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재인 정치 고비 때마다 ‘시’ 정치

중앙일보 2016.05.04 02:48 종합 5면 지면보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요즘 시(詩)로 정치를 한다.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점에 시를 올리곤 해 당내에선 문 전 대표가 ‘음유(吟遊)정치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기사 이미지

페이스북에 시 빗대 심경 표현

지난달 27일 경남 양산 자택으로 내려간 문 전 대표는 2일 페이스북에 시 두 편을 올렸다. 시인인 더민주 도종환 의원의 『여백』과 김종해 시인의 『그대 앞에 봄이 있다』였다. 더민주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하루 전날이었다.

『여백』은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나무 뒤에서 말없이/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로 시작한다. 마무리 문장은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이다. 시인 출신인 신동호 전 문재인 대표실 부실장은 “‘여백’의 의미는 보이지 않는 지지자들이라고 본다 ”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김 대표가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엔 이해인 수녀의 『산을 보며』라는 시를 올렸다. 김 대표와 지난달 22일 만찬 회동 후 차기 당권 문제 등에 대해 양쪽 설명이 엇갈리며 갈등할 때였다. 이 시는 ‘늘 그렇게/고요하고 든든한/푸른 힘으로 나를 지켜주십시오…누구를 용서할 수 없을 때/나는 창을 열고/당신에게 도움을 청합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예전에도 문 전 대표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고비 때마다 시를 찾았다. 그는 지난 2011년 자신의 저서 『운명』을 내면서도 서두에 도종환 의원의 『멀리 가는 물』을 인용했다.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중략)그러나 세상속을 지나면서/이미 더럽혀진 물이나/썩을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고 써 있다.
 
▶관련 기사
[단독] 양산 내려간 문재인, 부산 당선자들과 오찬 "부산이 역할해줘야"
[단독] 김종인 “낭떠러지서 구해놨더니 문재인 엉뚱한 생각”


지난해 12월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 거론되자 ‘뿌리 깊으면야/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라는 내용이 담긴 고정희 시인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를 올렸다.

문 전 대표의 윤건영 보좌관은 “정치에 한 발 떨어져 있는 문 전 대표가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하게 돼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민주가 이날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에 전당대회를 열기로 한 데 대해 윤 보좌관은 “ 그대로 가는 게 맞다”며 “(문 전 대표는) 당론을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하 니 특별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