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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들여다보는데 잇지 않는 바보?

중앙일보 2016.05.04 00:03 경제 11면 지면보기
<본선 4강전 1국> ●·이세돌 9단 ○·커 제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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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보(77~85)= 프로들은 반발의 생리를 가졌다. 상대의 응수타진에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은 주문을 거스르는 수단이다. 79로 하나 붙여갔을 때 80의 젖힘은 당연한데 바로 83으로 끌지 않고 슬쩍 수순을 비튼 하변 81이 변화의 먹구름을 몰고 왔다. 여기서 즉각 ‘참고도 1’의 백1로 찔러 살자고 하면 어떻게 될까. 흑2로 하나 끊어두고 4로 늘어 싸우는 복잡한 싸움이 되는데 백7, 9를 선수하고 버티면 될 것 같지만 흑10, 12로 바꿔치기를 결행하면 이 결과는 백이 곤란하다. 궁하면 손 빼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교훈은 모두 도전과 응전의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던 커제가 손을 돌려 82로 들여다본다. 바꿔치기를 원한다고? 그럼, 아예 판을 더 키우지 뭐. 그런 뜻이다. 들여다보는데 잇지 않는 바보. 그런 교훈이 있다고 이런 장면에서 아무 생각 없이 덜컥, ‘참고도 2’의 흑1로 이어주면 백2가 안성맞춤. 다음 백a의 수단이 있어 흑3이 불가피한데 그때 백4로 봉쇄하면 흑 3점이 크게 말려들어가 좋지 않다. 결국, 83으로 끌어 흑은, 하변 백을 잡고 백은, 84로 뚫어 좌하 쪽을 크게 접수하는 바꿔치기가 이루어졌다. 상변 85는 검토실의 예상에 없던 침투.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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