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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역할 적극 수행” 구조조정 실탄 논의 본격화

중앙일보 2016.05.03 02:31 종합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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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일 “기업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출국하기 직전 연 한은 집행간부와의 회의를 통해서다.

기재부 “한은과 인식 같아” 거들어
내일 자본확충 TF 회의가 분수령
금융전문가들 ‘정부 총대론’주장
“정부, 국회 설득해 관련법 개정을
한은도 원칙론에만 매달리면 안돼”

한은이 내부 회의 발언을 즉각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지원사격 요청에 대해 딴죽을 거는 게 아니냐는 시각에 한은 나름의 반박을 한 셈이다.

구조조정에 한은이 소극적이란 시각은 지난달 29일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이날 윤 부총재보는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대한 한은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국책은행 자본 확충은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며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하려면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한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는데 한은이 유보적 태도를 취한 듯한 인상을 줬다.

그러나 한은으로선 억울하다. 이 총재는 “필요하면 구조조정 때 한은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지원 의사가 없었던 게 아니다. 그런데 정작 현재까지의 구조조정 논의 과정에서 한은은 사실상 배제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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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고위 관계자는 “한은이 나서자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책은행이 부실을 얼마나 떠안아야 하고, 이로 인한 경제 충격은 어느 정도가 될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논의 과정은 생략한 채 발권력만 내놓으라는 건 앞뒤가 뒤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로서도 구조조정을 시작도 하기 전에 관계기관 간에 ‘파열음’이 나는 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총재의 발언에 이날 최상목 기재부 제1차관도 “정부와 한은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국책은행에 대한 자본확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재정과 중앙은행이 가진 정책수단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거들었다.

이 총재는 간부들에게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에 참여해 관계기관과 추진 방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것”을 주문했다. 최 차관도 “정책 수단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이번 주부터 관계기관 협의체를 통해 (한은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로써 국책은행 자본확충 논의는 이번 주부터 속도를 낼 전망이다. 4일 정부와 한은 실무자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 첫 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이 주재하는 이날 회의에는 금융위·한은·산업은행·수출입은행 관계자가 참석한다. 재정 여력이 좋지 않아 실탄이 부족한 정부로서는 한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총대’를 메고 한은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정부가 더 이상 시간을 끌 게 아니라 필요하면 국회도 설득하고 관련법을 바꾸는 노력을 통해 한은에 구조조정 지원 ‘명분’을 줘야 한다”며 “법개정 없이 가능한 방안은 한은의 수출입은행에 대한 출자뿐인데 이것만 가지고 구조조정 지원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하기 전에 국책은행의 ‘혁신’이 전제돼야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구조조정 비전문가들이 낙하산으로 임명된 게 구조조정 지연으로 이어졌다”며 “정부도 국책은행에 대한 낙하산 인사 관행을 과감히 깨고, 국책은행 역시 통렬한 반성의 모습을 보여야 한은의 발권력 동원에 명분이 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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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도 ‘원칙론’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내년 초가 되면 대통령선거 국면이 된다. 표의 논리에 구조조정 동력은 급격히 약화할 수밖에 없다. 여소야대 국회나 어려운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현재로선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구조조정 지원 수단을 가진 건 한은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책은행에 대한 지원은 재정으로 하는 게 일반론이지만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은 원칙만 운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은이 보다 적극적으로 구조조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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