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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화만사성] 열량은 짜장면보다 낮아, 나트륨은 김치찌개와 비슷, 방부제는 안 써

중앙일보 2016.05.04 00:01 부동산 및 광고특집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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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라면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낸 2015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에 따르면 국민 1인당 1년에 라면을 평균 76개(120g 기준)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라면 매출은 2013년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온 가족이 라면을 즐기지만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도 많다. 가정의 달을 맞아 ‘국민음식’ 라면에 숨은 이야기를 풀어본다.

‘국민 음식’ 라면, 오해와 진실

1965년 닭고기 육수로 만들어 첫선

우리나라의 최초 라면은 1963년 삼양식품이 출시한 ‘치킨라면’과 ‘삼양라면’이다. 라면 강국인 일본에서 설비 및 제조법을 들여와 라면을 만들었다. 2년 후인 65년 9월 농심(당시 ‘롯데공업주식회사’)은 닭고기 육수를 사용한 ‘롯데라면’을 내놓으며 라면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엔 라면 국물을 닭고기 육수로 만들었다. 이후 농심은 소고기 육수 라면 개발에 나섰다. ‘한국인은 닭고기보다 소고기를 좋아하니 소고기국 맛을 라면에 담아보자’는 생각에서다. 70년 10월 소고기 육수로 맛을 낸 ‘소고기라면’을 내놨다. 덕분에 농심의 시장점유율은 10%대에서 22.7%로 껑충 뛰었다. 80년대는 라면시장의 황금기로 통한다. 농심은 82~86년 너구리·육개장사발면·안성탕면·짜파게티·신라면 같은 히트작을 잇따라 선보였다. 85년 3월 농심은 라면 시장점유율 40%를 기록하며 업계 1위에 올라섰다.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88올림픽을 계기로 용기면이 널리 퍼졌다. 경기장에서 용기면을 먹는 외국인의 모습이 TV를 통해 비치면서다. 이 무렵 오뚜기가 라면시장에 뛰어들었다. 69년 창립 이래 카레, 스프, 케첩, 마요네스, 식물성 마가린, 레토르트 등을 국내 최초로 생산한 오뚜기는 87년 11월 오뚜기라면㈜을 설립했다. 이듬해인 88년 진라면, 91년 스낵면, 94년 참깨라면, 96년 열라면, 2004년 컵누들 등을 내놓으면서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넓혔다. 2012년 오뚜기는 삼양을 제치고 라면시장 2위에 올랐다.

30년 신라면-6개월 진짬뽕 맛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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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라면(농심)과 진짬뽕(오뚜기)이라는 고참과 신참의 대결이 뜨겁다. 농심 신라면은 86년 ‘깊은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라면’을 콘셉트로 탄생했다. 농심은 개발 당시 얼큰한 소고기 장국의 매운맛을 내는데 집중했다. 전국의 고추를 품종별로 사들여 매운 맛을 비교했다. 연구팀은 매운맛을 감칠맛이 나게 만드는 다진 양념을 구하기 위해 맛집을 돌아다녔다. 실험용 면발은 200종이 넘었다. 당시 연구팀은 하루에 라면 세 봉씩 먹어가며 초시계로 조리시간을 재고 비커·온도계로 물 양·온도를 달리하며 맛을 감별했다.

86년 출시된 신라면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280억 개가 팔리면서 누적매출 10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는 220억 개, 8조3000억원 가량 팔렸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매년 4500억원씩 팔린다. 이는 국내 라면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오뚜기는 지난해 6월 짬뽕만큼은 승기를 잡겠다는 결심으로 ‘진짬뽕’ TF팀을 꾸렸다. 스프개발 경력 25년에 달하는 오뚜기 라면연구소 김규태 책임연구원 등 5명은 인터넷·방송·SNS를 조사해 전국 88곳의 짬뽕전문점 맛집을 찾았다. 그중 가장 맛있다고 평가한 짬뽕전문점을 선정해 30회 넘게 다시 방문했다. 짬뽕맛 그대로를 불맛, 진한 육수맛, 해물맛 라면으로 담아내려 했다. 중화요리를 만들 때 고온에서 채소를 볶는 웍이 짬뽕 기름의 불맛을 좌우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순간적으로 채소 겉면의 수분이 증발돼 그을리면서 향이 나는데, 이 향이 요리에 입혀지는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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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나가사키현의 맛집 1위로 꼽힌 짬뽕집을 여러 번 찾아가 맛을 봤다. 닭 육수 비결을 찾기 위해 짬뽕집이 문을 닫을 때까지 기다린 후 가게 뒤에 버린 빈 박스를 찾아보기까지 했다. 닭을 끓여 시원하고 진한 육수를 만들고 홍합·오징어·미더덕·게·다시마·굴 등 해물을 최적 함량으로 조합해 해물맛을 냈다. 짬뽕에 어울릴 만큼 건더기를 풍부하게 넣었다. 오징어·게맛살·청경채·양배추·당근·대파·미역·목이버섯 등 8종을 담아 진짬뽕 건더기스프를 개발했다.

라면 면발 폭이 3㎜ 이상인 태면(太麵)도 개발했다. 겉은 부드럽고 속은 쫄깃쫄깃한 특징이 있다. 출시 5개월여만(173일)인 지난달 4일까지 1억개(약 1200억원)가 팔리면서 신라면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일부 유통채널에서는 진짬뽕의 한 달 매출이 신라면을 앞지르기도 했다.

건강 해치는 화학 첨가물 덩어리 No!

라면은 보통 얼큰하고 매운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개발된다. 라면 맛은 좋아하지만 라면이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많다. 라면 스프는 화학첨가물 덩어리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 스프에 사용되는 원료 대부분은 소고기·오징어·마늘·양파 같은 생물을 그대로 말려 가루를 낸 것이다. 라면스프에서 감칠맛을 내는 주원료는 핵산인데, 핵산은 다시마·가다랑어·버섯에서 추출해 만든다.

가루로 만들 때 오래 가열하면 맛·향이 날아가기 쉽다. 재료 본연의 맛·향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스프를 만들 때 핵심기술이다. 라면 스프를 만들 때 밀폐된 진공상태에서 말린다. 스프 한 봉지에 담긴 수십 가지 재료의 맛·향은 물을 넣고 끓이기만 하면 처음 끓였을 때의 맛이 되살아난다. 스프는 뜨거운 물만 만나면 깨어날 준비를 한 ‘타임캡슐 국물’인 셈이다.

비만·과체중을 유발하는 고열량 식품이라는 인식도 있다. 농업진흥청 식품영양가표에 따르면 라면 열량은 500㎉ 전후에 불과하다. 짜장면(794㎉), 잔치국수(638㎉), 물냉면(538㎉)보다 열량이 낮다. 한 끼 식사와 비교하면 라면은 칼로리가 비슷하거나 낮다.

나트륨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외식영양성분자료집)에 따르면 보통 라면 국물을 다 먹을 때 섭취하는 나트륨은 라면 1개당 1700~1900㎎ 정도. 이는 짬뽕 4000㎎(1000g 기준), 우동 3396㎎(1000g 기준), 열무냉면 3152㎎(800g 기준), 해물칼국수 2355㎎(900g 기준), 김치찌개 1962㎎(400g 기준) 속 나트륨보다 적다. 그럼에도 라면업계는 2007년부터 정부의 나트륨 저감화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 나트륨 양을 줄이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의 나트륨을 2100㎎에서 1790㎎으로 약 15% 줄였다.

라면은 인스턴트 식품인데다 유통기한이 수개월이라는 점에서 방부제를 많이 넣을 것이라는 오해도 있다. 미생물이 번식하려면 제품의 수분함량이 12%를 넘어야 한다. 라면은 수분 함량이 4~6%에 지나지 않아 방부제를 넣지 않는다. 면을 기름에 튀기거나 바람에 말릴 때 수분이 많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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