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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위적 구조조정으론 글로벌 대학 못 키운다

중앙일보 2016.05.03 19:08 종합 34면 지면보기
대학은 역동적인 지성의 집합소다. 꿈틀대는 20대의 지성을 살찌우는 교육 기능은 대학의 가장 중요한 가치다. 연구 기능 또한 그렇다. 기초·순수 학문에서 융·복합과 실용 분야에 이르는 연구력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당연히 교육·연구의 쌍두마차는 지성의 자발적 힘으로 끌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문명사적 대전환을 맞아 국경 없는 캠퍼스로 탈바꿈하는 세계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을 따라잡는 길이기도 하다.

‘학생 절벽’ 위기에 대학 셀프 개혁 굼떠
연 2조 내걸고 압박하는 교육부만 세져
획일적 나눠주기 부작용…선택과 집중을

그런데 우리 대학들은 변화에 굼뜨다. 당장 2018년에 고졸자 수가 대입 정원(53만 명)보다 적어지고, 2023년엔 40만 명으로 급감하는 ‘학생 절벽’이 닥치는데도 기득권만 고집한다. 그러자 교육부는 연간 2조원의 각종 재정사업을 내걸고 구조조정을 압박하며 대학을 ‘돈의 감옥’에 가두고 있다. 어제 교육부가 전국 21개 대학을 선정한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사업도 그중 하나다. 산업계의 인력 수급 미스매치 현상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인문·사회·예술 계열 정원을 공학 쪽으로 옮긴 대학에 연간 50억~150억원씩 3년간 6000억원을 대주는 사업이다. 기존의 인문역량 강화(CORE)나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ACE) 등 10여 개 사업 중 제일 규모가 커 75개 대학이 총력전을 폈다. 5년째 등록금이 동결돼 ‘돈 가뭄’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단비와 같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종 재정사업을 통한 인위적 구조조정의 적정성과 효과다. 당연히 정부의 지원은 필요하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흩어진 연구지원사업을 합하면 대학 지원액은 연 8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66%에 불과해 대학들은 늘 배고파 한다. 이를 이유로 정부는 전국의 대학을 수도권·비수도권, 다시 권역별로 세분해 ‘나눠주기’를 한다. 프라임 사업도 그리했다. 선정된 21개 대학 중 수도권은 5개, 나머지 16개는 대경·강원권, 동남권, 충청권, 호남·제주권 등 5개 권역에 배분됐다. 물론 지역 안배도 필요하겠지만 그 부작용으로 실력 있는 대학이 탈락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이런 획일적 관치(官治)로 대학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겠는가.

선정 과정의 투명성도 논란이다. 이번에도 몇몇 대학을 놓고 청와대와 정치권 등의 개입설이 나돈다. 교육부의 자업자득이다. 이전 특성화사업(CK) 때도 구조개혁평가에서 부실 대학(D등급)으로 지목한 53곳 중 19곳을 지원해 그런 불신을 자초했다. 평가 분야가 다르다지만 정치공학적 결정 탓에 숨통을 끊어야 할 곳에 산소호흡기를 대준 꼴 아닌가.

교육부가 할 일은 부실 대학부터 솎아내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 있는 대학을 키우는 일이다. 재정 사업의 심사 내역을 전면 공개하고, 지원은 하되 간섭은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학의 책무가 중요하다. 교수들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뼈를 깎는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 그래야 지성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살찌워 글로벌 대학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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