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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헌 모면한 ‘선거구 실종’ 국회 부끄러운 줄 알아야

중앙일보 2016.04.28 19:17 종합 30면 지면보기
국회가 4·13 총선을 불과 42일 앞두고 선거구 획정안을 늑장 처리한 것을 위헌으론 볼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그러나 헌재는 국회가 헌법상 입법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점을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국회에 입법기관의 자격이 있느냐는 의문을 표시한 것이다.

어제 헌재는 송모씨 등이 “19대 국회가 국회의원 선거구 구역표 개정 시한을 넘기고도 선거구를 획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낸 헌법소원을 재판관 5(각하) 대 4(위헌) 의견으로 각하했다. 헌재는 “국회는 1년2개월 동안 개선 입법을 할 기간을 부여받았음에도 시한을 넘겨 선거구 공백 상태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선거운동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지 못했고 유권자의 원활한 선거 정보 취득도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 3월 2일 선거구 획정안이 통과돼 선거가 치러진 점을 들어 청구를 각하했다. 이정미 재판관 등 4명은 “국민 주권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매우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며 ‘중대한 헌법 위반’으로 규정했다.

이번 결정은 실질적으론 위헌에 가까운 것이다. 위헌 결정이 빚을 파장을 감안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헌재는 2014년 10월 선거구 간 인구 차이를 최대 3배까지 허용한 구 선거구 구역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개정시한을 ‘2015년 12월 31일’로 못 박았다. 국회는 공직선거법까지 개정해 가며 총선 5개월 전에 획정을 마무리 짓고 획정 업무도 독립된 획정위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결국 개정시한을 2개월 넘게 넘기고 말았다.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를 둘러싼 여야의 당리당략 때문이었다. 막판에는 테러방지법 등 쟁점법안과의 연계처리를 놓고 책임 떠넘기기만 계속했다.

‘선거구 실종 사태’ 속에 정치 신인들은 출마할 지역구가 어디인지도 알지 못한 채 미로 속을 헤맸고, 현역의원들은 프리미엄을 누렸다. 유권자들의 참정권도 침해당해야 했다. 스스로 한 약속마저 저버리는 무책임과 직무 유기가 20대 국회에도 계속된다면 희망이 없다. 여야는 부끄러운 줄 알고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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