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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 연장전 골프 고수들의 필승 비결

중앙일보 2016.05.0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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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와 박세리는 연장전에서 강한 면모를 드러내는 승부사다. [사진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제공]

일본과 미국 무대에서 최근 연장 승부가 잦다. 지난 주 일본 남녀프로골프는 모두 연장 끝에 승부가 갈렸다. 3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취리히 클래식도 연장전 결투가 벌어졌다.

이들 연장 승부에 모두 한국 선수가 포함돼 더욱 관심을 모았다.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만이 더 크라운스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뿐 김하늘(28·하이트진로)과 안병훈(25·CJ)은 연장 승부에서 아쉽게 졌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김경태는 올 시즌 2승을 모두 연장전에서 결정지었다. 일본 본토 첫 대회였던 도켄 홈메이트컵에서도 김경태는 연장 끝에 우승컵을 차지했다. 김경태는 역대 JGTO 연장 승부에서 3전 2승1패를 기록하고 있다. 김경태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연장전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2006년 포카리 에너젠 오픈에서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그는 재미동포 한 리와 석종률을 연장 끝에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 승부는 아마추어 최초이자 유일한 연장전 우승 기록으로 남아 있다.

박세리와 조철상도 ‘연장전의 고수’들이다. 박세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6전 전승으로 연장 승률 100%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LPGA 투어 선수 중 연장전에서 가장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LPGA 투어에서 연장전 우승이 3승 이상 되는 선수 중 승률 100%는 박세리와 미셸 맥건(미국) 두 명 뿐이다. 맥건도 4전 4승이다.

‘노보기 우승의 사나이’ 조철상도 ‘강심장’이다. 그는 4번의 연장 승부에서 모두 승리했다. 1989년 한국 오픈에서는 양용남과 연장 6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또 1991년 KPGA 선수권 타이틀도 연장 끝에 획득했다. 통산 10승 중 4승을 연장전에서 챙겼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장전의 필승 비결은 무엇일까. 김경태와 조철상은 ‘정석 플레이’와 ‘방어적 공략’을 강조했다. 김경태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일단 무조건 파를 잡는다면 생각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주로 연장전이 열리는 18번 홀은 대개 어렵게 세팅되는 경우가 많아서 공격적인 것보다 방어적 공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더 크라운스 연장전에서 1.5m 파 퍼트를 넣으며 우승한 김경태는 “홀이 어렵고 바람도 불었다. 언덕과 언덕 사이에 홀컵이 있기도 해서 파를 잡는 게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경태는 우승했던 두 대회 모두 파를 지켜 보기를 적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연장전 승리를 따냈다.

연장의 중압감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조철상은 “1~100의 중압감 수치라면 연장전은 최고치인 100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압박감이 몰려온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1m 안팎의 짧은 퍼트도 놓치는 선수들이 많다. 김경태의 더 크라운스 우승 경쟁자였던 가타오카 다이스케(일본)도 1m 파 퍼트를 놓쳐 무릎을 꿇었다. 김하늘도 1m가 안 되는 퍼트를 넣지 못해 연장전에서 석패했다.

조철상은 “어떻게 보면 상대 실수를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장에서 승부가 결정되는 홀의 스코어가 대개 ‘파-보기’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중압감이 크기 때문에 짧은 거리라 하더라도 퍼트의 리듬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1m 퍼트를 놓치는 경우가 많이 나온다”며 “4번의 연장전에서 파로 승부를 결정지은 게 3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장전은 18홀 플레이와 다르다. 버디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 승부 홀 같은 게 없다. 한 타 한 타 소중하게 생각하고 정석 플레이를 하는 게 연장전 필승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마인드 컨트롤도 매우 중요하다. 박세리의 경우는 연장전에 가면 ‘무조건 내가 이긴다’는 최면을 건다고 한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20홀이나 연장 승부를 벌였던 박세리는 “어차피 연장을 가면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 하나다. 무조건 ‘내가 이긴다’고 마음을 먹고 자신감 가지다 보면 샷이 더 잘 맞는다”고 얘기했다.

한 번 연장전에서 승리하면 자신감이 커질 가능성이 크고, 다음에도 좋은 결과를 낳을 확률이 높다. 조철상은 “아무래도 연장전에서 항상 좋은 성과를 거두다 보니 남들보다 편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갈매기’ 신용진은 코리안투어에서 연장전 6전 전패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연장전 악몽의 연속이었다. 연장전의 중압감은 스스로 이겨내야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신용진은 비교적 중압감이 덜한 대회에 연장전 첫 승을 챙겼다. 그는 지난해 7월 50세 이상 출전하는 챔피언스 투어인 시니어선수권 연장 첫 홀에서 7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연장전 악몽을 털어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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