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번 주 경제 용어] 용선료

중앙일보 2016.05.04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요즘 해운회사의 ‘용선료’ 문제가 신문과 TV를 뜨겁게 달구고 있죠. 용선료 인하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열쇠라고 합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용선료를 낮추지 않으면 더 이상 지원은 없다고 엄포도 놓았습니다. 용선료가 과연 뭐길래 이렇게 시끄러운 걸까요.

해운사가 배 빌려 쓰는 비용
호황 때 비싼 값에 장기계약 맺어
경기 나빠지자 경영에 큰 부담 돼

용선료는 해운사가 선박을 빌려 쓰는 대신에 선주(배의 주인)에게 지불하는 일종의 임대료입니다. 해운사가 배를 왜 빌릴까요. 해운사는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고, 하주(화물 주인)로부터 돈을 받아요. 그런데 화물이 넘쳐 배가 부족하고, 운송 스케줄을 맞추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배를 빌려와야겠죠. 해운업의 특성상 한번 놓친 고객을 다시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 용선료가 지나치게 비싸단 얘기가 나오고 있죠. 분석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적정 가격보다 3~5배 정도 부풀려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이유를 따라가보면 해운업이 한창 잘 나가던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세계 경제에는 돈과 소비, 투자가 넘쳤습니다. 미국 금융가의 투자 열풍과 인건비가 낮은 중국의 가파른 경제 성장 덕에 세계 경제는 물가상승 없는 호황을 누렸죠. 자동차·전자·패션 등 모든 분야의 소비도 활발했죠. 당연히 나라 간 교역량도 늘면서 해운업도 활황이었습니다.

경기가 워낙 좋다 보니 화물을 나를 배가 부족해지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때 해운사들은 비싼 용선료를 치러도 좋으니, 선박을 많이 확보하자며 동분서주했죠. 당연히 선주들은 용선료를 올리기 시작했고, 해운사는 선박을 놓치지 않기 위해 10년 이상의 장기 용선 계약을 맺어버렸죠. 비싼 돈을 주고 말이죠.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세계 경제가 나빠지자 물동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어요. 종합주가지수처럼 글로벌 해운 물량을 지수로 보여주는 발틱 화물운임지수(BDI)를 보면 2007년 7071까지 치솟았던 것이 지난 22일엔 688로 뚝 떨어졌어요. 9년새 10분의 1이 된 거죠. BDI가 처음 발표된 1985년의 1000보다도 낮습니다. 물동량이 줄었으니, 당연히 운임도 줄었을 테죠. 비싼 용선료는 이제 해운사의 가장 큰 부담이 돼 버렸습니다.

김유경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