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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1 간 이식 8시간 생중계…전 세계 의사 500명 시선 고정

중앙일보 2016.05.04 02:11 종합 14면 지면보기

와우, 눈으로 직접 보니 정말 차원이 다르다는 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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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간이식학회에서 국내 양대 간이식센터인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 간이식팀의 수술 장면이 생중계됐다. 학회에 참석한 세계 54개국 의사 500여 명은 8시간 가까이 이어진 이식 수술을 숨죽인 채 지켜봤다. 서울아산병원 수술팀이 복강경을 이용해 2대 1 생체 간이식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최정동 기자]


영국에서 온 외과 의사 웨일 제이섬은 간 이식수술 중계 화면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세계간이식학회에서다. 이날 회의장은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54개국에서 온 500여 명의 외과 의사들로 가득 찼다. 참석자들은 숨을 죽인 채 회의장 한쪽 벽면을 채운 대형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기증자1·기증자2·수혜자라고 표기된 세 개의 수술 영상이 동시에 상영됐다.

50대 간암 환자에 딸·처남 간 이식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 집도
코엑스 세계간이식학회서 상영
혈관·담관 신속·정확히 잇는 게 관건
영국 외과 의사 “차원이 다르네요”


같은 시각 서울아산병원 서관 3층 D로젯 수술실. 간암 환자 박모(54)씨와 딸(20)·처남(55)이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다. 간경화를 오래 앓은 박씨는 최근 간암 선고를 받았다. 암이 그리 크진 않았지만 간 곳곳에 퍼져 있어 간 전체를 잘라내고 다른 사람의 간을 이식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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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씨는 병든 간을 완전히 잘라낸 뒤 딸과 처남에게서 떼어낸 건강한 간 일부를 이식하는 ‘2대 1 생체 간 이식수술’을 받았다. 이승규(67·사진) 서울아산병원 외과 교수가 이끄는 간이식팀이 수술을 진행했다. 이 교수는 이번 학회 조직위원장이다. 이 모습은 수술실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학회 회의장에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가 박씨의 가슴을 절개하자 울퉁불퉁하고 검붉은 간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 교수는 박씨의 간을 적출해낸 뒤 연결된 혈관을 조심스레 묶었다. 옆 화면에는 박씨 딸의 수술 장면이 나타났다. 박씨의 간과 달리 선홍색의 매끈한 모습이었다.

수술팀은 12㎜ 크기의 구멍 5개를 뚫어 나이프와 집게 카메라가 달린 복강경을 집어넣었다. 간의 오른쪽 부분이 서서히 잘려 나가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수술팀은 비닐 주머니를 넣어 떼어낸 간을 담았다. 꺼내는 과정에서 손상을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어 배꼽 아래에 좀 더 큰 구멍을 하나 더 내고 간을 담은 주머니를 조심스레 꺼냈다. 박씨의 처남에게서도 같은 방법으로 간 왼쪽 부분을 잘라냈다. 호텔에 모인 참석자들은 점심시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수술 장면을 지켜봤다.

살아 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내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생체 간 이식은 외과에서도 가장 고난도의 수술로 꼽힌다. 2대 1 수술은 더욱 까다롭다. 이 교수가 2000년 개발한 기법이다.

미국 토머스제퍼슨대 카탈도 도리아 교수는 “2대 1 수술은 기존 수술법에 비해 기증자의 간을 적게 뗄 수 있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식할 때는 환자 체중의 0.7~1% 정도의 간을 이식하는 게 보통이다. 체중이 105㎏에 달하는 박씨는 700~1000g의 간이 필요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딸의 간을 최대한 잘라내도 600g 정도일 것으로 예상됐다. 처남도 지방간이 있어 300g이 마지노선이었다. 박씨가 2대 1 수술을 받게 된 건 이런 사정 때문이었다.

수술 6시간째인 오후 3시가 되자 본격적인 이식이 시작됐다. 수술팀은 박씨의 간이 있던 자리에 딸과 처남에게서 떼어낸 간을 넣었다. 송기원 서울아산병원 간이식외과 교수는 “혈관 8개와 담관·담도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잇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가느다란 혈관이 하나하나 이어질 때마다 회의장 객석에선 비명 섞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 2시간여 작업 끝에 박씨의 몸에 건강한 간이 자리 잡았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회의장에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서울대병원도 부부 생체 간 이식 생중계=바로 옆 회의장에선 서경석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가 집도하는 수술 장면도 생중계됐다. 간경화 말기 환자 김모(53)씨에게 김씨 부인(51)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서 교수는 복강경을 이용해 부인의 간을 떼어내면서 자외선을 내뿜는 형광 카메라를 활용했다. 카메라로 수술 부위를 비추자 담도가 녹색으로 빛났다.

이광웅 서울대병원 교수는 “수술 30분 전 환자에게 주입한 형광물질을 형광 카메라로 보면 보다 정확히 담도를 절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보종병원 외과 의사 올리비에 수브란은 “한국 의료진은 복강경으로 어떻게 저렇게 섬세하고 빠르게 수술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마치 마술을 보는 듯하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술 집도한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교수

1973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고려대병원 외과를 거쳐 89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 94년 국내 최초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살아 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에 성공. 2000년엔 세계 최초로 2대 1 생체 간이식 수술 창안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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