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위농협·신협도 양대 해운 채권 6000억 보유

중앙일보 2016.05.03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지난 3월 17일 현대상선 회사채 보유자들이 모인 사채권자 집회가 열렸다. 4월 7일 만기가 돌아오는 1200억원의 회사채 만기연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채무재조정 합의에는 실패했다. 그런데 당시 모인 회사채 보유자의 70% 이상이 단위농협·신협 등 상호금융회사였다. 1200억원의 회사채 중 단위농협은 622억원(52%), 신협 조합은 290억원(24%) 어치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됐다.

저금리 시대, 예대마진 압박에
수익률 높은 회사채 투자 늘어

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단위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회사가 보유 중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공모 회사채는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위농협과 신협이 처음 만기가 된 현대상선 회사채의 70% 이상을 들고 있었지만 다른 현대상선 회사채와 한진해운 회사채에는 이보다 덜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채권자의 채무재조정은 두 해운사의 회생에 필수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채무조정이 안 되면 원칙에 따라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단위농협과 신협은 위험 투자로 분류되는 회사채 투자에 왜 그렇게 열을 올렸을까. 금융당국은 상호금융회사의 자금 조달과 운용에 심각한 미스매치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단위농협과 신협 예금상품의 가장 큰 경쟁력은 비과세혜택이다. 단위농·수·축협과 신협, 새마을금고에서 취급하는 예탁금은 1인당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15.4%)를 면제해준다. 지난 연말 논란 끝에 비과세 혜택이 3년 더 연장됐다.

비과세혜택을 노린 예금이 몰리지만 정작 자금을 굴려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량 대출고객은 은행으로, 중금리 대출 고객은 저축은행으로 빼앗기면서, 단위농협과 신협이 AA급 이하 회사채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지방 단위농협과 신협은 수 억원의 회사채 투자가 부실화하면 위험해질 우려가 있다.

그러나 금융위 관계자는 “해운사 회사채에 투자한 상호금융회사를 상대로 스트레스 테스트(충격 흡수 능력 테스트)를 실시해 손실에 따른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 따져봤지만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