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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 ‘괴력’ 박병호 B-, 슬라이더 ‘위력’ 오승환 A 학점

중앙선데이 2016.05.01 00:51 477호 27면 지면보기



한국 야구 팬들의 아침이 지난해보다 빨라졌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중인 한국 선수들의 활약을 보기 위해서다. 특히 한국 프로야구를 거친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무대인 MLB에서 한 달을 보낸 이들의 성적표는 어땠을까.


코리안 메이저 리거의 한달 성적표

 



박병호 타율 0.226, 5홈런 7타점 B-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지난달 28일 ‘박병호의 엄청난 힘(Park’s Prodigious Power)’이란 제목의 인포그래픽을 게재했다. 이날 박병호가 클리블랜드 투수 조시 톰린을 상대로 때린 거대한 홈런 때문이었다. 박병호의 시즌 5호 홈런은 역풍를 뚫고 시속 110.4마일(약 177km)의 속도로 445피트(약 135.6m)를 날아 관중석 2층에 떨어졌다. 박병호의 힘은 MLB 최고 수준이다. ESPN 홈런 트래커에 따르면 지난 17일 LA 에인절스전에서 친 시즌 2호 홈런은 무려 465피트(약 141.7m)를 날아갔다. 올 시즌 나온 홈런 중 비거리 3위에 해당한다. 평균 홈런 비거리도 428.8피트(130.7m)로 세 번째로 길다. 타율은 낮지만 홈런만큼은 단연 팀내 1위다.



팀내 입지도 탄탄하다. 박병호는 4월 25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는 4번타자로 나섰다. 한국인이 빅리그에서 4번을 맡은 건 최희섭(37·은퇴)·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이어 4번째다. 기회도 늘고 있다. 미네소타에는 조 마우어라는 리그 최정상급 1루수가 있다. 그래서 박병호는 주로 지명타자로 나선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NL) 원정에서도 1루수로 선발 출장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박병호에게 남은 유일한 과제는 원정 징크스다. 박병호는 익숙한 홈(타율 0.278, 4홈런)보다 원정(타율 0.182, 1홈런)에서 성적이 나빴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박병호의 적응력은 100점에 가깝다. 원정 경기 부진도 금방 극복할 것”이라고 했다.



 



오승환 12경기 1승3홀드 평균자책 1.38 A오승환의 주무기는 포심 패스트볼(직구)이다. 그는 KBO리그에서 10개 중 9개 정도를 직구로 승부했다. 다른 투수들과 달리 공을 찍듯이 잡아 뿌리는 오승환의 공은 회전력이 강하다. 제대로 중심에 맞지 않으면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공에는 ‘돌직구’란 별명이 붙었다. 오승환은 일본에서도 ‘돌직구’로 2년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역설적으로 오승환의 미국 진출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이유도 직구였다. 미국에선 오승환의 직구가 빠른 편이 아니라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올 시즌 오승환의 직구 평균 속도는 92.0마일(148.1㎞)로 구원투수 64명(10이닝 이상 투구) 중 38위에 그치고 있다.



오승환이 내놓은 답은 슬라이더다. 오승환은 올 시즌 직구 비율을 62.8%까지 낮추고, 슬라이더의 비율을 28%로 크게 높였다. 오른손 타자 바깥쪽에서 살짝 빠져나가면서 헛스윙을 유도하는 데 쓰고 있다. 지난해까지 8년 연속 NL 골드글러브(포지션별 수비가 가장 뛰어난 선수에게 주는 상)를 받은 동갑내기 포수 야디어 몰리나의 조언 덕택이다. 발을 두번 내딛는듯한 투구동작 역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아쉽게도 오승환의 MLB 첫 세이브는 당분간 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인트루이스 마무리는 지난 2년간 93세이브를 올린 트레버 로젠탈이기 때문이다.



 



이대호 타율 0.280, 2홈런 3타점 C+올 시즌 미국으로 건너간 선수들 중 가장 입지가 불안한 건 이대호였다. 주전 경쟁은 고사하고 25인 엔트리에 드는 것도 버거운 현실이었다. 그러나 이대호는 체중을 10㎏ 이상 감량해 가며 수비와 주루에 대한 의문을 없앴다. 자신의 장점인 타격 능력도 보여준 이대호는 당당히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건 1라운드였다. 지난해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20홈런 87타점을 올린 좌타자 애덤 린드(33)와의 경쟁이 시작됐다. 린드의 연봉은 이대호(옵션 포함 400만 달러·약 45억원)의 두 배인 800만 달러(약 91억원)다.



2라운드 역시 험난하다. 이대호는 왼손투수가 선발로 나설 때만 선발로 나오고 있다. 벤치만 지킬 때도 많아 일주일에 1경기만 뛴 적도 있다. 타격감을 유지하기 매우 어려운 처지다. 그럼에도 이대호는 잘 이겨내고 있다. 지난달 9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에서 마수걸이포를 날리더니 14일 텍사스전에선 끝내기 홈런을 쳤다.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1할대에 허덕이던 타율도 2할대로 끌어올렸다.



상황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달 28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 선발이 우완 콜린 맥휴였지만 7번타자·1루수로 나섰다. 수비와 타격 모두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김현수 타율 0.545, 1타점 D+김현수의 소속팀 볼티모어는 21승13패로 아메리칸리그 1위다. 김현수의 타율(0.545)과 출루율(0.615)은 팀내 1위다. 하지만 김현수의 기여도는 ‘0’에 가깝다. 겨우 13타석에 들어선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물론 김현수의 책임도 있다. 시범경기 타율(0.178)이 너무 낮았고, 장타가 없었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의 신뢰를 잃는 건 당연했다.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한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벤치만 지키는 신세에 놓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아주 적은 기회지만 결과물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수의 경쟁자인 조이 리카드(23)는 개막 초반 4할대 타율을 기록했지만 최근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특히 리카드는 92타석에서 겨우 볼넷 4개를 얻는데 그쳤다. 선구안이 장점인 김현수와는 대조적이다. 김현수는 출전했던 5번의 경기에서 최소 한 번 이상 출루를 했다. 볼티모어 현지 언론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CBS 볼티모어는 ‘볼티모어 구단이 어떻게든 김현수 활용법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비 역시 시범경기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모습이다. 볼티모어와 2년 계약을 맺은 김현수에겐 아직 시간이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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