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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예약 평소의 3배"···맞벌이 "애들 어디 맡기나"

중앙일보 2016.04.28 10:03
| 대기업 직장인과 공무원 들떠
동남아 여행 상품 문의 급증
어버이날 선물 구입도 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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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소성수(45)씨는 26일 바쁜 저녁시간을 보냈다. 급하게 여행지와 숙소를 알아봐야 했다. 어린이날이 있는 다음주 주말에 가족과 서울 근교로 1박2일 캠핑을 가려고 했는데 5월 6일이 공휴일이 될 것이라는 소식에 전남 해안 도시 등 평소에 가기 힘든 지역으로 2박3일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을 바꿨다. 준비할 일이 많았지만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덩달아 마음이 들떴다.

반면 의료용품 유통업체에 다니는 양모(41)씨는 5월 6일 공휴일 지정 움직임이 반갑지 않다고 했다. 공휴일이 되더라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정도만 제대로 쉴 수 있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정부가 어린이날과 주말 사이에 낀 다음달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자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반기는 사람이 많지만 한숨을 쉬는 사람도 꽤 있다.

여행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모두투어 홍보부 한용수 대리는 “26일엔 평소보다 2~3배 많은 500명 정도가 여행상품을 예약했다. 특히 방콕 등 동남아 여행지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대형 호텔들도 투숙객이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이벤트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유통업계도 반기는 분위기다. 이마트 홍보팀 김윤섭 부장은 “간식·돗자리 등 피크닉 행사를 준비할 계획이다. 어린이날·어버이날 상품도 10~15% 추가로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갑자기 4일의 황금연휴를 갖게 된 직장인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증권사에 다니는 오모(31)씨는 “징검다리 휴일이라 애매했는데 연차를 안 써도 연휴를 갖게 돼 좋다. 남편과 1박2일 여행을 다녀온 뒤 어버이날이 있는 주말에는 시댁과 친정에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 휴무하겠다는 중소기업 37%뿐
어린이집도 대부분 쉬어
자영업자·알바생 "다른 세상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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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오히려 걱정이 생긴 사람들도 있다. 특히 다음달 6일이 임시공휴일이 되더라도 부부 모두 출근을 해야 하는 맞벌이 가정은 고민에 빠졌다. 문 닫는 어린이집이 많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마다 보육 수요를 조사한 뒤 한 명이라도 수요가 있는 경우 당번 교사가 출근해 정상적으로 보육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초등학교 2학년과 7세 두 딸을 둔 장모(39)씨는 “나도 남편도 작은 회사에 다녀 쉬지 못할 게 뻔한데 애들만 놀게 돼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동네 약국에서 보조원으로 일하는 강모(33)씨는 “지난해 임시공휴일 때 어린이집으로부터 ‘애를 맡기겠다는 엄마가 없다’며 은근히 보내지 말아달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 이렇게 즉흥적으로 해도 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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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을 드러내는 자영업자도 많다. 서울 송파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경숙(54)씨는 “가게 주인들은 어차피 쉬지도 못하는 데다 손님만 줄어 타격이 크다. 공휴일이 많았던 지난 2월에도 손님이 없어 힘들었다. 다음주 수요일 저녁부터 손님이 뚝 끊길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직장인, 아르바이트생 등 황금연휴와 거리가 먼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강모(25)씨는 “우리 회사에는 임시공휴일은커녕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사람이 태반”이라며 “휴일수당도 받기 힘든 직장인이 많은데 공휴일을 만들어 지갑을 열게 하겠다니 다른 세상 얘기 같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6~27일 이틀간 중소기업 35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임시공휴일에 휴무하겠다는 업체는 36.9%였다. 공무원시험 준비생 유모(24)씨는 “어차피 쉬는 날도 학원에 가야 하고 다음주는 토익 시험도 예정돼 있는데 휴일 얘기만 들리니 마음이 뒤숭숭하다”고 했다.

정종훈·윤정민·조한대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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