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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뒷담화] 미친 뇌 과학자 김대식

중앙일보 2016.05.0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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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 사진을 찍으며 그에게 물었다.
“김교수가 이 세상에 어떤 이미지로 보여 지면 좋겠습니까?”
잠시 뜸을 들인 뒤 그가 답했다.
“미친 과학자요.”

사진을 찍으며 이런 질문을 종종 던진다.
그 질문의 답이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답이 ‘미친 과학자’였다.
난감했다.
여태 사진을 찍어왔지만 ‘미친 과학자’로 표현해 달라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2013년 8월 2일, ‘뇌 과학자에게 행복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묻는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그는 ‘행복의 의미를 ‘세상과 나의 불일치를 만들고, 그것을 극복하는 절차와 과정이 행복’이라고 했다.

에베레스트 등산 이야기를 빗대어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처음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이들은 영국에서 먹고 살만한 인생들이었습니다. 굳이 오르지 않아도 되는데 스스로 불일치를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도전을 하고, 정상에 오르고, 만족을 느꼈습니다. 그 다음엔 또 다른 불일치를 찾아 가죠. 결국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세상과 나의 불일치를 만들어내고, 그걸 극복하는 절차와 과정이 행복이라고 봅니다.”

세상이 당신을 ‘미친 과학자’로 기억해줬으면 한다는 그의 바람이 이해가 되었다,
그것은 ‘스스로 불일치’를 만든 것이었다.
그날 이 사람이 궁금해졌다.
다른 날 따로 한번 만나자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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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3일, 다시 만났다.
뇌 과학자가 된 계기를 물어봤다.
“열 살 때부터 왜 이 우주에서 살아야 되는 지가 의문이었습니다. 이 우주는 우리 없이도 존재해왔고, 우리가 없어진 이후에도 10억 년 이상 존재할 겁니다. 우연히 태어나서 몇십 년 살다 가면 큰 의미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주에 비하면 저라는 자신이 너무 미약했습니다. 매사 허무했습니다. 흥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존재 의미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모두 내 머리 안에서 일어나지 않습니까? 그것을 일으키는 머릿속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뇌 과학을 택했습니다. 아마 뇌 과학을 택하지 않았으면 자살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의 답은 언제나 예상을 넘어선다.
정상이 아니라 정말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작 열 살 무렵, 우주와 자신의 존재의미를 고민했다는 게 정상일까?
그가 자살하고 싶을 정도로 존재 의미를 고민한 후 택했다던 뇌 과학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뇌 과학이 무엇인지 물었다.

“뇌란 거 뜯어보면 1.5kg 고깃덩어리입니다. 그 생물학적인 것에서 비생물학적이고 비물질적인 일이 일어나잖아요. 사실 그 존재라는 것은 물리학적으로 존재하면 안 되는 것이거든요. 사실 물리학에서 모든 것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정신적인 세상은 에너지로 설명이 안 되잖아요. 그것의 답을 구하는 게 뇌 과학입니다.”

그래서 답을 구했는지 물었다.
“그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미친 듯이 궁금해요. 아직도 미친 듯이 파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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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직도 미친 듯이 답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날 자신의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결국 나 자신을 탐구하는 게 뇌 과학의 핵심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꺼내서라도 내 안의 나를 보고 싶습니다. 나와 나의 대화를 하고 싶은 거죠.”
뇌 과학은 철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란 얘기였다.
내가 어디서 왔나, 나는 어디로 가나, 나는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뇌 과학이란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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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그를 세 번째 만났다.
중앙일보가 기획한 AI(인공지능) 분야 국내외 석학들의 인터뷰 시리즈, 첫 대상이 그였다.
인간과 인공지능(AI)이 함께 살아가는 ‘포스트 휴먼시대’의 의미를 두루 짚어 보는 기획이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 다가올 세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이었다.

미래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원했든 아니든 이미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습니다. 비정량화된 정보를 학습하는 ‘딥러닝’ 기능이 구축됐으니, 인공지능 발전은 시간문제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가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미래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가 첫 만남에서 했던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세상과 나의 불일치를 만들고, 그것을 극복하는 절차와 과정이 행복’이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이 함께하는 ‘포스트 휴먼시대’는 지금의 나와 불일치의 시대일 것이다.
그것을 극복하는 절차와 과정을 반드시 겪어야 할 것이다.
그 절차와 과정을 극복하면 과연 우리는 행복해질까?

최근 그의 책이 나왔다.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란 책이다.
그의 책 마지막 장에서 어렴풋한 희망을 보았다.
『앞으로 닥칠 미래가 있는데 인간이 이미 기계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면, 기계한테 100% 집니다. 결국 우리가 기계에게 이기기 위해서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겠죠. 다시 말해, 내가 하는 일이 이미 기계 같다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인간이 가진 유일한 희망은 ’우리는 기계와 다르다‘ 입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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