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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공 상담소] 적성 애매한 중위권이라면 이과 고려해 보세요

중앙일보 2016.05.04 00:02 Week&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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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되는 고교 문·이과 선택

고1 학생들은 6월까지 문·이과를 결정합니다. 최근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인구론(인문계의 90%가 논다)’처럼 문과를 비하하는 유행어가 떠돌 정도로 문과의 전망을 어둡게 보는 보는 경우가 많아, 학부모들은 ‘일단은 이과’를 선택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자칫 계열 선택을 잘못해 아이의 적성에 안 맞는 공부를 시키는 건 아닌지 고민도 됩니다. 문·이과 선택을 둘러싼 고민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Q1. 문과 성향인데 취업 안 될까 걱정돼요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해 적응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지냈는데, 벌써 문·이과를 결정해야 한다는군요. 성향만 보면 제 아들은 문과가 더 적합합니다. 어려서부터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숫자에는 다소 무딘 편이었습니다. 시험 성적도 국어나 역사 과목은 80~90점, 과학이나 수학은 70~80점 정도입니다. 아이 역시 “이과는 수학이 어려워서 자신 없다”고 하고요. 하지만 문과에 가면 대학 문도 좁고, 취업 문은 더 좁다고 하니 걱정이 됩니다. 성적도 중상위권 수준인데, 계열 선택을 잘못하면 대학 간판이 달라질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요. 그냥 “아이에게 맡기라”거나 “진로에 맞춰서 가라”는 막연한 답변보다 문·이과 중 어디가 대학 진학에 유리한지 정확한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대학 간판에만 관심을 두는 제가 너무 속물 엄마인가요. (진모씨·45·서울 상암동)

Q2. 꿈이 구체적이지 않아 혼란스러워요

엊그제 고1 딸 아이가 “담임 선생님이 이번 달 안에 문·이과 정하라고 하셨다”고 얘기하는 걸 듣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이의 적성이나 성향이 그리 뚜렷한 편이 아니라 혼란스럽기 때문입니다. 일단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어보자, “선생님”이라고만 답하더군요. 어떤 과목을 가르치고 싶은지, 초등학교나 중·고교 중 어디서 근무하고 싶은지 등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꿈은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또 금방 바뀔 수도 있으니 꿈만 보고 계열을 정하기는 어려운 일 같습니다. 외동딸이라 이런 중요한 결정은 처음이다 보니 제가 실수나 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선배 엄마에게 자문을 구하니 어떤 이는 “수학 성적이 특출난 게 아니라면, 문과 보내는 게 낫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문과는 학생 수가 적어 내신 받기 더 힘들다”며 이과를 권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누구 의견이 맞는 걸까요. (박모씨·46·서울 삼전동)

A. 계열 선호도 모호할 땐 전략적 선택을

고1 때 문·이과를 정하고, 2학년 때부터는 계열별 선택 과목을 골라 본격적인 수능 준비를 시작합니다. 문·이과를 가를 때는 국어와 사회 과목을 좋아하는 학생은 문과,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학생은 이과로 진학시키는 게 보통이지요. 문제는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학생은 사실 많지 않다는 겁니다.

학교 현장에서 보면 전교 1~2등을 하는 최상위권 학생은 문·이과적 기질을 고루 갖춘 경우가 많습니다.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전 과목에 걸쳐 두각을 나타내니 사실 어느 계열을 선택해도 무방합니다. 학급에서 5위 이내에 드는 상위권 학생은 다릅니다. 선호하는 과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학생들이 자칫 문과와 이과를 잘못 택하면 몇 과목은 아예 포기하게 되고, 대입에서 결정적인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 수준의 학생은 타고난 기질을 정확히 파악해 계열을 선택하는 게 관건입니다.

중상위권부터는 이런 기질 차이가 뚜렷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문·이과 선택을 두고 가장 고민이 많은 학생도 중위권 학생인 경우가 많고요. 학교에서는 대입에 유리한 전략적 선택을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과’를 추천하는 겁니다. 문과에 가겠다는 학생 중에 국어와 사회 과목을 정말 좋아하고, 원하는 진로도 그쪽이라면 굳이 이과를 갈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단지 ‘수학에 자신이 없어서’라는 단순한 이유로 문과에 가겠다면 이과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문과에서도 수학을 배워야 하는 데다, 대학 입시에서 이과의 선발 인원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어느 계열을 선호하는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좀 더 운신의 폭이 넓은 쪽을 택하는 게 전략적이라는 얘깁니다.

이과가 취업이 잘될 것 같다는 생각에 문과 성향이 뚜렷한 학생을 억지로 이과로 들이미는 건 절대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라는 얘기도 하고 싶습니다. 현재 고1 학생이 사회에 진출하는 건 최소한 6년 뒤의 일입니다. 하루가 멀다고 산업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는데, 6년 이후에 어느 분야로 취업하는 게 유리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학부모도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또 2015 교육과정 개정안이 시행되는 2018학년도부터는 문과와 이과를 나누는 교육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될 예정입니다. 문·이과 관계없이 모든 과목을 배우고 창의력을 키우는 융합교육, 통합교육을 추구하는 겁니다. 이미 대학에서도 교차 지원을 허용한 지 오래고요. 문과와 이과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는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여기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도움말=신동원 휘문고 교장, 곽영주 불암고 진로진학부장, 문경보 대광고 진로상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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