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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심폐소생술은 ‘사회 심장’도 뛰게 하는 원동력

중앙일보 2016.05.02 00:02 부동산 및 광고특집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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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쓰러졌던 시민이 누군가의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구했다는 미담 뉴스를 접할 때면 두 가지 마음이 교차한다. 하나는 올바르게 심폐소생술을 한 용기와 지혜를 갖춘 시민에 대한 고마움, 또 하나는 지금도 어디선가 응급처치의 때를 놓쳐 목숨을 잃어가고 있을 급성 심장정지 환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이 급성 심장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확률이 10% 초반에 머무른다. 반면에 스웨덴·미국 등 선진국에선 30% 이상이다.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급성 심장정지 환자의 생존율과 직결된다. 연간 3만 명 이상인 국내 급성 심장정지 환자 중 생존해 퇴원하는 환자의 비율은 약 5%에 불과하다. 뇌기능 손상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하는 환자는 고작 2.7%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너무 많은 환자가 초기 응급처치 실패로 안타깝게 생명을 잃거나 뇌 손상을 입어 개인·가정·사회에 부담이 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단지 응급처치의 실패로 목숨을 잃거나 뇌 손상을 입는다는 것은 개인이나 사회 모두에 큰 불행이다. 그런 의미에서 심폐소생술을 전파하는 일은 개인을 불행에서 구조하는 일을 넘어 안전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사회·경제적 숙제의 하나다.

한국다이이찌산쿄 직원 모두 자격증

지난 2002년 ‘대한심폐소생협회’가 출범한 것도 표준화된 심폐소생술의 교육과 전파를 통한 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 때문이었다. 협회는 출범 이후 꾸준히 급성 심장정지 환자들의 건강한 일상 복귀를 염원하며 심폐소생술 공동지침 마련과 교육·보급에 헌신해 왔다. 불과 8년 전 1% 안팎이던 심폐소생술 시행률을 현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도 일조했다.

지난해 말에는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국내 환경에 적합하게 개정하고 보급했다. 또 ‘심장정지의 예방과 조기 발견의 중요성’ 개념을 새로 도입하는 등 급성 심장정지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 다양한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는 심폐소생술 교육이 의무적으로 실시되고 있고, 심혈관계 전문 제약회사인 한국다이이찌산쿄에서는 기업의 정체성을 살려 전 직원이 심폐소생술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국내 심폐소생술 교육에 인력 부족이라는 한계점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일반인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강사 자격증까지 취득한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심폐소생술 확산과 더불어 사회의 심장을 강화시키는 데 한층 더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질 높은 교육을 위한 인력과 기자재 확보가 시급하다. 현재는 교육 인프라가 교육 열기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개인의 용기와 의식이다. 가깝게는 내 가족을 위해, 혹은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을 살린다는 사랑과 봉사의 마음으로 보다 많은 이가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용기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독려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제도적 정비와 경제적 지원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노태호 대한심폐소생협회 홍보이사(가톨릭대 의대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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