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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3개월 대출만기 연장

중앙일보 2016.05.0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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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로고

한진해운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채무재조정, 글로벌 해운동맹 유지를 전제로 채무 만기를 연장해주는 조건부 자율협약이다. 7개 은행(산업ㆍ수출입ㆍ농협ㆍ하나ㆍ국민ㆍ우리ㆍ부산 )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회의를 열어 한진해운 자율협약을 찬성으로 가결했다.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준 시간은 3개월이다. 8월까지 협상에 성공해야 대출만기 연장, 출자전환 같은 본격적인 지원을 해주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대출 원리금 회수를 3개월간 유예하고 외부전문기관을 선정해 협상 성공에 대비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출원리금 유예는 필요 시 한 달 더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이 기간 안에 용선료(선박 임대 비용)를 깎지 못하거나 사채권자의 채무 감면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자율협약은 종료된다. 자율협약이 무산되면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이 시한을 3개월로 내건 이유는 재무구조를 신속하게 개선해야 현재 진행중인 글로벌 해운동맹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무상태가 좋지 않으면 해운동맹 편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한진해운의 부채는 총 5조6000억 원이다. 이 중 채권단이 보유한 은행 대출금은 7000억 원으로 많지 않다. 가장 금액이 많은 건 선박금융(3조2000억 원)이다. 배를 살 때 국내외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선박담보대출로 은행 대출금이나 회사채와 달리 채무재조정 대상이 아니어서 만기 연장만 할 수 있다. 여기에 1조5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가 있다. 회사채는 만기를 연장하거나 채무를 조정해야 한다. 당장 다음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1900억 원의 회사채가 고비다.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을 선박금융 만기 연장과 회사채 채무 재조정의 열쇠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 선박 157척 중 93척(59%)가 해외 선주 등으로부터 용선료를 주고 빌린 임대 선박이기 때문이다.

과거 해운업이 호황이던 시절 지금 용선료 시세의 4~5배를 주고 맺은 장기 계약 때문에 연간 1조원 이상의 용선료를 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이 잘 될 경우 해마다 수천억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선박금융 보유 금융회사나 사채권자가 채무 만기연장이나 감면에 보다 긍정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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