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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인사이드] 버스 안에서 성추행한 신부, 법원의 처벌은?

중앙일보 2016.04.2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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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그날 왜 그러셨어요.” (카카오톡 메세지)

지난해 4월 13일 오후 11시쯤 서울 강남의 한 천주교회 소속 신부 김모(31)씨와 여성신도 A(23)씨는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미사를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시내버스에 탑승했습니다. 마침 자리가 비어 있어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가게 됐습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까요 A씨는 깊은 잠에 빠져 김씨의 허벅지에 머리를 기대는 자세가 됐습니다. 바로 그 때, 김씨가 슬금슬금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A씨의 가슴을 만졌습니다. 이상한 느낌을 받은 A씨가 잠에서 깨자 김씨는 곧바로 추행을 멈췄습니다.

A씨는 신부의 범행을 눈치챘지만 그 당시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김씨는 천주교회 주일학교를 책임지는 신부였고 A씨는 그 교회의 신도이자 주일학교 교사였기 때문에 앞으로의 관계가 어색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A씨를 추행한 한 김씨는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준강제추행’이란 피해자가 정신이나 기력을 잃어 저항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해 추행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법원은 A씨처럼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경우는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우희 판사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습니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추가로 명령했습니다.

이 판사는 “김씨는 종교적ㆍ업무적인 신뢰관계를 이용해 저지른 범행”이라며 “피해자는 범행 당시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약자의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어 추행 자체로 인한 성적 수치심뿐만 아니라 본인의 신앙활동에 있어서도 정신적 충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다만 “김씨는 범행을 순순히 시인하고 있고 지금까지 아무런 전과가 없다”며 “피해자가 이후에 카카오톡 등으로 김씨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히자, 김씨가 사과했고 피해자가 용서하는 듯한 정황을 보인 점을 참작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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