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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팬심 올해도 부글부글

중앙일보 2016.04.2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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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팀을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한화 팬들은 보살로 불린다. 대전 경기엔 평균 7500명이 넘는 `보살팬`이 모인다. [사진 한화이글스 제공]

 

전부 1등이잖아유. 얼마나 좋은지 몰러유."


지난 26일 대전의 택시기사 이재윤(53)씨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올시즌 성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자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이씨는 "몰러유? 뒤에서부터 세면 죄다 1등이유"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화는 올시즌 각종 순위표에서 대부분 맨 밑에 자리잡고 있다. 27일 현재 4승16패(승률 0.200)로 최하위다. 다승 1위 니퍼트(두산)가 쌓은 5승보다도 승수가 적다. 평균자책점(6.12)·홈런(11개)·실책(25개)·도루(6개)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꼴찌다.

게다가 잦은 투수교체로 평균 경기시간도 3시간36분으로 가장 길다. 올 시즌 프로야구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18분이다.

경기시간은 최장인데 성적은 최하위를 달리다보니 한화 팬들의 마음도 돌아서고 있다. 한화는 지난 5년간 꼴찌를 세 차례나 했지만 팬들의 사랑만큼은 지극했다. 홈 경기에서 지는 날에도 팬들은 "나~는 행복합니다"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한화팬을 일컬어'보살'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올 시즌 한화의 야구는 보살도 돌아서게 한다. 논산에 사는 주부 김소영(40)씨는 "한화의 암흑기를 지켜본 팬이다. 구단이 투자를 적게 했던 시기에도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좋았다. 그런데 올해는 연봉 1위 구단이 됐지만 성적이 저조하다"고 말했다.

한화는 올시즌 국내 선수 연봉 총액 1위(102억1000만원) 팀이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로저스·로사리오 등을 영입하면서 외국인 선수 총 연봉도 1위(366만 달러·약 42억원)다.

그래서 팬들은 한화 이글스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올해 한화 경기의 TV 시청률은 최고 2%를 돌파했다. 포털사이트의 인터넷 중계 접속자 수는 최소 10만 명, 최대 27만 명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기대감이 높았다면, 올해는 실망이 더 크다는 게 다르다.

한화 팬들이 특히 실망하는 부분은 김성근(74) 감독의 선수 기용방식이다. 한화 팬클럽인 이영준(33)씨는 "감독의 마운드 운영을 이해할 수 없다. 선발투수를 너무 빨리 교체한다. 선수들을 믿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화 선발진은 평균 3과3분의1이닝밖에 던지지 않는다. 선발승은 마에스트리가 기록한 두 차례뿐이다. 로저스·안영명·이태양 등 주축 선발진이 부상으로 빠진 탓도 있지만, 김 감독의 교체 타이밍이 너무 빠르다. 베테랑 투수들도 실투를 하면 더그아웃 눈치를 살핀다.

'벌투(벌을 주는 것처럼 던지게 함)' 논란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지난 14일 불펜 투수 송창식은 대전 두산전 1회에 구원 등판해 4와3분의1이닝 동안 무려 12점을 내줬다. 올라가자마자 만루포를 얻어맞는 등 구위가 떨어졌지만 계속 공을 던졌다. 김 감독은 "스스로 투구 감각을 찾게 해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화 팬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한화팬 루크 호글랜드(31)는 "지난해부터 한화에 부상선수들이 많아졌다. 스프링캠프 훈련량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는 한화처럼 강도높은 훈련을 하는 팀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프로 감독 생활(32년) 동안 올해 만큼 스프링캠프 훈련을 적게 한 적도 없다. 오히려 훈련량이 줄어서 체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두산전에서 일부 팬들은 김성근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류인규(50)씨는 "우리는 한화가 꼴찌를 할 때도 열심히 응원을 했던 프로 관중이라고 자부한다. 그런데 요즘 한화의 감독과 선수들은 프로인지 모르겠다. 진짜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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