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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2018년 2월까지는 박근혜 대통령 책임이다

중앙일보 2016.05.03 19:02 종합 3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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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대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하고 오늘 귀국한다. 루사리까지 쓴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화려했다. 국립국악원 연주회, 태권도 공연, 한식·한복·한지 전시와 체험, 한국 단색화와 달항아리 전시, 드라마 상영…. 문화행사도 다양했다. 이란은 ‘한류’가 뜨거운 나라다. ‘대장금’ ‘주몽’ 등 우리 사극 시청률이 80%를 넘겼단다.

이란을 세운 사람은 키루스 대왕이다. 기원전 6세기 이란 민족을 처음 통합했고, 당시 문명세계를 대부분 정복했다. 그는 강압 대신 관용을 베풀었다. 각 종족이 자기 문화와 종교를 누릴 수 있게 허용했다. 적국이었던 그리스의 크세노폰은 『키로파이디아』에서 ‘비길 자가 없는 가장 위대한 세계 정복자’라고 찬사를 보냈다.

히브리 발음대로 ‘고레스’라고 번역한 성경은 그를 ‘기름 부어 세우신 이(메시아)’라고 했다. 유대인이 아니고는 유일하다. 바빌론에 포로로 끌려가 고난받던 유대인을 풀어 주고, 예루살렘에 성전을 세우게 도왔기 때문이다. 고레스의 해방이 없었다면 유대인은 독자적인 민족으로 살아남지 못했고, 오늘날의 기독교나 서구 문명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 미국보다 더 큰 힘이다. 그렇게 인류 문명의 운명을 틀어쥐었던 이란의 2014년 1인당 국민총생산(GDP)이 5165달러다. 세계 98위다. 물론 경제 봉쇄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강대국들에 휘둘려 온 역사를 보면 건국 시기의 영광을 떠올리게 된다.

영광의 역사는 계속되지 않는다. 영원할 것 같지만 한순간이다. 역사의 시련은 밖에서 덮치지만 극복할 힘은 안에서 만들어진다. 외부의 힘에 깨지기보다 안에서부터 부패하고 다투다 스스로 무너지는 게 대부분이다. 어떤 리더십을 세우느냐가 운명을 좌우한다. 현군(賢君)도 있지만 암군(暗君)도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암군의 시대가 길지 않게 스스로 정화할 능력이 있느냐다.

이번 총선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심판이다. 지역주의에 기대 유권자를 무시해 온 기득권 정치, 내용은 따지지 않고 대결만 벌인 진영 정치, 나라의 미래보다 당리당략만 생각한 모리배 정치, 5년 임기밖에 모르는 단절의 정치…. 그 낡은 정치를 심판한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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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도 ‘네 탓’이다. 일단 4년을 보장받았으니 다음 대통령선거를 이길 궁리만 앞선 것이다. 청와대는 모두 국회 잘못이라며 외면한다.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이 싸우고, 야당끼리는 호남을 차지하겠다고 다툰다.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가 서로 호남 완패의 책임을 떠민다. 국민은 분명히 의사 표현을 했는데….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지금도 역사는 흘러간다. 할 일은 쌓여 있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구조조정, 줄어드는 좋은 일자리…. 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공무원은 길에다 시간을 허비한다. 고령화는 빨라지고, 출산율은 바닥인데 알바 청춘은 늘어난다. 그 순간에도 로스쿨 편법 입학 등 금수저들의 잔치는 계속된다.

2018년 2월까지는 그 모든 게 박 대통령 책임이다. 어쩌면 키루스 대왕처럼 대통령의 책임은 임기를 뛰어넘어 역사에 새겨질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여소야대(與小野大)라고 달라질 게 없다. 선거 결과 역시 그의 책임이고, 국회는 애당초 견제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1년10개월은 긴 시간이다. 5년 단임제에서 40%에 가까운 시간이다. 새로운 일을 벌이기는 어렵겠지만 성과를 낼 중요한 시기다. 수확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국정 운영 방식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고운 흙을 갈다 자갈밭을 만났다고 쟁기를 던져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먼저 차기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과거 어떤 정권도 차기 정부를 수중에 넣은 적은 없다. 그 욕심이 오히려 화근이다. 선거자금까지 만들어 후계자를 세웠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청문회에 불려 가고 백담사로 쫓겨 갔다. 그 욕심을 버리면 모두의 협조를 얻을 수 있다.

새누리당에 대한 집착도 필요 없다. 어차피 과반도 안 되는 의석이다. 국회선진화법이 아니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책으로 갈라진 여야도 아니다. 한 정당에 매달릴수록 진영 싸움만 부추긴다. 청와대가, 정부가 직접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여당도 심부름꾼이 아니라 파트너다. 행정부 대 국회의 위치로 돌아가는 것이다.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수시로 만나는 게 첫 번째 할 일이다. 통보가 아니라 듣는 자리, 설득하는 자리여야 효과가 있다. 정무수석으로 모자라면 정무특보, 정무장관을 두면 된다. 책임을 따져 봐야 남는 게 없다. 이기려 할수록 지는 게 정치다. 비우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남은 임기의 성공은 거기에 달렸다.

김진국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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