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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파일] 1분 만에 빼돌린 12억…'돌려막기 대출'의 허점 활용한 신종 금융사기

중앙일보 2016.04.28 17:08
대출금을 갚기 위해 또 다른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대환대출’의 허점을 이용해 12억 원을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대포 증권계좌를 활용해 대출 사기를 벌인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총책 최모(43)씨와 전직 펀드매니저 김모(35)씨 등 8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습니다. 급전을 대가로 명의를 빌려주는 등 간접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공범 6명은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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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일당이 컴퓨터를 활용해 대환대출 사기 벌이는 모습 [사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인터넷 주식투자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전직 펀드매니저 김씨로부터 대환대출을 활용해 대출금을 고스란히 빼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듣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합니다. 기존 대출을 또 다른 금융사의 저금리·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해주는 대환대출 과정에서 담보물 변경이 이뤄지는 순간을 노려 대출금을 몰래 빼내는 수법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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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에 가담한 조직폭력배 [사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김씨 일당은 우선 자신들의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조폭을 끌어들인 뒤 급전을 대가로 서민들에게 접근해 대포 계좌를 만들 명의를 빌렸습니다.

명의대여자를 통해 대포 계좌를 만드는 데 성공하자 본격적인 범행이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대포 증권계좌를 개설한 뒤 보증금 성격의 예수금 3억 원을 입금했고, 이 돈을 이용해 A저축은행에서 6억 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습니다. 이어 8일 뒤에는 ‘대출금을 갚겠다’며 대출중개업체를 통해 B저축은행에 6억 원의 대환대출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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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김씨 일당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사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대환대출금 6억 원이 입금되자 기존 A저축은행이 주식담보대출의 담보물 설정이 말소해야 했고 B저축은행에서는 새로운 담보물이 설정해야 했습니다. 담보물 설정이 변경되는 불과 1분여의 시간이 김씨 일당이 노린 대환대출의 허점이었습니다.

김씨 일당은 대환대출 과정을 컴퓨터로 모니터링하다 담보물 설정이 풀리는 순간 컴퓨터 전원을 끄고 대환대출금 6억 원을 대포 계좌로 이체해 대출금을 가로챘습니다.

이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3회에 걸쳐 총 12억 원의 대출금을 중간에서 빼돌렸습니다. 가로챈 돈은 마카오의 대포계좌를 통해 인출한 뒤 국내 환전조직을 통해 돌려받았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수사를 맡은 경찰 관계자는 “대면 심사를 통해 대출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금융사 간 경쟁이 심해져 전화만으로도 대출되는 곳이 많다”며 “증권선물거래소 등 관계기관에 대환대출 과정에서의 사각시간을 없애줄 것을 건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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