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바꾸는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에어비앤비·우버도 ‘엑셀러레이터’ 품 거쳐

온라인 중앙일보 2016.05.01 11:00
기사 이미지

대중교통인 택시로 ‘공유경제’ 모델을 제시한 기업 우버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를 통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키울 수 있었다.[뉴시스]

에어비앤비, 그리고 우버. 두 기업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공유경제’ 모델(에어비앤비는 숙박, 우버는 대중교통)을 제시해 세계를 달군 기업이란 점이다. 이보다 조금 덜 알려진 정답이 하나 더 있다. 소규모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두 기업의 뒤에는 하나같이 창업을 돕는 ‘엑셀러레이터’가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와 테크스타스(TechStars)다. 두 곳은 오늘날의 에어비앤비와 우버를 만드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와이콤비네이터·테크스타스 이름값 … 세계 500스타트업스, 50여 개국서 활약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도록 노하우 전수
기사 이미지
와이콤비네이터는 2005년 설립된 벤처캐피털(VC)이다. 투자자에게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 사업의 일부를 사들이는 걸 제안하는 형태의 시드머니(seed money)와 각종 자문, 인맥 등 창업에 필요한 거의 모든 걸 스타트업에 제공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명성을 쌓았다. 특히 에어비앤비가 2008년 숙박 공유 서비스를 시작할 때 핵심 역할을 하는 등 매년 주목할 만한 실적을 올리면서 2012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꼽은 ‘세계 최고의 엑셀러레이터’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껏 에어비앤비 외에도 웹 파일 공유 서비스 기업인 드롭박스 등 700곳이 넘는 기업을 키워냈다. 미국 외에 30곳이 넘는 세계 시장이 무대다. 물론 수익을 추구한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보수로 기업 지분의 6%를 챙긴다.

애초 에어비앤비를 창업한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친구인 조 게비아의 집에 머물다가 ‘숙박의 공유’라는 사업 아이템을 처음 머릿속에 떠올렸다. 이후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위해 개발자를 채용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고, 투자자들을 찾았지만 돌아온 반응은 ‘과연 되겠느냐’는 거였다. 투자자들은 “유스호스텔 등 저렴한 숙소라면 얼마든 찾을 수 있는데 사람들이 굳이 남의 집에서 위험하게 숙박하겠느냐”며 투자를 꺼렸다. 회의적인 시선 속에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던 체스키 CEO는 고심 끝에 2009년 와이콤비네이터를 찾았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수년 간의 노하우로 체계적인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었다. 매년 3개월씩, 1년에 두 차례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에어비앤비 경영진이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를 통해 사업을 키울 수 있게끔 도왔다. 이 무렵 체스키 CEO는 동업자들과 함께 직접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해 서비스를 이용해보고, 개선점을 찾았다. 이어 집 주인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 고화질의 숙소 사진을 배치하는 등 소비자는 물론이고 투자자들의 구미까지 돋울 만한 앱 개선 작업에 나섰다. 그러면서 투자 유치에도 탄력을 받았다. 지금은 255억 달러(지난해 기준) 규모의 기업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될 만큼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에어비앤비 뒤에 와이콤비네이터가 있었다면, 우버의 뒤엔 테크스타스가 있었다. 2009년 설립된 우버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기준 에어비앤비의 두 배 수준인 510억 달러로 평가된다. 지금껏 총 투자 유치 금액만 74억 달러 정도다. 그런 우버도 사업 초창기엔 에어비앤비처럼 어려움을 겪었다. 투자 받기 쉽지 않을뿐더러, 어렵게 확보한 투자금도 쉽사리 허공에 날리는 일이 반복됐다. 창업자인 트래비스 클라닉 CEO는 엑셀러레이터에 ‘SOS’를 청하기로 결심했다. 한 번에 15개 팀에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며, 팀당 일정 금액을 지원하면서 시작하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가진 테크스타스가 우버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스타트업의 천국’ 미국엔 이처럼 직접적인 투자와 투자 유치 지원은 물론이고, 스타트업의 멘토 역할까지 하는 VC 겸 엑셀러레이터가 즐비하다. 많은 창업 전문가가 미국의 가장 큰 힘 중 하나로 ‘체계화한 엑셀러레이팅 환경’을 꼽는 이유다. 그중 500스타트업스(500 Startups)는 미국 최대 규모 엑셀러레이터로 꼽힌다. 전 세계에서 500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걸 목표로 2010년 설립돼 이름이 500스타트업스인 이곳은 현재까지 이미 50여 개국에서 1000여 곳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면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500스타트업스는 4개월 간의 육성·멘토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한다. 특히 눈여겨본 스타트업에 대한 집중 육성 시스템으로 이들 기업이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전념한다. 500스타트업스가 주기적으로 여는 ‘데모데이(후속 투자 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회)’엔 매번 수백 곳의 VC가 참여해 후속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500스타트업스를 창업한 데이브 맥클루어 CEO는 온라인 결제 서비스 기업인 페이팔의 마케팅디렉터 출신이다. 그는 소비자가 특정 제품을 사용하는 행동을 5단계로 분류한 ‘AARRR’이란 지표를 만든 걸로도 알려졌다.

 
세계 최대 500스타트업스, 한국에도 진출
맥클루어 CEO는 지난해 방한해 한국 진출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500스타트업스가 중소기업청·한국벤처투자와 100억원 규모 엑셀러레이팅 펀드를 조성키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자리에서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기술을 가진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멕시코시티에 이어 서울을 두 번째 해외 진출 거점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500스타트업스는 이후 한국에 지사를 세우고, 올 들어서도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는 워크숍을 마련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비키·와일드파이어 등 한국 스타트업들이 500스타트업스의 투자를 거쳐 일부 글로벌 기업에 인수·합병(M&A)됐다. 맥클루어 CEO는 “성공한 스타트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장성 있는 제품으로 구현하고, 구체적인 소비자를 발굴하는 과정을 잘 준비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북유럽 국가들의 엑셀러레이터를 주목할 만하다. 창업 지원 시스템이 국가적으로 체계화된 만큼 우수한 엑셀러레이터를 다수 보유했다. 2010년 설립돼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부를 둔 스타트업부트캠프(StartupBootcamp)는 유럽 최대 규모 엑셀러레이터다. 유럽 내 7개 도시에서 전 세계 160여 곳의 스타트업을 양성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모바일 앱에 특화한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갖춘 게 특징이다. 법률과 재무 관련 자문에도 적극적이다. 스웨덴 웁살라에 위치한 웁살라혁신센터(UIC)도 세계 수위권의 엑셀러레이터다. 비영리재단이라 다른 엑셀러레이터들처럼 기업의 지분을 갖지는 않지만, 영리를 추구하는 곳 못잖게 스타트업을 키워낸다. 각 스타트업들은 UIC를 통해 2년간 주당 최대 8시간씩 현역 기업인들로부터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기사 이미지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