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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국회 본회의가 연기된 사연

중앙일보 2016.04.28 19:11 종합 2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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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일훈
정치국제부문 기자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2층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 앞.

3당(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들은 회담을 마친 뒤 브리핑에서 “국회 본회의를 당초 합의한 5월 17일 오전 10시가 아니라 19일 오전 10시에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본회의를 연기한 건 국회의장의 일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19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를 여는 자리인데 국회의장도 없이 (부의장 등이 대신 사회를 보는 형식으로) 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19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인 4월 국회는 5월 20일까지다. 그런 만큼 폐회 전날 아슬아슬하게 본회의가 열리는 셈이다. 본회의를 연기하게 된 ‘국회의장의 일정’이란 다름 아닌 일본 출장 일정이었다.

이에 대해 정의화 의장은 “본회의 일정을 포함한 국회 의사일정의 최종 결정 권한은 국회의장에게 있다”며 “여야 (원내)수석들이 임의로 본회의 날짜를 정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날짜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 자체가 의장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불쾌해했다. 정 의장은 “한국과 일본 의원들이 ‘한·일 의회 미래대화’라는 회의체를 만들었는데 그날(5월 17일) 도쿄에서 첫 모임을 한다”며 “오래전에 논의를 거쳐 확정된 사안이라 불참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의 해외 방문은 공적 행위다. 중대한 외교 활동이다. 하지만 때로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얘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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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지난 18일에도 국회의장의 해외 방문이 논란이 된 일이 있다. 당시 정 의장과 3당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4월 말 본회의 날짜를 논의했다. 그 자리에 참석한 한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가능한 한 빨리 본회의를 열어 민생·경제활성화 법안을 처리하자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하지만 법안들이 국회 법사위에 올라오지 않은 점도 있는 데다 정 의장의 유라시아 순방 때문에 본회의를 5월로 미뤘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실제로 3당 원내대표와의 회동 이튿날 출국해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 참석(러시아 모스크바·19일)→조지아 의회 방문(21일)→네팔 반다리 대통령 회담(25일) 등의 일정을 마치고 27일 귀국했다. 지난 3월엔 국제의원연맹 등의 일정으로 남아공과 잠비아를 방문(14~23일)하기도 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군대로 치면 말년병장쯤 되는 건데 비판적으로만 볼 게 아니다. 해외 출장도 의장의 업무”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당직자는 볼멘소리로 이렇게 되물었다. “국회의장의 해외 일정 때문에 본회의가 미뤄지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닌가.”
글=현일훈 정치국제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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