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에서] 애널리스트 되고 싶은 사람…2년 연속 아무도 없었다

중앙일보 2016.05.04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김성희
경제부문 기자

금융투자협회는 71시간 교육을 받으면 기업 분석을 하는 애널리스트 자격을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일하고 있는 보조 애널리스트(RA)를 대상으로 교육하는 ‘금융투자분석사’ 연수 과정이다. 애널리스트 양성을 위해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2010년 도입했다.

‘힘든 만큼 보상’ 한때 지망 1순위
불황에 이젠 구조조정 1순위로
금융투자협, 연수과정 폐지 검토


금투협은 최근 이 과정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청자가 없어서다. 최근 2년 간 이 과정을 신청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A증권사 센터장은 “회사가 직원 뽑아서 현장에서 훈련시키면 되지 71시간 교육으로 얼마나 배울 수 있겠냐”며 “요즘에는 애널리스트 인기가 예전만큼 못해 RA 인원이 회사별로 많지도 않다”고 전했다.

한때 애널리스트는 증권업계 ‘꽃’이라 불렸다. 증권사 입사를 희망하는 취업생이나 신입직원에게 애널리스트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RA 기간인 1~2년 동안 밤낮없이 선배 애널리스트를 보조하고 주말에 나와 국내외 분석자료를 챙기는 것이 고되지만 해볼 만했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몇 년째 이어지는 경기 불황에 거래대금은 줄고 증권사 수익이 감소하면서다. 덕분에 ‘몸값 비싼’ 애널리스트가 구조조정 1순위에 오른 지 오래다. 여기에 최근 증권사들의 인수합병(M&A)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이들 자리는 더 위태로워졌다.
 
기사 이미지

미래에셋대우 한 연구원은 “억대 연봉은 고사하고 매년 연봉 협상 때마다 윗사람과의 눈치싸움이 심한데 올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최근 선후배나 동료들에게 이직 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말했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올 들어 국내 10대 증권사에서 직장을 옮긴 애널리스트는 30명으로 이 중 절반 정도는 자산운용사로 옮기거나 창업하는 등 다른 분야로 이직했다.

애널리스트 수도 계속 줄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57개 증권사에 소속된 애널리스트는 1090명으로 2012년(1399명)보다 22% 감소했다. 국내 증권사 중 애널리스트 수가 가장 많은 NH투자증권은 현재 75명으로 2012년(101명)에 비해 25% 줄었다.

심지어 57개 증권사 중 애널리스트가 아예 없는 회사도 6곳이나 된다. 애널리스트 수가 줄다 보니 회사에 남아 있는 애널리스트의 업무는 나날이 늘고 있다. 대신증권 한 연구원은 “매일 새벽 7시에 출근해 밤 9시 넘어야 퇴근할 수 있을 정도로 일이 많다”며 “리포트라도 내려면 주말에도 출근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신규 채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애널리스트 연령대도 높아졌다.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나이는 36.9세로 지난 2011년 6월 33.4세에 비해 3.5세 정도 높아졌다. 평균 경력 기간은 5년 6개월로 짧은 편으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애널리스트는 172명뿐이다. 시간과 업무에 쫓기다 보니 리포트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증권사 보고서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도 갈수록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신뢰를 잃은 증권사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이럴수록 긴 안목으로 인재를 키우는 지혜가 아쉽다.

김성희 경제부문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