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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연구역 5년 새 25배, 흡연자들 “차라리 끊을까”

중앙일보 2016.05.04 01:25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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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시청역 출입구 계단에 금연구역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지난 1일 서울의 지하철역 출입구에서 10m 이내의 지역이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9월부터는 이 곳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최대 1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사진 서울시]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도선동의 왕십리역 2번 출구 옆. 직장인·대학생과 성동구청 직원 2명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언성을 높이던 이들은 “앞으로는 과태료도 물게 된다”는 직원의 말에 굳은 표정으로 담뱃불을 껐다.

2011년 청계천·광화문광장 첫 지정
단속 3년 뒤 남성 흡연자 3.5%P 줄어
지하철역 10m 이내도 이달부터 안돼
“담배 필 곳 너무 없어” 불만 목소리도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에 따라 서울시가 지난 1일부터 지하철역 출입구 1673곳 주변을 금연구역으로 정하면서 시내 곳곳에서 이같은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지하철역 출입구에서 10m 이내의 지역에서는 흡연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넉 달의 계도 기간을 거쳐 9월부터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서울시의 이런 조치에 대해 흡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아예 서울시 밖으로 나가 살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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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금연구역 지정은 2011년 청계천과 광화문광장에서 시작됐다. 이어 같은 해 관악구가 자치구 최초로 서울대입구역 등 관내 지하철역 5곳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듬해에는 강남대로 서쪽 지역(서초구)도 금연구역이 됐다. 이어 PC방(2013년), 식당(2014년) 등 실내흡연에 대한 중앙정부의 규제도 강화됐다. 2011년에 670여 곳에 불과하던 시내 금연구역은 올해 1만6500여 곳으로 5년 만에 약 25배가 됐다.

흡연 공간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흡연자들의 행동 양태도 다양해졌다. 서울 중림동의 택배업체 직원 정모(31)씨는 ‘적응’을 택한 사례다.

그는 배달을 하기 전 서울역 흡연실로 직행해 한 개비 피운다. 정씨는 “근무 전 담배를 피워야 힘이 나는데, 예전처럼 길가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흡연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최모(40)씨의 사내는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최씨는 자신을 ‘두리번족’이라고 표현했다. 습관적으로 주변을 휘휘 둘러보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흡연자가 있는지를 확인한 뒤 있으면 얼른 담배를 입에 문다”고 말했다. ‘전향파’도 있다. 대학생 김경훈(23)씨는 2년 전부터 전자담배를 애용하고 있다. 김씨는 “담배 피우려고 이곳 저곳 기웃거리는 게 구차스러워 일단 전자담배로 바꿨다”고 말했다. 서울시에는 600여 곳(지난해 말 기준)의 전자담배 판매 업소가 있다.

일각에서는 금연구역 확대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구청 공무원은 “단속을 하다보면 거칠게 항의하는 경우가 많아 과태료 부과가 어렵다. 구역을 늘리기에 앞서 단속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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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울시는 금연구역 확대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서울시의 흡연자 수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성인 흡연 인구(남성 기준)는 2011년 42%에서 2014년 38.5%로 3.5%포인트 감소했다. 금연구역이 시내에 도입되기 이전인 2008~2010년 흡연율 감소 폭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비흡연자들은 대체로 금연구역 설정을 지지하고 있다. 최서영(37)씨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의 흡연금지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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