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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1988 의리’ 세 번 언급…“양국 신뢰, 국민들 덕분”

중앙일보 2016.05.04 02:40 종합 6면 지면보기
이란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저녁(현지시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와 만나 ‘1988년 대림 스토리’를 들려줬다.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대림산업이 공습으로 인해 직원 13명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가스정유소 공사를 마친 일화다.

이란 최고 지도자와 면담서 강조
사흘간 녹·백·적 국기 패션 선보여
박 대통령 북핵 직접 언급 않고도
로하니 발언 통해 북한 압박 효과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양국이 상호 신뢰의 토대 위에서 긴 호흡을 갖고 관계 발전을 모색하자”고 말했다고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62년 수교 이후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양국이 긍정적인 교류협력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양국의 유대와 신뢰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한 양국 국민의 노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면담에 이어 밀라드타워에서 열린 ‘한·이란 문화공감’ 공연장에서도 1600여 명의 관객들에게 대림 스토리를 들려줬다. 박 대통령은 “그런 참화를 겪고도 기업 임직원들이 이란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임무를 완수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3일 오전 열린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대림 스토리를 다시 언급했다. 이틀 만에 세 번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란인의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는 이 이야기를 통해 양국 관계가 신뢰를 기본으로 해야 지속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하메네이 지도자와의 2일 면담에선 큰 틀에서의 양국 협력관계 증진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면담은 30분간 이뤄졌다. 하메네이 지도자는 신정(神政)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절대권력을 갖고 있는 성직자이자 통치권자다.

그는 이 자리에서 “테러와 지역의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이를 더욱 해결하기 어렵다”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한·이란 양국이 협력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는 달리 북한 핵문제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중동 전문가인 한양대 이희수(문화인류학) 교수는 “전통적 우방인 북한을 의식한 것”이라며 “북핵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낸 로하니 대통령과 역할 분담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과거 북한과 군사적 협력을 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89년 하메네이 지도자는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도 이란을 지원했었다. 하메네이 지도자는 2013년엔 이란을 찾은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두고 “전 세대 수령들의 위업을 계승한 분”이라고도 했다. 그런 하메네이 지도자가 박 대통령을 만난 것은 북한과의 관계 균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서정민(중동학) 교수는 “ 북한과 지속적으로 교류를 해 오던 이란의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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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3일 이란 국기 패션을 이어갔다. 방문 중 초록색·흰색·빨간색의 이란 국기 색깔에 맞춰 재킷을 바꿔 입었다. [사진 김성룡 기자]


박 대통령은 사흘 내내 착용했던 흰색 루사리(이란식 히잡)에 흰색 재킷을 입었다. 방문 첫날에는 연두색 재킷, 이틀째엔 분홍색 재킷을 입었던 박 대통령은 마지막 날 흰색 재킷을 입어 이란의 3색 국기(초록색·흰색·빨간색)를 상징하는 ‘복장외교’를 완성했다.

테헤란=신용호 기자, 전수진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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