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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소원 이뤄주는 게 내 다음 소원”

중앙일보 2016.05.04 01:07 종합 2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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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영씨가 2014년 메이크어위시재단이 주최한 ‘희망의 밤’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 메이크어위시재단·디즈니코리아]


2003년 당시 7살이던 정택영(20)씨의 집엔 30년 된 25만 원짜리 중고 피아노가 있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학원에 다니진 못했지만 그의 실력은 동네 피아노학원 원장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학원비는 내지 않아도 됩니다.” 이후 6년 동안 13명의 선생님이 거의 공짜로 그를 가르쳤다.

6년 전 메이크어위시재단 도움으로
피아니스트의 꿈 이룬 정택영씨
오늘 ‘스타워즈데이’ 무대서 공연
기념품 판매 수익금 재단 기부


2009년 7월,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외삼촌댁을 방문했다가 처음 그랜드피아노를 접했다. 정씨의 어머니 권은주(55)씨는 “아들이 뭔가에 그토록 즐겁게 몰입했던 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루 6시간 이상 피아노에 매달려 있던 그를 멈추게 한 건 혈액암 중 하나인 버킷림프종이었다. 불행은 겹쳐 왔다. 비자가 만료돼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됐다. 다행히 캘리포니아 주 정부와 혈액암협회가 나서 1년간 치료비 13억을 지원했다. 정씨는 “당시 놀라운 타이밍에 많은 분의 은혜를 입었다”고 말했다.

2010년 10월, 치료를 마치고 귀국했지만 그는 더이상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 “손도 굳었고 자신감도 없었죠.” 레슨 비용도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정씨는 방에만 틀어박혔다. 어머니 권씨는 우연히 알게 된 메이크어위시재단(이사장 손병옥)에 도움을 요청했다.

재단을 통해 연계된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사업부) 봉사팀 ‘사나래’는 그의 마음을 다독이기에 나섰다.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퇴근 후 온 사나래 봉사팀과 친형, 친누나처럼 게임하고 이야기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됐어요.” 정씨는 지금도 사나래 멤버와 연락하고 만난다. ‘다시 피아노 레슨을 받고 싶다’는 그의 바램은 메이크어위시재단이 이뤄 주었다.

이 재단은 국내 유일의 ‘소원성취 재단’으로 난치병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미국에서 1980년 시작됐다. 국내엔 2002년에 설립돼 지금까지 난치병 아동 3250명의 ‘무인도에서 치킨 먹기’,‘ 반기문 사무총장 만나기’,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타기’ 같은 다양한 소원을 들어줬다.

2011년 6월, 정씨는 메이크어위시 재단의 레슨비 지원을 받아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했다.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장학금을 지원했다. 그는 전액 장학혜택을 받고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정씨는 “그땐 몸이 힘들어도 주변의 지지에 더 피아노 연습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덕분에 고등학교 2학년이던 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오케스트라 지휘과에 합격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주변에서 사랑과 관심을 조금씩 나눠준 덕분에 멋진 청년이 됐다”고 했다. 정씨의 다음 소원은 ‘소원을 이뤄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4일 서울 자양동 컨테이너 쇼핑몰 커먼그라운드 상설무대에서 단독공연을 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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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을 후원하는 디즈니코리아의 ‘스타워즈데이’행사장을 찾은 모습. [사진 메이크어위시재단·디즈니코리아]


무대는 ‘스타워즈데이’를 기념해 디즈니코리아가 마련했다. 공연장에서 팔리는 스타워즈 기념품의 판매 수익은 메이크어위시재단에 기부된다. 스타워즈 데이는 영화 속 대사 ‘포스가 당신과 함께 하기를’(May the Force be with you)의 영어 표현이 5월 4일(May the Fourth)과 비슷하게 들리는 데서 유래했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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