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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인사이드] '사실상 구금' 외국인 보호시설에 대한 헌재의 첫 판단은

중앙일보 2016.05.0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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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난민 2015년 12월 23일 22명이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2013년7월 `재정착 희망난민제도`를 도입한 이래 처음으로 입국하는 난민이다. 박종근 기자

헌법재판소는 지난 달 28일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의 보호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출입국관리법에 관한 위헌소원을 각하했습니다.

이 헌법소원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11년 간 '난민 인정 신청'(난민신청) 소송을 벌여 온 이란인 A씨가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이란인 A씨는 1997년 9월 단기 방문(C-3) 체류 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2002년 5월까지 불법체류 하다가 자진신고해 2003년 8월까지 체류기간을 연장 받았고, 이 기간 처음으로 난민 신청을 했습니다. 이후 난민 신청이 불허되자 출국하지 않고 7년 간을 불법 체류하다가 2012년 10월 재차 난민 신청을 했습니다. 서울출입국사무소는 A씨의 난민 신청을 거절하고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 및 보호 명령'을 내렸습니다.

A씨는 경기 화성의 외국인 보호소로 입소했습니다.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을 출국시키기 위해 외국인 보호소에 인치할 수 있도록 한 해당법 조항(제2조, 46조 등)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A씨는 이의 신청을 거듭하며 2013년 보호소 안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A씨는 "난민 신청자를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하도록 한 현행 출입국 관리법은 인권침해"라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사실상 구금 시설인 외국인 보호 시설의 보호 기간에 상한을 설정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무기한 구금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014년 A씨를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됐습니다.

헌재는 “위헌 소원 기간 A씨가 난민 지위를 인정 받았기 때문에 외국인 보호소 보호 규정에 대한 위헌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며 각하 결정했습니다. '각하'는 해당 법률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9명의 재판관 중 5명이 이 의견을 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과반에 가까운 4명(이정미·김이수·이진성·강일원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다는 점입니다. 4명의 재판관은 “문제의 출입국관리법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과 적법 절차 원칙에 반해 위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재판관들은 "출입국 관리법상 '보호'는 실질적 '구금'의 성격을 갖는데도 보호기간의 상한이 없고, 난민 신청자들을 다른 강제퇴거 대상자와 동일하게 규율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헌성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보호소에 갇힌 외국인들은 자신이 언제 풀려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고, 그 자체로 심각한 정신적 압박감을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재판관들은 "강제퇴거 명령의 집행을 용이하게 한다는 정부의 행정 목적 때문에 제한 없는 보호를 하는 것은 중대한 인권 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행법대로라면 난민 신청자들은 신청 기간 장기간 구금을 감수하거나 난민 신청 절차를 포기하고 강제 송환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유엔난민기구와 자유권규약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독일은 강제추방을 위한 구금 기간의 상한을 18개월로 두고 있고, 미국도 90일 이내 강제퇴거를 집행하도록 하고 있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재판관들은 "외국인 보호는 형사절차상 '체포 또는 구속'에 준하는 행위인 만큼 인신 구속의 타당성을 심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다수 의견에 동참한 김창종·안창호 재판관은 보충 의견을 통해 현행법이 '합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재판관에 따르면 외국인 보호소 입소자 중에는 불체자와 난민이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2015년 5월 기준 난민 신청자 중 인정 비율이 7% 정도인 점을 고려할 때 불체자들이 난민 신청으로 강제퇴거를 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질병 등의 사유가 있거나 신병 보증금을 공탁할 경우 일시적으로 보호를 해제할 수 있고, 일본·프랑스·호주·캐나다 등과 같이 구금기간의 상한을 설정하지 않은 나라도 많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다만 두 재판관 역시 “외국인에 대한 부당한 장기 구금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금 기간을 최장 1년 6개월로 명시하고 있는 독일이나 EU의 불법체류 지침을 고려해 보호기간의 상한을 마련하는 쪽으로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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