듣기를 더 잘한다. 식당에 가서 내가 원하는 음식을 시킬 정도는 된다”고 했다. 니퍼트는 4년째 성동복지원 아동들을 매달 야구장으로 초청하는 자선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자비로 입장권을 구입한 뒤 어린이들에게 유니폼과 모자·사인볼 등을 선물한다. 니퍼트는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이렇게라도 되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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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덴은 ‘두 얼굴의 사나이’다. 외야수 민병헌은 “보우덴은 평소엔 조용하고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데 마운드에만 오르면 열혈남이 된다”고 했다. 보우덴도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지만 승부욕이 강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고 쑥스러워했다.

두산은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 투수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니퍼트는 꾸준했지만 파트너가 자주 바뀌었다. 그러나 보우덴의 합류로 두산은 최고의 원투펀치를 얻었다. 다니엘 리오스와 매트 랜들이 합작했던 2007년 34승(22승+12승)을 뛰어넘을 기세다. 보우덴은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지금처럼만 한다면 우승도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니퍼트는 “지난해 우승을 하고 느낀 기분은 특별했다. 보우덴이 와서 우리 팀이 더 강해졌다. 한 번 더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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