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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퍼스트펭귄] 우리는 팔짱 끼고 문 열 수 있죠

중앙일보 2016.05.02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2016 퍼스트펭귄 ② 이도링크 신필순·권종만 대표

| 실시간 위치추적 최고수준 기술

이도링크 신필순·권종만 대표

배터리 들어간 휴대기기로
30㎝ 오차 범위로 센서 위치 파악


저녁 늦은 퇴근 길. 주민이 차를 몰고 아파트로 접근하자, 주차장을 막고 있던 바가 올라가며 차를 맞는다. 주차를 하고 지하 공동현관에 다가서니 문은 자동으로 열린다. 현관문이 열리는 시점에 이미 엘리베이터는 호출이 돼 있고, 주민이 거주하는 층의 버튼도 눌러져 있다. 최근 지어진 삼성 래미안이나 코오롱 하늘채 아파트에서 작동 중인 시스템이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 ‘실시간 위치 추적 시스템(RTLS)’이다. 배터리가 들어간 카드 지갑 크기의 기기만 가지고 있으면 이 기기와 아파트가 유기적으로 통신을 하면서 이런 일이 가능하다.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정보기술(IT)벤처 이도링크의 RTLS 기술이 적용된 사례다. 국내에 비슷한 기술을 가진 기업이 꽤 있다. 하지만 정교함에서 이도링크가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도링크의 기술은 30cm 오차 범위 이내로 정확하게 센서의 위치를 파악한다.

이도링크의 ‘저전력 장거리 통신(LPWA)’도 잠재력이 큰 기술로 주목을 받는다. IoT는 사물 각자가 서로 네트워크로 통신하는데, 이때 너무 많은 전력을 쓰면 배터리를 자주 교체해야 한다. 통신이 가능한 거리가 너무 짧아도 무용지물이다. 이도링크의 기술을 이용하면 아주 적은 전력을 소모하면서 2~3㎞ 떨어진 사물 간에도 통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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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통신회사 알카텔 루슨트에서 연을 맺은 신필순(왼쪽)·권종만 대표는 2012년 함께 IoT 솔루션 기업 이도링크를 창업했다. 먼저 창업했던 3D 콘텐트 회사의 실패를 경험한 두 대표는 “IT벤처는 좋은 기술은 기본이고, 시장에 진출하는 타이밍도 맞아야 생존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사진 최정동 기자]


| 응용 분야 많지만 서두르지 않아
“6년 뒤 23조 될 IoT 시장 잡겠다’


지난달 26일 서울 구로 사무실에서 만난 이도링크 신필순(45)·권종만(49) 대표는 “지금은 미미하지만 IoT 원천 기술에 강점이 있어 앞으로 회사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도링크는 2012년 10억원에서 지난해 70억원으로 꾸준히 매출이 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국내 IoT 시장규모는 지난해 3조8000억원, 2022년 22조9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 대표는 “위험성이 큰 산업 현장은 물론 보안이 중요한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의 위치를 추적하고 출입 가능한 지역을 통제하는 일에도 우리 기술이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도링크는 운동 선수의 몸과 축구공에 IoT 장비를 장착하는 시험도 하고 있다. 선수가 얼마를 뛰었고, 어떤 경로로 움직였는지를 파악해 전술을 짜거나 훈련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 장애인이나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에게 밴드 형태의 기기를 장착해 위험을 사전에 막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다만 서두르지 않고 한 단계씩 나아가겠다는 게 두 대표의 계획이다. 과거 한 번의 실패를 겪어서다. 두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외국계 통신회사인 ‘알카텔 루슨트’에서 만났다. 2008년 회사에서 나와 3D 관련 회사를 창업했다. 3D 콘텐트를 만들고, 통신 기술을 더해 스마트폰 등 각종 기기에 보급하는 회사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시장이 커지지 않았다. 권 대표는 “다들 좋은 기술이라고 하는데, 매출이 일어나지 않으니 자금력이 약한 회사가 버티기에는 쉽지가 않았다”고 회상했다.

결국 통신 분야 기술만 분사해 2012년 지금의 ‘이도링크’를 창업했다. 한자로는 ‘이로운 길(利道)’, 영어로는 ‘무엇이든 연결한다(I DO LINK)’는 뜻을 지녔다. 신 대표는 “힘든 상황에서도 기술력을 키운 것이 지금의 밑바탕이 됐다. 때마침 IoT 시장이 열리면서 정부가 관심을 가져 국책 과제를 수주하면서 개발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도링크는 지금까지 국책과제를 10여 개 수행했다.

“이도링크의 기술력은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만 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신 대표는 “지금은 꾸준히 회사를 세계에 알리는 게 급선무다”고 말했다. “기술 수준보다는 꾸준한 활동으로 거래하는 기업에 신뢰를 주는 게 해외에서 더 중요하다”는 창업 선배들의 조언을 들어서다. 그래서 ‘모바일 월드 콩글레스(MWC)’와 세계 가전 전시회(CES)‘등에 부지런히 출품하고 있다.

올 1월 ‘2016 CES’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 움직이는 충전소 개념의 아이디어 제품 ‘미스터 에브리씽’이 ‘포터블 파워 부문 혁신상’을 수상한 것. 작은 박스 형태의 배터리 제품으로 들고 다니면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스피커와 LED램프 기능까지 있어서 캠핑족에게 요긴하다. 미스터 에브리씽은 지난해 6월 미국 유명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퀵스타터’에서 10만 달러(약 1억1400만원)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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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는 “최근 제품 제작을 완료해 지난해 투자한 사람들에게 발송했다”며 “이후 반응을 보고 양산 계획을 잡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스터 에브리씽은 이도링크가 처음 선보인 B2C 제품으로, 세계 무대에 회사를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필순=1971년 생으로 경희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프랑스계 통신회사 알카텔 루슨트에 입사해 권종만 대표를 만났다. 2008년 3D 콘텐트 관련 회사를 창업했다가 통신 부문만 분사해 2012년 이도링크를 만들었다. 이도링크 공동대표로 해외 사업 파트를 맡고 있다.

◆권종만=1967년 생으로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를 나왔다. SK텔레콤을 거쳐, 1999년 프랑스계 통신 회사 알카텔 루슨트에 수석연구원으로 입사했다. 2008년 3D 콘텐트 업체를 창업했다가 통신 부문만 분사해 2012년 이도링크를 만들었다. 이도링크 공동대표로 국내 파트와 기술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글=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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