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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국방] 미사일·전투기까지 수출…한국 방위산업 비약적 성장

중앙일보 2016.05.04 00: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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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총 한 자루 만들지 못해 시행착오를 되풀이한 지 40년, 한국 방위산업은 비약적 발전으로 전투기 같은 고부가 제품 수출이 늘고 있다. 특히 첨단 미사일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우리 군이 운용 중인 ‘천궁’의 구성과 발사 이미지. [중앙포토]

“우리가 만들어낸 병기들이야…금년도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어”

방산수출 2005년 2억6000만달러
작년 35억달러 … 10년새 13.5배↑

1971년 12월 16일. 빨간 카페트가 깔려 있는 청와대 대접견실에 들어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얼굴에 미소를 띄며 “우리도 이제는 이런 정도까지 발전하게 된 거야”라며 기뻐했다. 60㎜ 박격포를 비롯해 접견실에 전시돼 있는 8종류의 새로 만들어진 무기들을 보면서다.

박 전 대통령이 “20개 사단을 경장비 사단으로 무장시키는데 필요한 무기를 개발하고 생산하라”고 지시한 지(71년 11월 10일) 한 달 보름이 지난 시점이었다. 6·25전쟁이 끝난 지 20년 가까이 변변한 포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우리나라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면서 순식간에 각종 무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번개처럼 만들어내다보니 사업 명칭도 ‘번개사업’이라 정했다. M1소총과 카빈소총, 기관총(M1919 A4) , 박격포(60㎜ M19), 수류탄(MK2), 지뢰(M18A1), 3.5인치 로켓발사기(M20A1), 신형로켓발사기(66㎜)가 대상이었다.

문을 연 지 2년도 안 된 국방과학연구소는 총포(1실), 탄약(2실), 로켓(3실), 통신전사(4실), 기동장비(5실), 장구 및 물자(6실) 등으로 개편했다. 이어 연구원들은 청계천으로 뛰어 다녔다. 미군이 남기고간 공구와 장비, 심지어 기술교범까지 거래되고 있어서다. 일본식 가내 공장(마치코바) 같은 작은 철공소도 청계천에 있었다.

미국 무기들을 역(逆)설계 하며 대통령에게 시사회는 했지만 성능은 한참 못미쳤다. 시행착오도 되풀이됐다. 당시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박격포 개발에 참여했던 민성기 박사(예비역 준장)는 "미제 박격포 제원을 가져와 그대로 박격포를 제작했다”며 “그러나 시험사격을 했는데 포탄이 비행 도중 추락하고 사거리가 미제의 절반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 방위산업 40년을 맞아 한국 방위산업학회가 내놓은 『방위산업 40년, 끝없는 도전의 역사』에서다. 원인을 찾지 못하다 미제 박격포 실물을 가져다 비교해보니 포신 길이가 1.5㎝가 짧았다. 설계도에 나와 있는 ‘인치’를 센티미터로 환산할 때 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1인치=2.54㎝지만, 소수점 둘째자리의 0.04㎝를 무시하고 2.5㎝로 환산을 하다 보니, 37인치의 포신 길이가 미제보다 1.5㎝가 짧게 제작이 됐던 셈이다.

4.2인치 박격포 역시 포탄이 공중에서 회전하거나(텀블링), 공중 낙하하기 일쑤였다. 포신 안쪽에 홈을 만들어 포탄의 비행을 일정하게 유지토록 하는 강선(腔線)을 만드는데 완제품을 분해하고 설계도를 만드는 역설계 방식을 취하다 보니 생긴 상황이었다.

이처럼 한국 방위산업의 시작은 미약했다. 소총 한 자루, 박격포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해 역설계하며 시행착오를 되풀이한지 40년 한국 방위산업은 비약을 거듭하고 있다. 2013년 방산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0조(10조 4650억원)를 넘어선데 이어, 업체 가동률도 같은 해부터 60%를 웃돌고 있다. 2011년 23억8200만 달러(2조 7180억여 원)이던 방산 수출액도 2012년 23억5300만 달러, 2013년 34억1600만 달러, 2014년 36억1200만 달러(4조 1220억여 원, 2015년 방산통계연보)로 급상승중이다. 2005년 방산수출액이 2억6000만 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35억 달러(잠정)로 10년만에 13.5배나 늘었다. 세계 방산시장도 커지고 있다.

고무적인 건 전투기와 함정 등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미국의 고등훈련기(T-X) 사업을 한국이 수주할 경우 최대 1000대 가량의 훈련기를 수출하게 된다. 이명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홍보부장은 “선진국들은 높은 부가가치는 물론이고 생산과 고용, 수출 파급효과가 크고 다른 산업의 성장과 발전의 토대가 되는 성장 동력인 항공산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며 “항공산업은 국가 안보의 초석이자 미래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원천”이라고 말했다. 중형차 한대의 1㎏당 가격이 1만원인데 비해 전투기의 경우 1㎏당 435만원으로 ㎏당 단가를 단순비교할 경우 435배나 된다.

과거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첨단 미사일이나 자주포 분야서도 국제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소총탄에서 시작된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이 첨단 분야로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원한 방위산업 대표는 “자주국방에서 시작된 방위산업이 앞으로는 효자 역할을 할 날이 머지 않았다”며 “업체들마다 최고 수준의 기술력은 이미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덕순 객원기자 song.deoks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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