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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뚫린 지카바이러스 방역망…정신 못차린 보건 당국

중앙일보 2016.04.28 19:15 종합 30면 지면보기
보건 당국의 감염병 관리체계가 여전히 엉망이다. 필리핀을 다녀온 21세 남성이 국내 두 번째 지카바이러스 감염자로 판정됐는데 그 과정에서 시스템의 허점이 또다시 드러났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방역망을 촘촘히 짜겠다며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긴급상황센터까지 설치했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필리핀을 여행한 남성의 유전자 검사 결과 27일 지카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진됐다. 지난달 국내 첫 환자 발생 이후 한 달 만이다. 당시 40대 남성은 바이러스 창궐 지역인 브라질을 다녀왔는데도 관리망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필리핀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는데 하루 평균 5000명이 넘는 국내 입국자들에게 손을 놓고 있다. 앞으로 환자가 더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21세 남성의 경우 귀국 엿새 뒤인 20일 감기 증상이 있어 서울 노원구의 한 의원을 찾았다고 한다. 한데 필리핀은 ‘산발적 발생국’이라는 이유로 여행 이력 제공 대상에서 빠져 의사는 정보에 깜깜이였다. 이 환자는 이틀 뒤 발진이 나타나 토요일인 23일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병원 측은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된다며 같은 날 보건소에 신고했다. 한시가 급한데도 보건소 측은 주말이란 이유로 늑장을 부렸다. 이틀 후인 25일에야 신고를 접수하고 국립보건연구원에 검체를 이송해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했다. 감염병 위기의식 불감증이 도진 것이다. 게다가 보건 당국은 첫 진료 의원명을 잘못 발표해 망신도 당했다. 초동대응 실패로 국민을 불안에 빠뜨리고 신뢰를 잃었던 메르스 사태를 겪고도 정신 못 차렸단 말인가.

물론 모기가 매개체인 지카바이러스는 메르스처럼 공기로 전파되지 않아 과민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태아 소두증(小頭症) 등을 유발하는 위험한 신종 병인 만큼 유입과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연간 2000만 명의 국민이 해외를 다녀오고 하루 4만 명의 외국인이 들어오는 국경 없는 세상이다. 보건 당국은 기강을 다잡고 방역망을 재정비해 국민의 건강을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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