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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원불교의 지난 100년, 앞으로 100년

중앙일보 2016.05.03 00:36 종합 2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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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맹수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원불교는 동학(천도교), 증산교와 더불어 우리 땅에서 자생한 대표적인 ‘개벽(開闢)’ 종교의 하나다. 차별과 갈등으로 대표되는 상극(相剋)의 시대를 마감하고 평등과 화해로 상징되는 상생(相生)의 새 시대를 열고자 이 땅에서 등장했던 동학과 증산교의 ‘후천개벽의 꿈’을 계승한 새 종교가 바로 원불교인 것이다.

‘물질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일원상 신앙과 합리적 수행으로
한국 4대 종교로 정착한 원불교
다시 한번 창조적 도전에 나서야


원불교는 소태산 박중빈(朴重彬·1891~ 1943) 대종사(이하 대종사)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우주의 진리를 깨달은 것을 계기로 창도되었다. 창도 원년인 1916년을 원기(圓紀) 1년으로 삼고 있으니 올해는 원기 101년, 곧 만 100년이 되는 해다.

원불교 100년사는 크게 영산, 변산, 익산 시대 등 세 시기로 구분된다.

영산(靈山) 시대는 대종사가 우주의 진리를 깨닫고 원불교를 개교하는 1916~19년이며, 전남 영광을 무대로 9인 제자(이재철, 이순순, 김기천, 오창건, 박세철, 박동국, 유건, 김광선, 송규)와 함께 교단 창립의 초석을 닦는 시기다. 대종사는 자신의 고향인 길룡리 앞바다를 막아 3만여 평의 옥토를 마련하였을 뿐만 아니라. 금주·단연과 근검저축, 공동노동 등 새 생활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제자들과 지역사회 민초들의 생활을 개선하고 초기 원불교의 경제적 자립기반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대종사는 9인 제자들과 더불어 특별기도를 거행해 물질문명의 폐해에 신음하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자신을 온통 바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그 결의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의 개교 표어로 정착된다.

다음으로 변산(邊山) 시대다. 대종사는 당시 월명암에 주석하고 있던 불교개혁 운동의 리더 백학명 스님의 전폭적인 후원과 수제자 정산 송규 등의 조력 속에서 원불교의 핵심 교리와 제도 등을 착실하게 준비했다. 이렇게 착실한 준비 끝에 드디어 대종사는 전북 익산에서 불법연구회 창립의 깃발을 세우게 된다. 익산 시대가 개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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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益山) 시대는 원불교의 전신(前身)인 불법연구회를 창립하는 1924년부터 현재까지의 시기다. 이 시기 불법연구회는 합리적 신앙을 통한 자신구제, 이재민이나 빈민 같은 사회적 약자 구휼 등의 사회공헌, 야학을 통한 문맹퇴치 교육, 그리고 물질문명의 폐해에 시달리는 인류구원을 위한 활동에 전력을 기울였다. 또한 익산 시대에 이르러 2대 종법사 정산 송규(1900~62) 재임 시절인 1948년부터 원불교(圓佛敎)라는 교명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원불교의 사상적 특징은 어디에 있을까? 핵심적 특징은 아무래도 대종사의 깨달음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대종사는 20여 년의 구도 끝에 ‘만유가 한 체성이요 만법인 한 근원’임을 깨달았다. 눈에 보이는 온갖 차별적 현상을 넘어 근원적 차원에서 서로 만나는 ‘하나의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그리하여 대종사는 그 깨달은 진리를 ‘일원상(一圓相)’ 곧 원(O)으로 표상해 ‘신앙의 대상이자 수행의 표본’으로 삼게 했다. 일원상에 대한 신앙과 수행을 강조한 덕분에 원불교는 이웃 종교에 포용적이며 원만한 종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원불교의 또 다른 특징은 자립적이며 합리적인 신앙을 추구한다는 데 있다. 대종사가 진리를 깨달은 다음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저축조합 운동이었다. ‘사실적이며 합리적으로’ 민초들이 소망하는 복(福)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근검절약, 공동노동, 허례 폐지, 보은미(報恩米) 운동 등 원불교 신자들은 창립 초기부터 자립적이며 합리적 방식으로 복을 추구하는 전통을 확립했다.

끝으로 원불교는 끊임없는 진화(進化)를 표방하는 종교라는 사실이다. 대종사가 주창한 ‘시대화, 대중화, 생활화’라는 원불교의 지향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대종사는 누구나 일상생활에 구애됨이 없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신앙하고 수행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자 했다. ‘동정간불리선(動靜間不離禪)’이라는 교리 표어에서 그 같은 지향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원불교는 궁극적 진리를 표상한 일원상을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모시고, 모든 종교의 교리를 수용해 활용하며, 사은(四恩: 천지은, 부모은, 동포은, 법률은) 신앙과 삼학(三學: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 수행으로 진리적이며 합리적인 신행(信行)을 하게 했다. 원불교는 끊임없이 진화한 덕분에 일제강점기·해방정국, 그리고 산업화·민주화 시기를 거치면서 대한민국 4대 종교의 하나로 자리하게 되었던 것이다.

생태계 파괴, 기후변동, 자원고갈, 대공황, 전쟁과 테러, 대형사고, 천재지변 등은 말할 것 없고 인간성 상실, 공동체 해체 등 전 방위적으로 전대미문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시대가 바로 원불교가 걸어가야 할 2세기의 특징이다. 요약하면, 1세기 전 대종사가 원불교를 창도함으로써 물질문명의 폐해 극복을 위해 창조적 도전을 했듯이, 2세기를 여는 모든 원불교인에게도 시대적 과제에 대한 창조적 도전정신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박맹수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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