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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논문 써야 명문대 합격? 수업부터 챙기라는 대학

중앙일보 2016.05.04 00:02 Week&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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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연구 주제를 선정한 뒤, 그 주제를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해 해결하는 과정과 그 결과를 객관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대학원의 논문 지도 강의가 아니다. 경기도의 한 일반고 방과후수업 내용이다. 이 학교는 1년 과정의 방과후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20장 내외의 소논문을 한 편씩 작성하게 한다. 영재학교와 과학고,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 등에서 4~5년 전부터 본격 시행해온 R&E(과제연구)와 소논문 작성 과정을 최근 1~2년 사이에 거의 모든 일반고도 도입했다.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 경쟁력 있는 스펙으로 소논문이 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은 “소논문 열풍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현상이며, 소논문의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소논문을 둘러싼 오해와 혼란, 대학의 입장을 정리했다.

일반고까지 번진 소논문 열풍

일반고, 교내활동 강조하려 경쟁적 도입
사교육, 편당 300만~500만원 대행업체도
대학 “소논문 여부 주요 평가 지표 아냐”


학생부 경쟁력에 대한 불안감

현재 고2가 수능을 치르는 2018학년도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대폭 확대된다. 서울대는 수시모집 선발 인원을 76.7%에서 78.4%로 늘렸다. 이 중 지역균형 선발을 제외한 일반전형은 모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자를 뽑는다. 연세대는 학생부교과전형을 폐지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을 신설했다. 고려대는 논술전형을 없애고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율을 61.5%로 늘렸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내신과 교내활동이다. 이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면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합격생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고교 교육 정상화'라는 목적에 맞춰 교내 생활을 얼마나 충실히 했는가를 대입의 중요 평가 요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일반고 학생과 학부모가 불안감을 호소하는 게 이 대목이다. 교내활동이 부족하니 학생부의 내용은 대동소이할 수밖에 없고, 일반고 학생들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일반고에 재학 중인 김지훈(2학년)군은 “특목고나 자사고에 비해 교내활동 프로그램이 단조롭다”며 “동아리·봉사활동·독서·교내상이 전부인데, 그나마 숫자도 많지 않아 전교생의 학생부가 천편일률적이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경쟁적으로 ‘소논문 쓰기 반’을 개설하는 건 이 때문이다. 학생의 진로나 관심 분야에 맞는 주제로 소논문을 작성하고 관련 교내대회에서 수상한 실적을 학생부에 기재해야 대학 입학사정관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거다. 백영고(경기도 안양) 오상길 교감은 “R&E나 소논문 쓰기 등 특목고·자사고에서만 운영하는 특별한 교육과정에 대해 일반고 학생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쉽다”며 “특목고와 비슷한 수준의 비교과 프로그램을 제공해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학교의 몫”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소논문 관련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지난해 학교에서 개설한 방과후수업에 참여했던 최모(2학년·서울 강서구)양은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10명이었는데, 그중 2명만 논문 쓰기에 성공했다”며 “담당 선생님이 두 시간 정도 논문 쓰기 순서와 전체적인 개요를 설명해준 뒤, 연구 주제를 정하고 연구 방법을 설정하는 등 논문은 각자가 알아서 써와야 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일부 학교에서는 논문 작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없이 형식적으로 방과후수업이나 동아리를 개설한 후 나머지는 학생의 몫으로 미뤄놓는다”며 “논문을 완성한 학생을 보면 거의 대학교수나 연구원의 자녀”라고 꼬집었다.

교사들은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논문 지도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일반고 장모 교사는 “영재학교나 과학고, 자사고 등은 학생 수도 적은 데다 교사도 거의 석·박사 출신이라 적극적인 논문 지도가 가능하다”며 “일반고에서 수십 명의 학생을 상대로 수업과 각종 행정 업무를 도맡고 있는 교사가 논문까지 지도해준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교육 업계에는 아예 소논문을 대필해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이미애 교육컨설턴트는 “대치동에서 고교생을 대상으로 소논문 작성을 대행해주는 회사 형태의 학원이 늘고 있다”며 “논문 한 편당 300만~500만원 선”이라고 밝혔다. 이 컨설턴트는 “학생부에는 교내활동만 기록할 수 있지만, 학생이 외부에서 만들어온 소논문이라도 담임교사의 재량에 따라 학생부에 기록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소논문보다 독서·봉사·동아리 우선해야

학생과 학부모, 학교까지 현실적으로 어려운 소논문 작성에 매달리는 이유는 하나다. 소논문을 작성해 교내대회에 수상한 경력이 학생부에 실리거나, 자기소개서에 소논문 작성 과정에서 깨달은 바를 소상히 밝히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란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의 설명은 전혀 다르다. 차정민 중앙대 선임입학사정관은 “소논문 작성 여부가 학생 평가에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차 선임사정관은 “학생의 소논문이 학교의 어떤 교육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을 면밀하게 살피기 때문에, 학교 교육과정과 별개로 쓰인 논문이라면 교내활동의 결과물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상우 연세대 입학처담당관도 “고등학교 수준에서 질적으로 우수한 소논문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단순히 썼다는 기록만으로 점수를 주는 게 아니라, 어떻게 주제를 찾았고 연구 과정에서 어떤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얻었는지 등의 성장 과정을 묻는다”고 말했다. 전 담당관은 “이런 자신만의 성장 스토리를 굳이 소논문 작성 과정이 아니라 독서나 봉사활동을 통해 보여주는 게 훨씬 효과적인 경우도 많다”는 얘기도 했다.
 
국중대 한양대 입학총괄팀장은 “사교육업체에서 대신 만들어준 소논문을 학생부나 자기소개서에 언급하는 건, 오히려 덫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소논문을 주요한 경험으로 기술하면 면접 과정에서 반드시 심층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며 “심층 면접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작성하지 않은 논문임이 드러나면 합격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자초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가장 중시하는 건 ‘수업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다. 차 선임사정관은 “수업 시간에 재미있는 과목이 무엇이었는지, 배운 내용을 토대로 탐구하기 위해 어떤 교내활동을 활용했는지에 대해 독서나 동아리 활동과 제대로 연결해 설명하는 게 관건”이라며 “실제 서류를 검토해보면 수업 얘기는 거의 없고, 그 외의 시간에 뭘 했는지만 기술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도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소논문은 절대로 필수 요소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애 교육컨설턴트는 “소논문은 우선순위로 치면 6~7위 정도일 것”이라며 “내신 관리를 잘하면서 독서와 봉사·동아리 활동을 우선적으로 챙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영주 서울진학지도협의회 이사(한성여고 교사)는 “소논문을 학생부종합전형의 만능열쇠로 인식하는 건 엄청난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이 원하는 건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교사와 상호작용을 통해 학생이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동아리나 봉사활동, 독서 등을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게 대학으로 가는 훨씬 쉽고 확실한 길”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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