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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꺾은 날, 상하이 라커룸엔 5억원이 풀렸다

중앙일보 2016.05.02 00:54 종합 2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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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퍼리그는 ‘축구굴기(蹴球?起·축구를 통해 일어섬)’의 상징이다. 천문학적 투자로 ‘아시아의 축구 공룡’으로 발돋움했다. 상하이 뤼디선화의 마르틴스와 장루, 김기희(왼쪽부터). [사진 상하이 뤼디선화]


지난달 24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虹口) 축구전용구장. 중국 프로축구 수퍼리그(1부 리그)의 강호 상하이 뤼디선화와 허베이 화샤싱푸가 맞붙었다. 경기장 분위기는 상상 이상으로 뜨거웠다. 장대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3만5000석의 관중석 중 3만3000석이 가득 채워졌다. 상하이 구단 관계자는 “2000석을 비워놓은 건 양 팀 서포터스간 충돌로 인한 불상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 고 말했다.

중국 축구굴기 현장을 가다 <상>


양 팀 공격진 명단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못지 않았다. 상하이는 첼시(잉글랜드) 출신 공격수 뎀바 바(30·세네갈)와 콜롬비아 국가대표 듀오 프레디 구아린, 지오바니 모레노(이상 30), 오바페미 마르틴스(32·나이지리아)를 기용했다. 허베이는 파리생제르맹(프랑스) 출신의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에세키엘 라베치(31)와 스테판 음비아(30·카메룬), 제르비뉴(29·코트디부아르), 가엘 카쿠타(26·프랑스)가 나섰다. 이들 8명의 몸값 총액은 1174억원이나 된다. 해외스타들을 보기 위해 주요 경기들은 연일 매진되고 있다.

시진핑(63·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축구를 국가 스포츠로 격상시킨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이후 수퍼리그팀들 간 운영비 경쟁에 불이 붙었다. 1부 리그 16팀 가운데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쓰는 구단은 무려 7팀이나 된다. 연 매출 4000억 위안(70조7000억원)의 부동산 회사 뤼디그룹이 운영하는 선화를 비롯해 허베이, 상하이 상강, 광저우 헝다, 베이징 궈안, 산둥 루넝, 장쑤 쑤닝 등이다. 이른바 ‘수퍼리그 세븐 시스터스’다.

세븐 시스터스의 1000억원대 예산 중 대부분은 외국인 선수 5명을 포함한 선수단 연봉과 수당·생활지원금 등 인건비가 차지한다. 특히나 중국 축구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건 라이벌전 등 중요한 경기에 걸리는 특별승리수당, 이른바 ‘베팅(betting)’이다.

허베이전 직후 만난 상하이 선화의 한국인 수비수 김기희(27)는 “경기 후 라커룸에 등장한 구단 고위 관계자가 ‘멋진 경기에 감동받았다’며 즉석에서 300만위안(5억3000만원 )의 특별수당 지급을 통보해 선수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면서 "‘베팅’이 걸린 경기에서 이기면 선수 한 명당 우리돈 3000만원 가까운 가욋돈이 생기기 때문에 선수들 눈빛부터 달라진다”고 말했다.

크게 늘어난 씀씀이와 견줘 경기력은 아직 떨어진다는 게 수퍼리그 안팎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상하이 공격수 뎀바 바는 “중국 무대로 이적한 건 금전적으로 만족스러운 제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중국 리그는 유럽과 견줘 수준이 떨어진다. 선수들의 프로정신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기희는 “라커룸에 담배 냄새가 찌든 구장이 대부분 ”이라면서 “외국인 선수들이 엄격하게 자신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며 중국 선수들이 조금씩 배워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상하이=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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