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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때문에 포수가 된 김태형 감독

중앙일보 2016.05.04 19:11
야구에서 가장 힘든 포지션은 어딜까. 정답은 포수다. 더운 여름에도 포수 장비를 차고, 수백번씩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4일 잠실 LG전을 앞둔 김태형(47) 두산 감독에게 "왜 포수를 택했냐"고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야구 만화 때문이다."

김태형 감독이 말한 만화는 1979년 어깨동무에 연재된 허영만 작가의 '태양을 향해 달려라'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김 감독은 "리틀 야구 선수들이 모여서 대표를 이뤄 미국과 싸운다는 내용"이라고 기억했다. 이 만화의 주인공인 이강토가 포수였다. 김 감독은 "이강토가 포수 장비를 닦는 장면이 있다. 어린 마음에 그게 멋져 보였다"며 "원래 3루수였는데 '감독님에게 포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만화 주인공 이강토는 김태형 감독처럼 작고 다부진 체구다. 8번타자에 포수인 그는 야구를 좋아했지만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다. 이 때 최고의 실력을 갖춘 포수인 강산이 이강토가 다니던 학교로 전학온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이강토는 야구선수였던 아버지와의 특훈을 통해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로 변신해 국가대표까지 발탁된다. 김 감독의 우상 이강토는 김태형 감독의 인생을 바꿨다. 이강토와 달리 끝까지 포수로 활약한 김 감독은 국가대표를 거쳐 프로에서도 우승팀 포수가 됐고, 배터리 코치를 거쳐 프로 감독 첫해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만약 시간을 돌려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김 감독은 어떤 선택을 할까. 김 감독은 "그때가 되봐야 알겠지만 포수가 힘들면서도 매력이 있다"며 다시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김 감독은 "예전에는 포수들이 정말 많은 공을 받았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포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는다"며 웃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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